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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말로만 친서민…간접세 비중 낮춰야”

“말로만 친서민…간접세 비중 낮춰야”

여야 모두 본질 외면한채 ‘부자증세’에만 골몰

신용카드 공제 유지하고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 인하 주장

 

 

[시사타임즈 = 한민우 기자] 직접세인 소득세 비중이 낮은 대신 역진성이 높은 유류세나 주세, 담배소비세 등 간접세 비중이 높은 한국의 조세체계에서, 간접세비중을 늘리거나 그대로 둔 채 소득공제를 축소하는 것은 서민·중산층의 세금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적용기한을 3년간 연장해 높은 간접세 비중을 유지하는 반면 장기주택마련저축 소득공제·비과세 폐지, 신용카드소득공제축소 등을 통해 서민·중산층에 대한 증세를 추진한다는 납세자들의 주장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은 8일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친(親)서민 부자증세’의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있지만 정작 근본적인 조세개혁은 외면하면서 실효성 없는 정치적 구호로만 접근하고 있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납세자연맹이 자체 추산한 바에 따르면, 내년 세제개편안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상당수 근로소득자들은 내년에 대중교통비 소득공제를 추가로 받지만 신용카드 공제가 20%에서 15%로 줄고, 명목임금인상액에 대해 소득세와 건강보험료를 올해보다 더 내게 돼 실질임금이 감소하게 된다.

 

세제개편에 따라 신규 소득공제 항목이 늘어나지만 공제요건이 까다로워 감면혜택은 적은 반면 폐지 또는 축소되는 소득공제 항목은 공제규모가 커 전체적으로 세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맹에 따르면, 정부 계획대로 장기주택마련저축 소득공제·비과세를 폐지할 경우 1206억 원(국회예산정책처 자료), 신용카드소득공제 축소(20%⟶15%)로 1,627억원(납세자연맹 추정치)의 증세효과가 각각 예상된다.

 

정부는 세제개편으로 서민·중산층, 중소기업은 2,400억 원 감세효과가, 고소득자와 대기업에는 1조6500억 원 증세효과가 각각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그러나 신용카드공제축소에 따른 증세효과를 세수효과에 반영하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증세금액은 축소하고 감세는 부풀린 정황이 있다는 지적이다. 서민·중산층도 세 부담이 늘지만 정부가 그런 증세효과를 미미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납세자연맹은 이와 함께 “정부가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더 걷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이는 대다수 서민들의 ‘반(反)부자 정서’에 편승한 인기영합주의에 불과하다”고도 비판했다.

 

우리나라 세제의 본질적인 문제는 소득세비중(2010년 기준 국세 중 21%)이 낮고 간접세비중(2010년 기준 53.1%)이 높은 데다, 간접세 중에서도 역진성이 매우 큰 교통세, 주세, 담배소비세 비중이 높아 세금이 빈부격차 해소는커녕 ‘부익부 빈익빈’을 되레 조장하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납세자연맹은 당정은 물론 야당조차 이런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고 고소득자에 대한 38%의 최고 소득세율 적용 구간을 낮추는 문제에만 집착한다고 비판했다. 연맹은 “지금도 소득 상위 12.5%가 소득세 세수의 91.7%를 부담하고 있다”는 조세연구원 자료를 인용, 한국 소득세의 문제는 소득세 비중이 낮은 것이지 소득세 중 고소득자의 상대적인 부담이 낮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납세자연맹은 신용카드소득공제 축소 등 생계가 어려운 서민·중산층에 대한 모든 증세에 반대하며 서민들의 전체적인 조세부담의 증가가 없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서민생계 위협하고 빈부격차 심화시키는 교통·에너지·환경세를 대폭 인하하는 등 간접세비중을 낮추고 소득세 비중을 올리는 방향으로 조세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근로소득보다 금융소득에 무겁게 과세해야 하며, 종교인도 소득이 있다면 당연히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내놨다.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우리나라는 공공부분 투명성이 낮고 부정부패 수준이 높기 때문에 재정지출을 늘리면 서민과 중산층이 세금은 많이 부담하고 혜택은 적게 받아 빈부격차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부자들은 누진 과세되는 근로소득이외의 다양한 소득을 얻고 세무공무원을 매수하거나 전문가 도움을 받아 조세를 회피할 수 있다”면서 “국민들은 ‘부자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복지재원으로 쓰겠다’는 정치인들의 말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복지재원의 상당부분은 서민·중산층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면서 “불황기에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을 늘려 생색내기용 복지정책만 골몰하지 말고, 국민 소득수준에 맞춰 세금낭비요인을 없애고 정부지출 자체를 줄여라”고 덧붙였다.

한민우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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