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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칼럼]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개헌과 연계해야한다

 [칼럼]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개헌과 연계해야한다

 

[칼럼]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개헌과 연계해야한다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요즘 정치권의 가장 큰 화두의 하나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예산국회에서 바른미래당 손학규, 민주평화당 정동영,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주동이 되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드리지 않으면 예산심의에 임할 수 없다는 초강경 태도를 보이며 시위에 들어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끝에 양당만의 합의로 전격적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격앙한 군소정당 대표들이 무기한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단식 10일 만에 5당대표가 합의문을 발표하여 단식을 풀었으나 그것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합의문은 다음과 같다.

 

1.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2.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 지역구의원 선출방식 등에 대하여 정개특위의 합의에 따른다.

3. 석패율제 등 지역구도 완화를 위한 제도도입을 적극 검토한다.

4. 선거제도 개혁관련 법안은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

5. 정개특위 활동시한을 연장한다.

6. 선거제도 개혁관련 법안개정과 동시에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논의를 시작한다.

 

아무리 합의문을 뚫어지게 들여다봐도 검토하고 합의 처리한다는 말 뿐이지 연동형으로 한다는 문구는 없다. 이런 정도의 합의문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다반사로 반복되었던 문장이다.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심이 간다. 선거 때 각 정당에서 공약을 발표하면 모든 신문들이 일제히 공약(空約)이라고 비아냥댔다. 어차피 지켜질 수 없다고 단정하는 것이 편하다. 공약을 믿었다가 낭패 보느니보다 아예 믿지 않는 편이 편하기 때문이다. 이번 5당 합의문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날 것 같지 않다.

 

우선 우리나라의 헌법은 대통령중심제 권력구조를 명백히 못 박고 있다. 연동형을 채택하면 필연적으로 다당제 국회가 될 수밖에 없는데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는 안정을 찾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다. 내각책임제 국가에서나 시험해 볼 수 있는 제도이긴 하나 수많은 내각책임제 국가에서도 이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오직 독일과 뉴질랜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연동형의 최대장점은 국민의 의사를 가장 정확하게 국회의석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사표(死票)방지에 방점이 찍힌다. 현행 선거법이 정당투표를 허용하고 있지만 득표율을 온전히 의석에 반영할 수 없는 선거법의 맹점으로 많은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군소 3당의 주장이다.

 

현재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이다. 지역구253석. 비례대표 47석이다. 이를 연동형으로 바꾸면 지역구200석, 비례대표 100석으로 해야 되는데 이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지역구에서 다수의석을 얻기 때문에 비례대표 배분이 없거나 소수일 수밖에 없게 된다. 반면에 군소정당은 지역구에서는 5석밖에 못 얻어도 정당투표에서 20%를 받으면 총의석수(300)와 ‘연동’하여 이미 지역구 5석이 확보되었기 때문에 비례대표는 55석을 얻어 60석의 정당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군소 3당이 목숨을 걸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쟁취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번 총선에서 얻은 득표만을 생각하면 군소 3당의 야심찬 공세는 일리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정치판도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그리고 정의당이 독자적인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지역구 의석을 획득할 가능성은 의문이다.

 

다만 정의당은 진보파를 대표하는 정당으로 이미 자리매김 되어 있으며 강화된 노조세력을 등에 업을 수 있는 유일한 정당이어서 가장 큰 혜택을 입을 수 있다고 보인다. 여기에 여당과 제일야당은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이 많기 때문에 비례대표는 소수의 배분을 받거나 아예 배분이 안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현재 가지고 있는 의석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통령제 하에서 안정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여당의 곤혹스러움은 말할 나위도 없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이 대부분 여야 양당중심의 정치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우리나라의 정치가 거대양당 중심으로 움직이는 현상을 흘겨볼 수만은 없다. 이번에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 군소 3당이 똘똘 뭉쳐 다른 나라에서도 일반적이 아닌 연동형을 들고 나왔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권력구조 개편에 먼저 손을 써야만 했다.

 

우리는 지금 과거정권이 ‘제왕적’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온갖 적폐가 산더미처럼 쌓였다고 이를 청산하는 작업에 몰두한다. 그런데 근본원인인 헌법 개정은 먼 산 바라보기에 그친다. 정세균과 문희상이 국회의장 취임일성으로 ‘개헌’에 열을 올렸지만 여당은 물론 군소 3당들도 멀거니 바라만 볼 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못했다. 연동형 5당 합의문 끝머리에 마지못해 권력구조개편 원포인트 개헌논의라는 대목을 삽입했지만 문재인 취임과 동시에 서둘렀으면 지금쯤 개헌이 완료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에서 검토한 지역구의석을 200석으로 줄이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필연적으로 비례대표의 수를 늘리기 위해서 의원정수를 300에서 40명 내지 60명 증원하자는 얘기가 파다하다. 국민여론은 57%이상 반대다.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발의까지 해놓고 꿩 구워 먹은 자리처럼 깨끗하게 사라졌다. 이런 의원을 늘려봐야 국민에게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는 감정적 여론이 크다. 개헌과 선거법은 이신동체다. 원포인트 개헌과 연계한다면 ‘여당의 의지’ 여하에 따라 매우 어렵지만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가 아주 없지는 않다.

 

글 : 김동진 시사타임즈 호남본사 대표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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