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허영환 기증유물특별전, ‘지도의 나라 조선’
[시사타임즈 = 박시준 기자]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은 12월14일부터 내년 2월28일(목)까지 ‘지도의 나라, 조선’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조선시대 제작된 서울지도를 비롯해 ▲지도책 ▲전국지도 ▲도별지도 ▲세계지도 ▲근대지도까지 평소 한 자리에서 만나기 어려운 다양한 지도가 대규모로 전시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현존하는 지도들 중 매우 드문 유형의 지도들이 선보인다.
단독으로 된 인본(印本, 인쇄본) 전도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팔도여지지도>(16세기)와 방안(方眼)이 표시된 팔도지도인 <동국지도>(19세기)와 조선시대 제작자가 명시된 <조선팔도고금총람도>(17세기), <천하고금대총편람도>(17세기) 등이다. 기증유물 중 <조선팔도고금총람도>(17세기, 이찬 기증)는 보물 제1602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조선팔도여지지도(16세기, 이찬 기증). <사진 출처 : 서울역사박물관>. ⒞시사타임즈
이번 전시는 다량의 지도를 기증한 이찬, 허영환 선생의 고귀한 뜻을 기리고 우리 국토와 세계에 대한 조상들의 인식을 대중에게 보여주고자 기획됐다. 조선시대부터 근대에 걸쳐 제작된 지도를 통해 지도제작의 발달과정과 이에 담긴 지리인식을 살펴보고, 아울러 조선지도의 독창성과 아름다움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했다.
우리의 옛 지도는 땅과 산의 형세를 중시하여 입체적이고 그림 같이 묘사되었다. 이는 지리정보나 지도제작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도를 바라보는 조상들의 시각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도를 길 찾는 용도로만 보지 않았던 조상들의 사고와 더불어 우리 지도가 발전해 온 발자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전시는 세 주제로 나누어 구성했다. 주제1은 600년 고도(古都), 서울을 그린 ‘지도에 새겨진 서울의 기억’, 주제2는 조선시대 국토관을 살필 수 있는 ‘조선인이 그린 우리땅 모습’, 주제3은 조선인의 세계인식이 반영된 ‘조선인이 상상한 세계의 모습’ 코너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주제1은 조선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수도였던 서울을 그린 지도 1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한양(漢陽)지도는 궁궐과 종묘․사직, 육조, 도성 등의 모습을 통해 왕조의 권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산세를 회화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해 통치자의 권위가 더욱 잘 드러난다. 개항 이후 제작된 지도에는 외국 공사관들이 표시돼 있어 열강의 진출양상과 당시 국제정세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조선팔도고금총람도(1685년, 허영환 기증). <사진 출처 : 서울역사박물관>. ⒞시사타임즈
반면 일제강점기의 경성(京城)지도는 수도의 기능을 상실하고 식민 통치공간으로 전락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서울이 수도가 아닌 경기도 소속이 됐으며, 성곽의 철거 등으로 왕조의 상징적 도시구조가 완전히 재편됐다. 광복 이후의 서울지도는 대한민국 수도로서의 위상을 회복해가는 서울의 모습을 담고 있다.
주제2는 조선인이 만든 지도책과 전국지도 등을 통해 조선인의 강역인식과 지도제작 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 조선은 통치의 목적으로 지도를 제작했기 때문에, 왕들의 관심 아래 일찍이 지리정보를 축적해 전국 지리지를 편찬했다. 또 지도제작을 위해 거리측정 및 북극고도 측정 등 과학적인 방법을 도입했다. 그러나 국토를 표현함에 있어서 북방지역은 아직까지 부정확하게 그려졌다. 조선후기에는 그간 축적된 지리정보와 강역인식의 강화, 백리척(百里尺)과 같은 지도제작 기술의 발달로 부정확했던 북방지역 및 한반도 윤곽이 실제 모습에 가깝게 재현했다.
그렇다면 조선지도는 근대의 지도와 어떻게 달랐을까. 근대의 지도는 적도와 그리니치(Greenwich) 본초자오선을 기준으로 하는 경위선 좌표체계에 의해 수치화됐다. 경위선과 색인, 범례가 있고 지도는 도로를 중심으로 도표와 같이 그려졌다. 반면 조선시대 지도는 백두산에서 뻗어 나온 산줄기, 즉 백두대간(白頭大幹)을 강조해 그렸고 오방색(五方色)으로 전 국토를 표현했다. 국토가 인체에 비유되기도 하였는데 백두산을 머리로, 백두대간은 척추, 제주도와 대마도는 양발에 비유되어 나란히 그려지기도 했다. 이러한 조선지도의 독특한 모습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동국대지도(19세기, 이찬 기증). <사진 출처 : 서울역사박물관>. ⒞시사타임즈
주제3에서는 세계지도 10여 점을 통해 조선인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조선전기 중국 중심의 동아시아 일대로 협소했던 세계관이 서양 지리지식의 유입으로 어떻게 확대되고 변용됐는지 한눈에 살필 수 있다. 특히 조선에서만 제작된 독특한 세계지도인 천하도(天下圖)를 통해서 우리 조상들의 풍부한 상상력도 엿볼 수 있다.
세계지도 코너에는 기증자 이찬 선생이 일본 류코쿠대학(龍谷大學)에 소장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사본(15세기)을 오랜 연구 끝에 모사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모사본(규장각 소장)도 전시된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1402년)는 유럽인들이 그린 아프리카 지도보다 앞서 제작된 최고(最古)의 구대륙 세계전도이다. 당시 조선인들의 넓은 지리적 세계관과 지도제작 능력, 국가적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 흥미롭다.
이번 특별전의 기증 지도는 모두 이찬, 허영환 선생이 기증한 것이다. 1세대 지리학자인 이찬 선생은(2003년 작고) 본인의 연구를 위해 평생동안 모은 지도를 2002년에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또한 미술사학자인 허영환 선생은 서울지도에 관심을 갖고 수집한 것을 1996년에 기증했다. 두 분 모두 실제 이 지도를 보고 연구했고, 또 이 지도들이 박물관에 기증된 이후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연구됐다는 것에서 이를 접하는 관람객들 역시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서 또 다르게 주목할만한 점은 기증자 및 주변인의 생생한 육성을 통해 기증자에 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영상을 통해 기증자가 지도의 어떠한 부분에 관심을 갖고 수집․연구했는지, 그 지도들이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지 들을 수 있어 보다 유익한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의 서울역사박물관 (02)724-0274~6, www.museum.seoul.kr
박시준 기자(sisatime@hanmail.net)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문화, 연예 > 공연·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정부예술의전당, 의정부역 지하철 공연 및 송년프로그램 거리홍보 진행 (0) | 2012.12.12 |
---|---|
아이들을 위한 가장 특별한 성탄 선물 ‘호두까기 인형’ (0) | 2012.12.11 |
국립국악원, 오는 14일까지 ‘공감 젊은 국악’ 참가자 모집 (0) | 2012.12.11 |
뮤지컬 ‘내 결혼식에 와줘’ 초연부터 심상치 않은 돌풍 (0) | 2012.12.11 |
국립고궁박물관, 덕혜옹주 유품 최초 공개 (0) | 2012.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