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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24)] 좀비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조이스 캐럴 오츠 저 | 공경희 역 | 포레 | 268쪽 | 12,000원

 

『좀비―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이자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조이스 캐럴 오츠가 실존했던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제프리 다머의 이야기를 소재로 살인자의 내면을 탐구한 공포소설이다.

 

<밀워키의 식인귀>라 불렸던 제프리 다머는 열일곱 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이고 시체를 훼손하고 전시하는 등의 악행으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인물로 수감 중이던 1994년 다른 죄수의 구타로 사망했다.

 

자멸로 치닫는 폭력과 파괴, 세상의 부조리에 대한 증언을 넘어 인간성의 바닥을 그려내는 작가로 알려진 오츠는 이 작품에서 극단적이고 괴기스럽고 폭력적인 한 인간의 삶을 충격적으로 묘사한다. 납치해 온 사람에게 직접 뇌수술을 해서 주인에게 복종하는 착한 노예(좀비)로 만들려 했던 서른한 살의 사이코패스. 사실과 허구가 섞인 오츠의 이 공포소설은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탐욕적이고 광적인 사회, 거대한 괴물 같은 미국이라는 집단을 상징하는 문제작으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1996년 브램 스토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인공 쿠엔틴이 얼음송곳을 들고 했던 로보토미(전두엽 절제술)는 실제 1940~50년대 미국에서 자행됐던 뇌외과 시술의 하나로 당시 이 수술을 받은 많은 환자들이 심각한 인격변이에 시달리거나 목숨을 잃었고 이후 부작용과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가 완전히 금지된 바 있다. 마이클 디르다는 뉴욕 북리뷰에서 “오츠의 주요 주제는 인종차별, 반유대주의, 외도, 알코올중독, 종교 맹신, 여성차별, 노동자 계급의 절망, 살인에 이르는 광증이다. 결국 이런 곳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오츠는 불행하거나 사악한 등장인물을 그리는 능력이 뛰어나고 스스로 사로잡힌 우리를 아주 어두운 곳으로 데려간다”고 말했다.

 

“네 이웃이, 네 형제가, 그리고 네가 쿠엔틴이 아니라고 확신하는가?”

 

극한으로 치닫는 소름끼치는 상상력을 우울한 내러티브에 담아낸 이 소설은 일인칭 시점의 일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낮게 조아리는 듯한 내밀한 고백은 거친 드로잉들과 함께 과거와 현재의 분절된 시간을 넘나들며 이어지고, 오츠 특유의 차갑고 장식 없는 문체는 주인공의 내면에 떠다니는 불길한 신호를 찌르듯이 발신한다. 특히 그가 범행 계획을 짜면서 그려놓은 지도는 그 어떤 텍스트보다 오싹한 공포심을 환기시키며 특정 글자를 눈에 띄게 작게 쓰거나 자신이나 타인의 이름 약자에 점 대신 줄을 긋는 등의 필기 버릇은 비정상적이고 분열된 인격을 상징하는 것처럼 의미심장하다.

 

독자는 그의 일기장을 읽으면서 마치 입체안경을 쓰고 살인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심정으로 차가운 악의 우물로 빨려 들어간다. 그 한복판에 서서 연쇄살인자가 돼 헛된 희망을 품고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분노하게 되는 것이다.

 

제목 ‘좀비’는 은유나 상징의 단어가 아니라 주인공의 삶의 목표,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쓰였다. 숨 돌릴 수 있는 상상의 빌미조차 허락하지 않는 소설, 세세하고 충격적으로 범죄의 전모를 묘사하는 그 어떤 소설보다 분위기만으로도 압도적인 공포감을 주는 이 소설은 소름끼치도록 비정상적인 사건 뒤에 숨은 완벽하게 정상적인 모습을 한 인간을 그리면서 두 세계가, 두 인격이 얼굴을 맞대고 공존하고 있다는 잔인한 현실을 증명한다.

 

소설을 덮은 우리는 쿠엔틴의 세상이라는 입체안경을 벗으면서 아마 이런 질문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네 이웃이, 네 형제가, 그리고 네가 쿠엔틴이 아니라고 확신하는가?”

 

 

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 소개

 

Joyce Carol Oates 1938년 뉴욕 주 록포트에서 공구 제작자 아버지와 가정주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조이스 캐럴 오츠는 여덟 살 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처음 문학을 접하고 열네 살 때 할머니에게서 타자기를 선물받아 작가의 첫걸음을 시작한다. 가족 중 유일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시러큐스 대학에 장학생으로 진학해 열아홉 살에 「구세계에서In the Old World」로 대학 단편소설 공모에 당선됐다. 그리고 1964년 스물여섯 살 때 『아찔한 추락과 함께With Shuddering Fall』를 발표한 이후로 50편이 넘는 장편과 1000편이 넘는 단편을 비롯해 시, 산문, 비평, 희곡 등 거의 모든 문학 분야에서 쉼 없이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1967년 「얼음의 나라에서In the Region of Ice」, 1973년 「사자The Dead」로 단편소설만을 위한 최고의 문학상인 ‘오 헨리 문학상’을 두 차례 받았으며 1969년 『그들Them』로 미국 출판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내셔널 북 어워드’를, 1996년 『좀비Zombie』로 브램 스토커 상을, 2005년 『폭포The Falls』로 페미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그녀가 발표하는 작품들은 매번 퓰리처상, 브램 스토커상, 펜/포크너 문학상, 오 헨리 문학상, 미국비평가협회상의 후보작으로 거론되곤 하며, 2004년부터 영미권의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위스콘신 대학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고 1962년부터 디트로이트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쳤으며 현재 프린스턴 대학 인문학부의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그녀는 현대 미국 문학을 이끄는 최고의 여성 작가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춰 평단과 독자 모두의 찬사를 받는다.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여자라는 종족』 외에 『사토장이의 딸』, 『소녀 수집하는 노인』, 『멀베이니 가족』, 『빅마우스 앤드 어글리걸』『블론드』 등이 있다.

 

출처= 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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