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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읍시다 (676)]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한스 라트 저 | 박종대 역 | 열린책들 | 320쪽 | 12,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 한스 라트의 장편소설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신은 존재하는가’,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자못 심각한 주제를 유머러스하고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로 그려 냈다.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심리 치료사에게 ‘신’을 자처하는 수상한 사내가 심리 상담을 의뢰해 오면서 시작되는 유쾌한 소동이 담겼다. 독일에서 1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심리 치료사 야콥과 자칭 ‘신’이라는 남자 아벨이 작품의 두 주인공이다. 둘의 공통점이라면 현재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 심리 치료사 야콥은 이혼과 파산으로 자기 문제를 감당하기도 벅찬 상태다. 손님 없는 심리 치료사 일도 접을까 고려 중이다. ‘고민 많은 신’ 아벨은 아르바이트로 서커스 광대 일을 하는 중이다. 신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인다.
야콥은 아벨을 정신이상자로 확신하면서도 왠지 모를 호감을 느끼고 상담 의뢰를 받아들인다. ‘신’의 고민은 무엇이고, 야콥은 과연 그를 도울 수 있을까? 환자와 치료사 관계가 되자마자 두 사람이 맨 먼저 하는 것은 함께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는 일이다. 아벨은 타인을 ‘사칭’해 온 전과가 화려했다. 의사, 비행사, 판사, 건축가…. 아벨은 사칭한 것이 아니라 모두 면허가 있고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일생의 역사를 말하라고 하면 ‘빅뱅’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이 남자의 말을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동행이 계속될수록 마냥 정신이상자로만 보기 어려운 아벨의 예사롭지 않은 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웃음 나는 사건들과 예측 불허의 스토리 전개, ‘신’과 치료사의 대화 속에 진지한 질문들이 모습을 바꾸고 숨어 있다. 진짜 신이 우리 옆에 있다면 우리는 그를 알아볼 수 있을까? 그가 어떤 증명을 해보여야 우리는 그가 신이라는 사실을 믿을까?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세상의 모습은 어떨까?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이 되었을까, 그 반대일까?
작품의 제사로 인용된 “신이 없더라도 우리는 신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라는 볼테르의 말은 작품의 주제를 잘 함축하고 있다. 작품을 다 읽고 나면 더욱 와 닿는 명제다. 신의 존재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은 어떻게든 신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떤 신을 필요로 할까? 이 작품을 우리말로 옮긴 역자는 말한다. “이렇게 익살맞고 능청스러운 신이 있다면 이 고달픈 삶도 그렇게 외롭진 않을 것이다.”
한스 라트는 경쾌하고 빠른 이야기 전개 위에 진지한 문제의식을 얹어 내는 방식으로 많은 열성팬을 얻은 작가다. 한국에는 그의 대표작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를 통해 처음 소개된다.
작가 한스 라트 소개
1965년 독일 서부의 농촌 도시 슈트랄런, 작가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농사나 원예에 소질이 없는 사람은 공부를 해야만 하는 곳’에서 태어났다. 본 대학에서 철학과 문학, 심리학을 공부했다. 주유원, 건설 노동자, 무대 기술자, 연극 평론가 등 다양한 직업세계를 전전하다 40세에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시나리오 작가로 먼저 글을 쓰기 시작해 역량을 인정받으면서 많은 영화 작업에 참여했다. 영화 작업을 통해 다져진 경쾌한 문체, 빠른 호흡, 재치 넘치는 입담, 흡인력 있는 스토리 전개 위에 문제의식을 실은 소설을 발표하면서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급부상했다.
인생과 사랑에 쥐어뜯기는 남자 파울을 주인공으로 한 연작 장편 『할 수 있는 만큼 해야지』 『그걸 겪어 봐야지』 『뭘 또 원해』로 많은 열성팬을 만들어 냈고, 실패한 심리 치료사 야코비를 주인공으로 하는 연작 장편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악마도 때로는 인간일 뿐』으로 그 인기를 이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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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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