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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815)] 고슴도치의 우아함

[책을 읽읍시다 (815)] 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저 | 류재화 역 | 문학동네 | 460쪽 | 15,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톨스토이와 스탕달, 말러의 교향곡, 빔 벤더스와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 마르크스와 칸트, 17세기 네덜란드 회화…. 평범한 수위 아줌마라기네는 조금 ‘특별한’ 심미안 하지만 파리 부촌 그르넬 가 7번지 건물 수위 르네 미셸은 수위로서의 “사회의 보편적 환상”에 부합하기 위해 지성과 교양을 자기 자신을 감추고 살아간다. 노력의 결과 이 건물 부르주아들의 눈에 비친 그녀는 그저 무식하고 괴팍한 수위, 오히려 유령 같은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일찍이 그녀의 ‘비밀’을 눈치챈 이가 있었다. 6층 장관집 막내딸, 세상의 부조리와 삶의 허무를 너무 일찍 깨달아버린 영민한 천재 소녀 팔로마 조스. 팔로마는 자신의 운명도 다른 어른들처럼 언젠가 어항 속 금붕어처럼 끝나버리리라 예감하고, 자신의 열세번째 생일날 이 호화 아파트에 불을 지르고 죽기로 결심한다.


이십칠 년 동안 세대주 한 번 바뀐 적 없던 이 지루한 아파트에 일본인 신사가 새로 이사를 오고 이들의 삶에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는 르네의 고군분투는 계속될 수 있을까. 나이와 국경, 사회적 격차를 넘어 굳게 닫힌 마음을 열고 영혼의 친구가 되는 ‘우아한 고슴도치’들의 다정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비교적 간결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 골자에, 아름다움과 예술 본성에 대한 담론, 철학적 사색, 속물적인 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풍자, 유머러스한 에피소드 등이 풍성한 곁가지를 더한다. 『혼자 책 읽는 시간』의 저자 니나 상코비치는 이 소설이 자신의 저작의 모티브였으며 “살아가는 이유를 알려준 책”이라 말했다. 유쾌하면서도 날 선 풍자가 가득하고, 삶 속으로 한 발 내딛으며 저마다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르몽드’는 프랑스 국민 작가 다니엘 페낙의 ‘말로센 시리즈’ 혹은 영화 ‘아멜리에’처럼 다가올 것이라 평했다.



작가 뮈리엘 바르베리 소개


소설가이자 고등학교 철학 선생. 1969년생.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서 출생하여 현재 노르망디 칼바도스의 오마하 비치에 살고 있다. 고등사범학교를 나왔고 철학 교사 자격 시험을 통과한 후 생로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요리소설『맛』은 뮈리엘 바르베리의 첫 소설로 200년 '세계 음식책 상(World Cookbook Fair Awards)'에서 문학부문 최고상을, 2001년에는 소뮈르에서 주는 '바쿠스 상(Prix bacchus)'을 수상하였다. 또한 중국,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칼, 그리스, 이스라엘 등 10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국내에서도 소개된『고슴도치의 우아함』은 2008년 모나 아샤슈티레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상영된 바 있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 이탈리아, 중국의 출판통계를 바탕으로 2008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작가의 명단을 발표한 바가 있다. 해리 포터』의 JK 롤링은 9위, 파울로 코엘료는 20위를 차지한 가운데 『고슴도치의 우아함』의 뮈리엘 바르베리는 5위를 차지했다.


특이한 제목과 구성, 90개에 이르는 긴 목차, 경쾌하면서도 진지하고, 해학적이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 철학, 문학, 회화, 영화, 만화를 아우르는 한 편의 문화 산책이자 사회적 차별을 고발하는 비판적인 내용의 공존, 아무도 모르는 수위 아줌마의 특출한 교양과 영민한 천재소녀의 예리함이 하나의 뿌리를 가진 영혼의 자매처럼 메아리치다가 예상 밖의 만남을 통해 각자의 뼈저린 고독을 서로 이해하고 보듬는다. 여기에 일본인 입주자가 새롭게 출현하면서 그를 매개로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갈등을 해소하고 승화시킨다는 점에서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여전히 교사 생활을 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뮈리엘 바르베리는 자신의 관심사는 다양한 문화권이 사람들, 다양한 생각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인 만큼, 『고슴도치의 우아함』처럼 소외된 이웃간의 이해와 조화로운 삶을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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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