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물원, 멸종위기동물 '바다악어' 국내 최초 번식 성공
[시사타임즈 = 박수연 기자] 서울동물원이 현존하는 파충류 중 최대크기(수컷 평균 6M)를 자랑하며 세계 최강 포식자로 불리지만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놓인 희귀동물 ‘바다악어’를 국내 최초로 인공 증식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제공 : 서울시. ⒞시사타임즈
특히 이번 번식 성공은 사이티스(CITES)Ι급으로 지정된 멸종위기 동물 바다악어의 종 보전 기반을 다졌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국내에서 바다악어는 서울동물원, 테마동물원 쥬쥬, 코엑스 아쿠아리움 세 곳이 각각 4마리, 9마리, 1마리씩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번식에는 번번이 실패해 왔다. 이번 성공으로 국내 총 14마리이던 바다악어는 17마리가 됐다.
서울동물원은 지난 8월 인공부화기를 통해 인공 증식에 성공한 바다악어 3마리 '씽씽이', '쑥쑥이', '싹싹이'를 11월7일 서울동물원 남미관에서 일반 시민에게 첫 공개한다고 밝혔다.
부화 당시, 몸길이 약 28.5cm, 80g에 불과하던 새끼악어는 11월 2일 현재 38.5cm, 135g으로 성장했다. 향후 성체가 될 경우 몸길이 약 6~7m에 몸무게는 약 1톤까지 자라게 된다.
물속 산란부터, 어미 흥분 등 위기 연속
서울동물원 남미관 사육사들은 지난 3월경부터 바다악어의 산란과 부화를 돕기 위해 은신처용 지붕을 설치했다. 관람객들로 인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바닥에 흙을 깔아 산란환경을 조성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싹싹, 쑥쑥, 씽씽(왼쪽부터). 사진제공 : 서울시. ⒞시사타임즈
그 결과 지난 5월13일 암컷 한 마리가 15개의 알을 물속에 산란하는 경사를 맞았다. 그러나 바다악어의 알은 물속에서는 부화가 매우 어렵다. 파충류의 알은 숨구멍이 하나여서 숨구멍이 다치지 않도록 어미악어가 낳은 그 상태 그대로 인공부화기에 넣어야 하는데 물속에 낳은 알은 그대로 옮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3일 뒤인 5월16일 다른 개체로부터 23개의 알이 연이어 물속에서 발견됐다. 서울동물원 바다악어는 암컷과 수컷 각각 2마리씩 보유하고 있다. 두 마리 암컷 모두가 이틀에 걸쳐 각각 15개, 23개의 알을 낳은 것이다.
하지만 국내 모든 동물원에서 지금껏 바다악어가 부화에 성공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동물원 식구들은 바다악어 탄생에 회의적이었다. 과거 2010년 60개의 알을 낳았지만 부화는 모두 실패했었다.
이처럼 바다악어 알을 인공부화기에 옮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알의 상하 위치가 틀어지지 않도록 그대로 물에서 건져내야 한다. 하지만 극도로 예민해진 어미악어는 자기 알에 접근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어미악어가 다른 곳에 신경을 쓰도록 유인한 상태에서 가까스로 알을 건져 내는데 성공했다.
담당사육사들은 방사장의 온․습도가 자연부화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알을 어미 곁에 놔두면 전부 죽게 된다는 판단에 따라 알을 수거해 인공부화기를 활용하기로 했다.
38개 알 중 3개만 성공 … 부화 성공사례 없어도 난관 극복
총 38개의 알을 5대의 인공부화기에 나눠 담고 31.6℃와 95%의 습도를 유지했다. 5월20일경이 되자 알에 흰 띠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인공부화기에는 띠가 뚜렷하게 드러난 12개의 알만 남았다. 띠가 생기지 않는 알은 무정란으로 38개 중 유정란이었던 12개의 알 가운데 5개는 부패되고 나머지 4개는 부화 중 폐사해 부화에 실패했다.
띠가 형성된 바다악어 알과 씽씽이 부화당시. 사진제공 : 서울시. ⒞시사타임즈
인공부화기의 흙(부엽토)에서 벌레도 생기기 시작했다. 부화기 주변에 해충제를 놓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대로 놔두면 벌레가 알에 파고들 수 있었다.
사육사들은 외국 선진동물원을 비롯해 수소문 끝에 타 동물원으로부터 샴악어를 부화시킬 때 질석을 사용했다는 정보를 얻었다. 원예에 주로 쓰이는 부엽토를 광물인 질석으로 바꾸니 벌레가 사라지고 부화환경이 쾌적해졌다.
94일이 지난 8월14일 새끼악어가 처음으로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는 극적인 드라마가 펼쳐졌다. 사육사는 곧바로 새끼악어를 특별사육장으로 옮겼다. 새끼악어는 들어가자마자 주변을 살피더니 물 안으로 들어가 헤엄을 쳤다.
사육사가 손쉽게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알을 살짝 깨트려 주자 곧바로 알을 깨고 나왔다. 사육장으로 옮긴 새끼악어는 머리를 만져주면 스르르 눈을 감는가 하면, 악어소리를 흉내 내면 그대로 따라할 정도로 영리했다. 사육사는 너무나 씽씽하게 활동하고 있는 새끼악어에게 ‘씽씽이’란 이름도 붙여 줬다.
8월20일 둘째 새끼악어가 알을 깨고 태어났다. 둘째는 셋 중 가장 사나우면서도 유일하게 사육사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알을 깨고 나왔다. 다음 날인 21일에 연이어 셋째가 태어났다. 사육사들은 혼자 힘으로 태어난 둘째를 ‘쑥쑥이’, 순한 성격을 가진 셋째에겐 ‘싹싹이’란 이름도 지어 줬다.
바다악어 인공증식에 성공한 서울동물원 3년차 사육사인 남미관의 신선화 주무관은 “바다악어 부화에 성공한 사례가 없어 정보를 얻기 힘들어 해외의 관련 도서를 찾아보거나 비슷한 생태습성을 가진 샴악어의 경우를 참고했다”고 말했다.
바다악어는 점차 사육사의 손을 물기도 하고 붕어 등 물고기도 사냥하며 점차 야생성을 찾아가고 있다.
세계 최강 포식자 '바다악어' … 국제적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
바다악어는 성체가 될 경우 몸길이 6~7미터(수컷), 최대 1톤의 무게를 자랑하는 먹이사슬 최상위에 있는 포식자이다.
바다악어 성체(왼쪽-수컷, 오른쪽-암컷). 사진제공 : 서울시. ⒞시사타임즈
육지건 물속이건 자신의 영역 안에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잡아먹는다. 사람은 물론이고 상어․버팔로․호랑이 등 포식대상을 일일이 열거하는 게 무의미하다. 지능이 뛰어나고 소리를 통해 다른 악어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영리한 동물이기도 하다.
바다악어는 파충류 중 가장 큰 종이자 바다에서도 살 수 있는 유일한 악어다. 악어 중에서도 가장 공격성이 두드러져 사납고 포악하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바다악어는 동물에 의한 가장 큰 재앙(The greatest disaster suffered from animals)이라는 항목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갔다.
태평양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던 1945년, 미얀마의 람리섬에서 영국과 일본의 전투가 벌어졌다. 수세에 몰린 약 900명의 일본군이 본 병력과 합류하기 위해 바다악어가 사는 습지지역을 통과하게 됐다. 그 날 절반에 가까운 400명의 일본군은 바다악어의 영역을 침범한 대가로 무참히 목숨을 잃었다. 바다악어는 ‘가장 큰 재앙(the greatest disaster)’이라는 기록적인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이 동물도 서식지 파괴와 가죽을 노린 무분별한 남획으로 현재는 CITES 1급으로 지정된 국제적 멸종위기 동물이다.
이원효 서울대공원장은 “멸종위기 동물의 종 보전을 위해 다각적인 현장지원과 생태연구로 서울동물원이 명실상부한 자연생태계 보고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연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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