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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예/문화·일반연애

‘작업실’, 홍대 북카페의 역사를 방문하다

‘작업실’, 홍대 북카페의 역사를 방문하다

독서르네상스운동 시리즈 (9)

 

 

[시사타임즈 = 독서르네상스운동 청년기자단 1기_Readers 박건희·하지은] 이번에 선정한 장소는 ‘작업실’이다. 이곳은 홍대 거리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과거 조용한 골목이었을 시절부터, 왁자지껄한 유흥의 거리가 되기까지 작업실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지금 보기에는 다소 생뚱맞은 장소에 자리하고 있지만, 작업실은 본래 이곳의 주인인 셈이다.

 

고즈넉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곳은 북카페의 시초로서 독특한 외관과 책장으로 여전히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손글씨로 적혀진 간판에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갔다. 들어서는 순간 작가의 작업실을 방불케 하는 인테리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달팽이관 모양 책장은 작업실의 효자로서 손님들의 포토존으로 애용되기도 한다.

 

책을 읽는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책을 읽는 환경도 중요하다. 책을 집어 들기 전, 읽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 준다는 것은 책과의 접촉을 장려하는 만남의 장소인 것이다. 작업실은 이러한 생리를 정확히 파악했고, 환경조성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이끄는 힘을 가진 곳이다.

 

특히 이곳에서는 타 북카페에 비해 다양한 종류의 책을 만나볼 수 있다. 벽면에 수 많은 책이 진열되어 있고, 가운데 달팽이관 모양 책꽂이가 마치 마법 도서관에 온듯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 ‘작업실’을 짓게 된 계기와 이것에 담겨있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집에 책이 굉장히 많았어요. 처음엔 정말 저의 작업실로 쓸 생각에 장소를 마련했어요. 원래 월 80에 제 작업실로 쓸 수 있었는데, 월 80을 내느니 버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어요. 당시에 아무 근거 없이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어요.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올인 했죠. 아예 새로운 포맷이다 보니까 홍보할 겨를도 없이 자연스럽게 입 소문을 탔고, 사람도 굉장히 많았어요.

 

▶ 북카페의 시초로 알고 있는데 시작 당시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혼자 작업을 하는 일을 많이 하다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니까 좋더라고요. 이런 세계가 있구나 이러면서 마냥 좋았죠. 그리고 여기 주변은 처음엔 정말 아무것도 없었죠. 지금 ‘작업실’이 있는 장소가 조금 생뚱맞은 곳이라고 생각하실 거에요. 하지만 술집이 즐비한 지금의 거리와 다르게 처음엔 조용한 거리였고, 북카페라는 새로운 아이템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이 줄곧 ‘작업실’을 찾곤 했어요. 그래서 인기도 굉장히 많았죠.

 

지금은 자신이 없어요. 나이가 50대다 보니 홍대 상권을 읽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옛날엔 여기서 살다 보니 읽을 자신이 있었는데, 지금은 어울리지를 못하니 힘든 것 같아요. 북카페가 정말 상업적으로 다가가면 속 터져요. 자기가 좋아서 해야지 메인으로 하기엔 어려움이 많이 따르죠. 저는 돈은 못 벌어도 자기만족이 있는 것 같아요.

 

 

▶ 작업실만의 비전이나 혹은 대표님이 추구하는 북카페만의 가치가 있으신가요?

 

제가 생각하기엔 책은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읽으라고 한다고 사람들이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 재미를 깨우쳐야 비로소 읽기 시작하죠. 작업실은 누구나 편안하게 와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제 아들은 가족이니까 반 강제적으로 독서를 시키곤 있지만, 이는 순전히 아이를 위해서지 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에요. 책이라는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죠.

 

또, 작업실의 특이한 점이 있다면 옛날부터 금연이었다는 것이에요. 원래 전 구역 흡연 가능이었지만, 제가 아이를 자주 데리고 오다 보니까 금연으로 만들어버렸어요. 당시 금연하는 곳은 거의 없었고, 작업실을 찾는 분들의 성향이 담배를 많이 피시는 분들이었는데도 강단 있게 밀어 붙였죠. 작업실을 진심으로 좋아해주고, 이용하고 싶다면 자연스럽게 오게 될 것이라 믿었어요.

 

 

 

▶ 작업실에 있는 책들은 어떤 기준으로 진열되는 것인가요?

 

제가 집에서 가져오는 것이 대부분이고, 손님들이 기부하시기도 해요. 출판사들이 직접 전시해달라고 연락이 올 때도 있고. 요즘엔 책을 읽는 사람이 없어서 딱히 더 추가하고 있지는 않아요. 거의 제 책에 저의 성향이라고 볼 수 있죠.

 

 

▶ 홍대 주변에 많은 북카페가 있습니다. ‘작업실’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좀 만만하다고 해야 하나? 편한 분위기 있잖아요. 세련되고, 우아하고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 친구네 집 가듯이 마음 편하게 올 수 있는 곳이에요. 단골 분들도 그런 분위기 때문에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게 작업실만의 매력이 아닐까요?

 

그리고 작업실 곳곳에 제 손길이 안 미친 곳이 없어요. 처음엔 이것저것 꾸미는 것이 재미있었죠. 전구도 하나하나 직접 달고, 책상도 성인 남자가 다리 꼬고 앉았을 때 편할 수 있는 높이 생각해보고 구매했죠. 작업실 곳곳에 제 손이 닿아있다고 보시면 돼요. 그만큼 정이 가고, 아직도 아련한 추억이 스며있는 곳이죠.

 

▶ 현재 북카페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북카페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정말 자기가 좋아서 해야지 상업적으로 다가가기에는 안 좋을텐데… 왜 이렇게 많이 생겨나는지 모르겠어요. 본인의 애정이나 취미를 살려서 사이드로 하기에 적합해요. 하지만 이걸로 돈을 벌겠다 하는 생각은 버리고 시작해야 돼요.

 

 

▶ 작업실의 트레이드마크 나선형 모양의 책꽂이는 어떻게 나온 아이디어인가요?

 

제가 나선형 모양 책꽂이를 어느 외국 잡지에서 본 적 있어요. 하지만 국내에서 구할 수가 없더라고요. 대강 도면을 그려서 아는 지인에게 부탁했는데, 그도 처음에는 고개를 내 젓더니 그 친구도 장인 정신이 발동했나 봐요. 같이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오게 되었고, 지금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가운데 나선형 책꽂이를 놓고, 옆에 책꽂이를 여기에 맞춰서 짰죠. 널브러진 책들이 편안한 분위기도 만들어주고, 손님들이 사진 찍기도 좋아하더라고요. 어느새 트레이드 마크가 된 거죠.

 

 

▶ 작업실이 인기가 많아 손님들도 많고 책들도 많이 쌓여서 공간이 협소할 것 같은데 확장하고 싶으신 욕심은 없으신가요.

 

딱히 넓히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처음 시작할 때도 고민이 많았어요. 오픈한지 꽤 됐지만, 부모님께 최근에 말씀 드렸어요. 괜히 걱정시킬까 무서웠죠. 말했을 때 무척 서운해 하시더라고요. 그분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아직은 작업실을 보여드리기가 어려워요. 그 분들 눈엔 그저 다방으로 보일지도 모르니까요. 본업으로 하기에 애매하니까, 그냥 절 위해서 하는 거죠. 더 이상의 욕심은 없어요. 만약 기회가 된다면 확장보다는 외곽으로 나가고 싶어요. 초기 동네 분위기를 되찾고 싶은 마음이죠.

 

 

 

▶ 앞으로 바라시는 작업실의 모습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거창하게 독서르네상스운동 이런걸 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그냥 저를 위해 만들었죠. 집에 있는 책이 많다 보니까 공유하고 싶더라고요. 스무 살 때부터 가지고 있던 책들이라 책을 보면 당시 기억이 새록새록 나요. 그래서 제 책을 다른 사람 손을 타게 해도 되나 라는 생각을 잠시 했어요. 하지만 생각을 비우고 나니 오히려 편하더라고요.

 

 

▶ 독서르네상스운동은 범국민 독서 생활화 운동을 통한 독서문화 중흥에 기여하며, 풀뿌리독서단체나 출판사들을 이어주는 허브의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단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요즘 책을 정말 안 읽는 것 같아요. 놀 것도 많고, 정신 없이 스펙이다 뭐다 힘들어하죠. 제가 대학교 강사로 활동하기도 하는데, 애들 보면 경쟁에 치여서 측은해요. 책 읽을 여유가 안 되는 것이죠. 이제 독서가 운동까지 해야 하는 지경이 됐구나 하는 생각에 많이 아쉬워요. 저희 세대엔 당연한 것이었는데…사람을 판단하는 척도였는데, 이제 세상이 바뀌었구나 생각이 드네요. 바쁘게만 몰아가는 세상이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제 아이에게 공부하라는 소리는 안 해요. 책만 읽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책 읽으면 못된 아이는 안될 것 같아요. 책은 즐길 수 있어야 해요. 하지만 이를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이랑 엮어서 즐거움을 깨우쳐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독서르네상스운동이 책의 즐거움을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이와 같은 활동을 지속적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본인 인생의 top3 책을 뽑는다면 어떤 책이며, 이유가 무엇인가요?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정승호)』, 『그리스인 조르바(카잔차카스)』, 『설국 (카와바타 야스나리)』, 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책 추천 해달라는 말에 제일 먼저 떠오른 책들이에요. 딱히 이유가 있다기 보다는 저 세가지 책은 언제 어느 장을 펴도 아름다운 구절들이 나오거든요. 반복해서 읽어도 새로운 느낌을 줘서 자꾸 손이 가는 책들입니다.

 

 

우리가 만난 김진태 대표님은 ‘작업실’을 많이 닮아 있었다. 곳곳에 손때가 묻어 있어 정감이 가고, 편안한 느낌에 자꾸 찾고 싶음 마음이 생기듯 자연스러운 인터뷰에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끝내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업실’이라고 투박하게 쓰여진 간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데, 대표님이 직접 쓰셨다는 말을 듣고 손에 자꾸 눈길이 갔다. 저 거친 손으로 꾸려나갔을 ‘작업실’. 초반에 어수선한 모습을 상상하니 그 시절로 돌아가 이곳을 방문해보고 싶다.

 

 

독서르네상스운동 홈페이지 http://www.readingrenaissanc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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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르네상스운동 청년기자단 1기_Readers

취     재 : 박건희

기     사 : 하지은

사진촬영 : 하지은, 박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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