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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22)] 달의 문


이시모치 아사미 저 | 김주영 역 | 씨네21북스 | 325쪽 |12,000원

 

이시모치 아사미는 브리콜라주의 명수이다. 브리콜라주란 한정된 소재와 도구를 조합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기술을 말한다. 재료 선택 및 임기응변이 뛰어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다양한 소재의 특징을 사전에 머릿속에 넣어놓고 최적의 소재를 그 상황에 맞게 끄집어낼 수 있는 유연한 두뇌와 솜씨가 갖춰졌을 때 비로소 브리콜라주는 가능해진다. 이러한 능력을 두루 갖춘 작가가 바로 이시모치 아사미이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은 1980년대 말 폭발적으로 종수와 작가군이 늘어나면서 장르문학으로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익숙한 등장인물과 여기저기에서 등장한 도구들이 늘어나면서 독자들은 비슷비슷한 미스터리 소설에 질려가고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작가들이 등장하며 일본 미스터리의 계보를 잇고 있다. ‘관’ 시리즈를 세상에 알린 아야쓰지 유키토, ‘일상의 수수께끼’를 제안하면서 미스터리를 전개시킨 기타무라 카오루 등 이시모치 아사미는 이들의 계보를 이을 작가로 최근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이다.

 

《달의 문》은‘하이잭’ ‘밀실 살인’ ‘환상성’이 세 요소를 합체시키는 고난이도의 실험에 도전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인터넷 서평 등을 살펴보면 일반 독자들의 평가와도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실험을 이시모치 아사미가 최초로 시도한 것은 아니다. 하드보일드와 퍼즐의 합체는 구로카와 히로유키가 《절단》이라는 작품에서 선보인 바 있다. 또한 퍼즐과 환성요소의 결합도 이미 다른 작품에서 시도된 바 있다. 이시모치 아사미는 두 가지가 아닌 세 가지 요소를 적절히 배합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다보면 여러 일이 생긴다. 서로를 증오하고 싸우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고통을 받는다. 기근, 태풍,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도 입게 된다. 따라서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이들을 극복하는 강인함을 익히는 것과 같다. 이렇게 강하게 살다보면 피치 못하게 체내에 더러움이 쌓여간다. 이런 더러움이 가득 쌓인 상태에서 인간은 죽는다. 인간은 죽으면 ‘재생의 세상’으로 가는데 그곳에서 사는 동안 쌓였던 더러움을 털어낸다. 그렇게 더러움을 깨끗하게 털어내면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

 

이런 세상의 구조를 이해한 이시미네는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강인함을 익히지 못해 상처받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어쩔 수 없이(살아갈 수 있도록) 더러움을 몸에 쌓아두는 시스템을 아이들에게 심어줬다. 이에 아이들은 몰라보게 달라져 훌륭한 성인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시미네는 자신의 이런 능력을 발휘해 사람들을 도우며 세상을 구제하고 싶지 않았다. 오히려 더러움을 쌓고 살아야 하는 세상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죽으면 재생의 세상으로 가서 깨끗해지면 무조건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나야 한다. 이에 이시미네는 죽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재생의 세상에 가기로 결심했다. 재생만 이뤄지는 평화의 세상에서 영원히 살기로.

 

이시미네는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그곳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고 마침내 찾았다. 이론상으로 가능한 개기월식이 정점에 이르는 날 밤 오키나와의 넓은 장소에 있으면 된다.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순간 재생의 세상으로 가는 문이 열린다.

바로 그 날이 7월16일 오후10시56분. 이때 이시미네와 함께 재생의 세상으로 가고 싶은 사람은 그 시각 달을 보며 이시미네를 생각하면 이시미네와 함께 갈 수 있다.

 

이시미네 옆에서 캠프 일을 도왔던 가키자키, 마카베, 무라카미를 비롯한 스태프들은 캠프에 참가했던 사람들에게 이 소식을 편지로 알린다. 이들에게 7월16일은 그들만의 대이벤트나 다름없는 날이다.

 

작가 이시모치 아사미 소개

 

1966년 에히메 현에서 태어났다. 2002년 『아일랜드의 장미』로 장편소설 데뷔했다. 2005년 출간된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는 ‘이 미스터리는 대단하다’ 제2위에 선정됐고 동시에 ‘본격 미스터리 대상’ 후보로 선정되는 등 화제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출간되는 책마다 각종 미스터리 랭킹 상위를 독점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다. 2003년 『달의 문』으로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후보에 올랐다. 저서로는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물의 미궁』『살인자에게 나를 바친다』등 이 있다.

 

출처=씨네21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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