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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위기의 시대를 구할 리더는 누구인가

[시사타임즈 전문가 칼럼 = 엄무환 편집국장] 계서야담에 보면 조선 선조대왕 시대에 영의정을 지냈던 명 재상 유성룡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유성룡에게는 바보 숙부(치숙, 痴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콩과 보리를 가려 볼 줄 모를 정도로 바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숙부가 유성룡에게 바둑을 한 판 두자고 했다. 유성룡은 실제로 당대 조선의 국수라 할만한 바둑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이없는 말이었지만 아버지 항렬되는 사람의 말이라 거절하지 못하고 두었는데 결과는 유성룡이 져 버렸다.

 

이에 유성룡은 숙부가 거짓 바보 행세를 해 왔을 뿐, 異人(이인)이라는 것을 알고 의관을 정제하고 절을 올리고는 무엇이든지 가르치면 그 말에 따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숙부는 아무 날 한 중이 찾아와 하룻밤 자고 가자고 할 것인데, 재우지 말고 자기한테로 보내라고 했다. 실제 그날, 한 중이 와서 재워주기를 청하자 유성룡은 그를 숙부에게 보냈는데 숙부는 중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네 본색을 말하라”고 해 그가 豊信秀吉(풍신수길·토요토미 히데요시)이 조선을 치러 나오기 전에 유성룡을 죽이려고 보낸 자객이라는 자복을 받았다.

 

그리하여 유성룡은 죽음을 모면하고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영의정의 자리에서 사실상 그 국난을 극복하는 주역이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위기의 조선을 누가 구했느냐 하면 사람들이 모두 바보라고 부르던 그 異人(이인)인 유성룡의 숙부가 구했다고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에 없는 위기에 처해 있는 것 같다. 안팎의 사정이 모두 그렇다. 밖으로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으로 끊임없이 도발을 하고, 핵폭탄을 들고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우리 내부에도 보면 종북주의자들의 준동으로 인한 불안 요소가 그에 못지않게 위험한 것 같다.

 

통진당 사태를 통해 그 면모를 드러낸 종북주의자들의 활동을 비롯하여 사회 규범의 도덕적 기준과 윤리적 기준이 무너지고 있으며, 학교 폭력사태 등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자살과 연예인들의 자살 등은 현 우리 사회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게다가 유럽 국가들의 경제적 파탄으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불황이 확산되어가는 가운데서 수출일변도인 우리나라의 경제 역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엎친데 덮친격으로 점점 위기지수는 날로 더해가고 있다고 하겠다.

 

문교부와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는 석학 황산덕 교수는 그의 저서인 <復歸(복귀)>에서 “한민족은 절대로 絶滅(절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를 황 교수는 임진왜란을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는 위기를 맞으면 큰 인물들이 집중적으로 나왔는데 그것은 우리 민족이 그런 저력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라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임진왜란을 되돌아보면 황 교수의 주장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난을 전후하여 장수로는 이순신, 권율이 있었고, 정치인으로는 유성룡, 이덕형, 이항복 등이 있었으며 종교 지도자로는 서산대사, 사명대사가 있었다. 이들은 조선 오백년을 통틀어 몇 사람 나올까 말까 하는 큰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안에 이런 리더가 있는가. 누가 보아도 지금은 우리나라가 위기에 처한 것이 분명한데 이런 인물들이 있는가. 아니면 실제론 아직 우리나라가 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리더들이 보이질 않는 것인가.

 

계서야담에 나오는 유성룡의 숙부 즉 치숙(痴叔)과 같은 異人을 오늘도 난 만나고 싶다.

 

그런데 그 분은 지금 어디에 계시는 것일까.

 

엄무환 편집국장(weom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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