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자의 무비스토리 (24)] 무서운 이야기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언어장애를 가진 살인마(유연석)에게 납치돼 생사의 기로에 놓인 여고생(김지원)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이야기’들을 들려준다는 내용의 공포괴담 <무서운 이야기>.
영화 속에 등장하는 네 편의 이야기를 연출한 것은 바로 <기담> 정범식, <스승의 은혜> 임대웅, <키친> 홍지영,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김곡, 김선 등 충무로에서 내로라하는 다섯 명의 실력파 감독들이다.
이렇게 심혈을 기울여 탄생한 정범식 감독의 오누이 괴담 <해와 달>, 임대웅 감독의 고공 스릴러 <공포 비행기>, 홍지영 감독의 자매 잔혹사 <콩쥐, 팥쥐>, 김곡, 김선 감독의 언데드 호러 <앰뷸런스>를 단 한 번에 만나 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를 제공하는 영화 <무서운 이야기>.
산 속 깊은 곳의 정체 모를 산장,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외딴 길, 어딘가 비밀을 숨기고 있을 법한 으스스한 분위기의 폐가... 이렇게 공포 영화들에 단골처럼 등장해 공포감을 조성하는 장소들이 <무서운 이야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무서운 이야기>가 더욱 무섭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의 일상과 함께 하는, 가장 익숙하고 안전하다고 믿었던 장소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 어느 곳보다도 편안한 내 집(<해와 달><콩쥐, 팥쥐>), 매일같이 출근하는 일터(<공포 비행기>), 환자를 응급 구조하기 위해 파견되는 구급차(<앰뷸런스>)가 순식간에 생명을 위협하는 끔찍한 공간으로 돌변하는 순간, 관객들은 피할 수 없는 공포와 마주하게 되는 것.
또한 <무서운 이야기>의 공간들은 한결같이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폐쇄성을 띠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해와 달>에서 집 밖으로 탈출을 시도하는 남매는 아파트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잠겨 있는 출입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공포 비행기>의 스튜어디스 소정은 3만 피트 상공의 비행기 안에서 연쇄 살인마와 단 둘이 남게 되는 최악의 상황에 처한다. <콩쥐, 팥쥐>의 공지는 자신의 방에 갇혀 간절히 기다려 온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박지 역시 민회장의 미로 같은 저택에서 갇힌 채 죽음의 공포와 맞닥뜨리게 된다. 빠져나갈 수 없는 공포는 <앰뷸런스>의 질주하는 구급차 역시 마찬가지다. 심지어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여고생 역시 연쇄살인마의 집에 납치돼 손발이 묶여 있다.
이렇듯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폐쇄된 공간은 <무서운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물론 관객들까지 옭아매며 가장 중요한 공포 장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귀신보다 폐쇄된 공간이 주는 공포, 어쩌면 나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일, 우리가 뉴스에서 흔히 봐왔던 이야기, ‘어쩌면 이럴 수도 있겠다’는 현실감 있는 에피소드 등으로 관객들을 공략한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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