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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18)] 인생만화

박재동 글,그림 | 열림원 | 344쪽 | 12,000원

 

 

그림쟁이 박재동이 담아낸, 한아름 꽃 같은 우리네 삶의 이야기들

“들에 핀 꽃을 보면 세상의 모든 들꽃을,

풍경을 보면 모든 풍경을,

사람을 보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 이야기를

수없이 담아내고 싶다.”

-본문 중에서

 

시사만화의 큰 인물, “한국 시사만화는 박재동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라고 할 만큼 시사만화의 역사를 바꾸었던 박재동 화백이 촌철살인의 풍자가 아닌, 한아름 꽃을 안고 찾아왔다.

 

“진달래가 피면 진달래를 그려야 하고, 개나리가 피면 개나리를 그려야 하는”(130쪽) 사람. 출근길 지하철에서 곤하게 자는 남자를 보았을 때도, 사무실 근처에서 오뎅을 파는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하다가도, 아침상에 올라온 꽃게장 앞에서도 일단 그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 그것을 “행복한 천형”(129쪽)이라 말하는 천생 그림쟁이.

 

‘우리의 인생이란 만 가지 꽃[萬花]이 아니겠는가’라는 뜻의 『인생만화(人生萬花)』는 그림쟁이 박재동 화백이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과 지인들, 철마다 피고 지는 꽃들, 음식 등 일상의 한가운데에서 마주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그의 “눈이 머무는 대로”(129쪽) 손바닥만 한 스케치북에 “힘을 빼고 천천히”(178쪽) 담아낸 이 91장의 그림과 이야기들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두 해 동안 <한겨레신문>에 ‘박재동의 스케치’라는 이름으로 연재됐다.

 

어깨에 힘 주지 않는 진솔함으로, 손끝이 아니라 마음에서, 삶에서 길어올린 박재동의 『인생만화』는 고단하고 숨가쁜 하루하루지만, 잠시 한숨 고르고 돌아보라고, 이렇게 아름다운 꽃들이, “가슴에 하얀 박꽃을 안고 사는”(25쪽) 우리 이웃들이 지금 여기에 한아름 꽃으로 피어 있다고 일러준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대상을 사랑하는 일이다.”

저자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대상을 사랑하는 일”(129쪽)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그림이란 그리려는 대상을 ‘피사체’로서가 아니라 서로 “대화하고, 친해지고,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게 해주는 다리이다. 또한 그에게 그림은 “혼자 보고 듣고 생각하기 아까워 나누려 애쓰는 것”(70쪽)이기도 하다. 그는 그것이 예술의 본질이 아닐까, 라고 묻는다.

 

그 때문인지 『인생만화』에는 사람 이야기, 음식 이야기가 유독 많다. 고향의 유곡 아지매, 남의 집 머슴 살다가 돈 벌러 일본에 건너갔었다는 할배, 인도에서 온 이주노동자 하산, 추운 겨울날 전병 파는 여자아이, 동네에서 휴지 줍는 할머니, 꽃게장, 김치찌개, 홍시, 광어, 한라봉…….

 

특히 사람 이야기들은 저자가 <한겨레 그림판> 시절에 우리에게 전해주었던 코끝이 찡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을 ‘민중성’ 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애정’ 등으로 이름 붙일 수도 있겠지만, 박재동이 그린 우리 이웃의 얼굴에는 이러한 말 속에 은근히 숨겨져 있는 ‘내려다보는 마음’ 혹은 ‘젠체함’도 없다. 인간애가 가득한 건강한 성품, ‘사랑하고 나누려는 마음’이 그 그림들 속에 담겨 있다.

 

박재동의 그림은 천진하다. 보고 있으면 기운이 난다. 도심에 너구리가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지인들과 모여 ‘너구리 사랑 콘서트’를 하던 밤을 그린 춤추는 너구리들(99쪽), 온 하늘에 가득한 옥수수 튀밥(91쪽), 소녀로 돌아가 단발머리에 코스모스를 들고 있는 어머니(107쪽)……. 밥벌이에, 세상살이에 쫓겨 우리가 잊고 있던 것들이 그 속에 담겨 있다. 작지만 ‘큰’ 그림. 천진하고 호탕하게 웃으며 지친 어깨를 다독여주는 듯한 ‘진국’ 같은 그림들이다.

 

 

작가 박재동 소개

 

미술교사출신의 시사만화 작가 경력을 가진 애니메이터. 1953년 경상남도 울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휘문고, 중경고 등에서 미술교사 생활을 했다.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가 전반적인 민주화 추세로 진전될 때 한겨레신문의 1칸 만평작가로 데뷔, 직선적이면서도 호쾌한 시사풍자만화의 전범典範을 보여준 주인공. 그가 한겨레신문을 통해 8년여 선보인 ‘한겨레 그림판’은 1980년대 후반 신문시사만화의 한 방향을 제시한 수작秀作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박 화백은 8년간 연재한 한겨레신문사를 퇴직, 지금은 애니메이션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한겨레 그림판 은 지금도 많은 독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1990년대 명작 시사만화’였다.

 

그 외에 장편애니메이션 영화 '오돌또기', '별별이야기', '사람이 되어라'의 감독을 맡았으며, 우리만화 발전을 위한 연대모임의 회장을 역임했다. MBC 뉴스데스크 '박재동의 TV만평'을 감독하기도 했다. '제4회 민주 언론상'과 '제1회 한겨레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교수로 재직하며 시사만화가로 활동 중이다.

 

지은 책으로 『환상의 콤비,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목 긴 사나이』, 『제억 공화국』, 『만화 내사랑』, 『한국 만화의 선구자들』, 『악! 법이라고?』, 『똥깅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외 다수가 있다.

 

출처=열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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