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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 시사종교칼럼 ] 어둠의 인생 터널을 걸어가는 이들에게!

[ 시사종교칼럼 ] 어둠의 인생 터널을 걸어가는 이들에게!
 

 

 

▲엄무환 목사 ⒞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엄무환 목사] 연세가 드신 부모님과 함께 살던 A는 20대 중반의 다소 늦은 나이로 군에 입대했다. 경비일을 하시는 아버지와 몸이 편찮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던 A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어려서부터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삶을 살아야만 했다.

  

그래선가 몸집이 제법 나감에도 불구하고 A는 쉽게 감기에 걸리고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았으며 턱관절에도 문제가 있는 등 전체적으로 건강이 부실한 상태였다. 모르긴해도 영양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A에게 나타나는 문제는 건강문제만이 아니었다. 가슴 속에 품고 있는 분노감정 역시 문제였다. A는 수시로 분노감정을 표출했다. 그 분노감정은 내뱉는 말 속에 베어져 나왔다. 뿐만 아니라 매사에 부정적 태도도 드러냈다. 이러한 태도들은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관계에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A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왜 자신에게 분노감정이 있으며 매사에 부정적 태도를 드러내는지 그 원인을 알려고도 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A를 조용히 불러 차에 태워 어디론가 데려갔다. 그 어디론가는 바로 군 부대인근에 있는 지역의 약국이었다. 당시 A는 감기 몸살로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A에게 약을 사주기 위해 약국에 데려간 것이다.

 

A는 놀라운 기색을 보이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A에게 종합 영양제를 사주었다. 툭하면 감기에 걸리는 A의 건강상태를 지켜보면서 아무래도 영양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몸이 부실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나름 판단되어 영양공급을 통한 근본적인 체력강화를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 한 것이었다.

 

어느 날 A를 조용히 불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가정형편을 여쭈었다. A는 마음 문을 열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하나씩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알게된 사실은 A의 아버지는 경비 일을 하고 계시며 어머니는 무릎관절 등에 이상이 생겨 가사 일도 제대로 돌볼 수 없는 상태인지라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간병해줄 사람이 없어 수술을 못하고 계시다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수술을 받기 위해선 자기가 어머니 곁에 있어야 하는데 군 복무 중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고민이 여간 아니라는 것이었다.

 

A에게 4박 5일 포상휴가증을 한 장 건넸다. 지난 해 성탄절 때 육군참모총장님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을 때 함께 받은 4박 5일 휴가증을 공식적으로 A에게 수여한 바가 있고,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장병들에게 1박 2일 휴가를 허락해 준 것도 있기 때문에 정기 휴가와 함께 이 모든 휴가를 사용할 경우 보름 이상 휴가를 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어머니가 수술 받으실 때 옆에서 간병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 위한 조치였다. 물론 부대 지휘관에게 연락하여 A의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A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선물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건네자 A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얼굴이 밝아졌다. 그리고 자신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 스스로 본을 보이는 삶을 실천해 나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의 모습은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예전에 보지 못했었던 A의 기도하는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A는 기도가 되어진다고 고백했다. 억지로 기도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전에는 기도할 힘마저 없었단다. 아니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해야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가정환경이 A의 마음에 무력감과 좌절감을 불어넣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희망을 찾아보기 어려운 가정환경이라는 현실 속에서 A는 한창 의욕적인 삶을 살아야할 20대 중반의 젊은이임에도 불구하고 삶의 의욕을 잃어버림으로 수심어린 얼굴과 마음속에 끊임없이 일어나는 분노감정과 부정적 감정의 포로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A에게 조그마한 관심을 보이고 A의 필요를 채워주려는 몸짓을 시도하자 A의 삶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가슴에 응어리진 분노감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 같아 보였으며, 얼굴이 환해졌고, 겸손한 자세와 섬기는 삶의 모습이 확연하게 나타났다.

 

 

A는 드디어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달라진 A의 모습에 주변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그래서 A를 소그룹 리더로 세웠다. 그리고 A에게 매주 스터디 과제를 부여하고 어떻게 섬겨야할 것인가를 설명한 후 A로 하여금 소그룹을 인도하도록 기회를 제공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A는 기대한 것보다 훨씬 뛰어나게 소그룹을 인도했다.

 

감사한 것은 A가 자신과 같이 어려운 환경에 처한 동료나 후임병사들에게 자신의 삶을 간증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무엇보다도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인해 마음이 짓눌려 삶의 의욕을 상실했었지만 지금은 삶의 의욕을 되찾아 희망이라는 싹을 틔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A의 얼굴과 행동에서 이 메시지를 선명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A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나 역시 A와 같이 어려운 가정환경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아버지가 중병에 걸려 일을 하실 수 없게 됨으로 내가 가장 역할을 해야만 했던, 그래서 사춘기 청소년 시절이 나에겐 없었으며, 오직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짐 때문에 꿈이라는 단어조차도 나에겐 사치스러운 그런 환경을 경험했었다.

 

하지만 나에게 사랑의 손을 내밀어주신 분이 계셨다. 교회 목사님과 전도사님이셨다. 그분들은 나에게 꿈을 심어주셨고 희망의 싹을 틔어 주셨으며 오늘의 내가 있도록 정신적인 신앙의 자양분을 공급해 주셨다.

 

현재 난 군 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주위엔 많은 젊은 병사들이 있다. 그들 중엔 A와 같은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또는 사랑했던 연인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것 때문에 삶의 의욕을 상실한 나머지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심적 방황의 계곡을 걸어가는 젊은이들이 있다. 때론 이런 어둠의 인생 터널을 혼자 걸어가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난을 겪어봐야 정신적 성장과 성숙이 도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길어지게 해선 안된다. 그때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사랑의 손길을 내밀어 준다면 A처럼 다시 삶의 의욕을 갖고 희망의 노래를 부르며 고난과 역경을 기꺼이 헤쳐 나갈 수 있는 젊은이로 세워지게 될 것이다.

 

내 주위엔 A와 같이 나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이 반드시 있다. 그리고 내 주위엔 나를 도와줄 사람도 반드시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사람을 통해 당신의 사랑을 공급하시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고난과 역경이라는 원치 아니하는 환경과 맞닥뜨릴 때가 수시로 있다.

 

그럴 때마다 난 이 말씀을 기억하며 기도의 두 손을 모은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에게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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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무환 목사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