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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서울시, ‘범죄 예방 디자인 프로젝트’ 발표

서울시, ‘범죄 예방 디자인 프로젝트’ 발표

걷기도 무서웠던 염리동 골목길 ‘디자인으로 범죄예방’

 

[시사타임즈 = 김혜경 기자] 서민보호치안강화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서울 마포구 염리동. 그러나 좁은 골목길엔 CCTV 하나 보이지 않고 조명은 어둠침침하다. 과거엔 마포나루를 거점으로 하는 소금창고가 많아 인심이 후한 동네로 유명했지만 최근 개발이 지연되면서 원주민 비율이 급격히 줄고 세입자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급속하게 유입, 주민 간 갈등 요인이 많아졌다. 여성거주자 비율이 상당히 높지만 밤이면 상점도 거의 문을 닫아 무슨 일이 일어나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실정이다.

 

서울시가 이와 같이 주민들이 범죄나 안전 문제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두 곳을 ‘범죄 예방 디자인 프로젝트’ 시범 사업지로 선정, 범죄예방디자인(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적용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시는 절도, 폭력 등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범죄의 발생률을 낮추겠다고 17일 밝혔다.

 

한 곳은 전형적인 달동네로 꼽히는 ‘마포구 염리동’, 또 한 곳은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자 학생들의 가정환경이 열악하고 사회경제적 수준이 매우 낮은 특성을 갖고 있는 ‘강서구 가양동 공진중학교’다.

 

             소금지킴이집’라는 이름의 노란색 대문 집. 밤에도 불이 켜지는 지킴이집은 사인조명으로

             입구를 밝히고 집 앞에 비상벨과 IP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사진제공: 서울시. ⒞시사타임즈

 

               강서구 공진중학교에 설치된 드림그라운드 암벽. 사진제공: 서울시. ⒞시사타임즈


서울시는 범죄심리학자, CPTED 분야 전문가, 경찰청 관계자, 아동청소년 전문가, 행동심리학자, 커뮤니티디자인 및 서비스디자이너 등 총 10인의 ‘범죄예방디자인위원회’를 구성, 위원회의 의견을 수렴과 현장방문을 통해 지역 및 학교 각 1개소를 시범지역으로 선정했다.

 

이와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영국과 호주의 범죄예방디자인 기관 대표 등 4명과 함께 마포구 염리동 현장 공개 행사를 갖고,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범죄예방디자인(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이란 디자인을 통해 범죄 심리를 위축시켜 범죄발생 기회를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하는 디자인.

 

이번 ‘범죄 예방 디자인 프로젝트’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서울시 디자인’ 의 첫 번째 사업으로서, 시는 앞으로도 다양한 사회문제와 디자인을 접목한 정책을 통해 도시 시설물 등에 집중했던 기존 공공디자인 정책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서울시의 이번 시범사업은 저소득층이 밀집한 기존 시가지에 CPTED 기법을 적용한 최초의 사례로 주목된다. 그동안 은평뉴타운 등 대규모 개발·신축 아파트엔 건축설계에 CPTED 기법을 반영한 적이 있었으나, 구 시가지에 적용한 경우는 없고 기존 시가지에 적용한 해외 사례도 알려진 게 없다.

 

서울시는 사후조치 위주였던 범죄대책에서 탈피, 디자인을 통해 환경적 문제점을 사전에 해결하는 예방책으로 전환함으로써 현재 대부분 취약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는 각종 범죄에 대한 발생률을 낮추고, 이로 인한 연간 20조원의 사회적비용을 대폭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민 참여로 공동체를 회복함으로써 이웃 간 무관심 역시 해소해 나갈 수 있다.

 

각종 범죄로 인해 지출되는 연간 사회적 비용은 20조원(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범죄 유형별로 보면 서울시의 경우 5대 범죄 중 절도와 폭력이 95%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장소별로는 전체 중 노상이 62%를 차지한다. 시간대별로는 20시~새벽4시가 41%로 가장 많다.

 

특히 범죄심리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범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절도, 폭력은 취약한 물리적 공간에 기인한 환경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범죄로서, 특히 공동체의 부재와 이웃 간의 무관심이 범죄발생률을 높이고 있다.


               사진제공: 서울시. ⒞시사타임즈



시는 내년에는 올해 시범사업지 두 곳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주관으로 평가, 보완하고, 염리동 시범사업 현장의 경우 마을공동체 프로그램과 연계해 운영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또 지역 1곳과 공원 3곳에 대한 시범사업을 추가로 실시하는 한편, 학교는 1개소를 추가 선정해 컨설팅 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는 범죄예방디자인 사업은 이제 출발 단계로서, 단기간에 완성되는 일이 아니고 현장에서 뿌리 내리고 과정을 통해 성숙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2013년에도 물리적 환경의 운영 관리 및 공동체 프로그램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문철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장은 “범죄, 고령화, 자살, 인권 등 각종 사회 문제이자 시민 삶 속의 문제를 디자인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론을 개발해 나가겠다”면서 “도시 보다는 시민을 위한 디자인, 시설을 넘어 삶을 개선하는 디자인,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 만들어가는 디자인 정책을 펼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김혜경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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