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한국희 우석헌자연사박물관 관장 - 한국박물관문화의 선진적 발전을 꿈꾸며…
[시사타임즈 = 신수식 논설위원] 지난 10여 년 동안 박물관을 운영하며 풍부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문화발전에 큰 기여를 해 온 한국희 관장이 국민대학교에서 박사학위(논문주제: 대중참여프로그램이 뮤지엄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를 받았다. 필자는 이 논문이 현장의 실무경험과 이론을 접목시킨 논문으로 학문적으로나 박물관 현장에서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따라서 그와 직접 인터뷰를 통해 그의 박사논문이 갖는 의미와 함께 그가 추구하려는 미래의 계획 등을 들어봄으로써 우리 박물관의 현주소와 문제점,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성, 박물관활성화 등을 생각해 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란 생각으로 한국희관장과 직접 인터뷰를 약속했다.
필자는 바쁜 일정으로 좀처럼 만나기 힘든 한 관장과 인터뷰를 위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고 어렵게 인터뷰가 성사되어, 지난 2월22일 오후 4시에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팔당리에 위치한 남양주역사박물관 관장실에서 인터뷰를 하였다. 아담한 관장실에서 국화차와 함께 한 관장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차분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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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희 우석헌자연사박물관 관장 ⒞시사타임즈 |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논설위원 : 먼저 관장님의 박사학위취득을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그럼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박사학위논문을 쓰시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으신 가요?
한국희 관장 : 박물관 운영에 대한 박사논문을 써야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논문을 완성하는 것 또한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50이 넘은 나이에 논문을 준비하는 것은 큰 용기와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그 용기는 가족들의 격려와 사회적 책임감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립박물관인 우석헌자연사박물관을 운영해 왔습니다. 현장에서 긴 시간 동안 박물관을 운영하면서 터득한 것은 박물관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그 설립목적과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며, 그럴 때에 박물관을 찾는 관람객들을 크게 만족시킬 수 있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관람객의 요구에 맞춰 창의적인 연구와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논설위원 : 보다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세요.
한국희 관장 : 관람객들이 만족하는 박물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중과의 소통을 중심으로 박물관의 5대 기능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하여 창의적인 운영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학술적 이론과 현장의 경험이 모두 중요하며, 이것이 조화롭게 잘 접목되어 운영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학술적 이론만이 강조되고 중시될 뿐 현장의 목소리는 간과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결과 박물관운영이 현실과 거리가 먼 그 설립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운영으로 관람객들의 관심과 흥미를 잃게 하여 예산만 낭비하는 쓸모 없는 공간이란 인식을 갖게 만드는 것이지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다가 이론과 현장실무경험이 접목된 박사학위논문을 쓰게 된 것입니다.
논설위원 : 박물관의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어떤 것이 있나요?
한국희 관장 : 모든 분야에서 현장의 실무 경험은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영역이지요. 그러나 국내의 현실은 이론전문가들의 의견이 중시되고 현장실무자의 의견은 무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각 기관이나 관공서에서 신규사업을 진행하거나 기획하고자 할 때 자문이나 심사를 통해 사업이 진행 되는데, 그런 경우 현장경험자의 체험적인 의견은 이론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시되고, 학술서에 입각한 의견들이 사업의 진행을 주도하게 되고, 그 결과 현실성이 떨어지는 결과물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쉽게 범하게 되는 이런 오류를 최소화하고 문제를 해결하여 좀 더 가치 있는 문화기관으로 박물관이 자리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도출된 결론은 이론과 현장 경험이 조화롭게 접목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운영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그것은 곧 대중의 참여와 원활한 소통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논설위원 : 그럼 관람객들의 관점에서 박물관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으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국희 관장 : 관람객들은 박물관이 우리의 삶과 생활의 일부분이 아니라 고리타분하고 나와는 무관한 공간이란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박물관과 나와의 괴리감으로 큰 거부감을 지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대중들이 박물관을 자신들의 생활에 일부분으로 인식하고 함께 발전 시켜가는 중요한 공간으로 생각하도록 인식을 바꿔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중참여와 대중소통을 위한 장으로서 이에 맞는 운영의 패러다임 전환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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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희 우석헌자연사박물관 관장 ⒞시사타임즈 |
논설위원 : 대학 학부에서는 국문학을 전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박물관을 경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국희 관장 : 처음에 우석헌자연사박물관 설립자(남편)가 순수하게 개인적인 취미로 유물들을 수집하게 되었습니다. 점점 수집된 유물이 많아지고 그 규모가 커지게 되면서 유물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되고, 공익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박물관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박물관운영이 제 몫으로 주어진 것이지요. 박물관을 만드는 것은 그래도 운영하는 것 보다 쉽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대중들과 유물을 공유하여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물과 관람객과 박물관이 서로 소통하여 가장 유익한 가치를 창출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고 그런 과정이 참 힘겨운 과정이기에 만드는 것은 운영하는 것 보다 쉽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박물관을 문화인큐베이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문화인큐베이터에서 훌륭한 문화가 잉태되고 창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박물관전문가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가 되어야 했고 그런 이유로 문화와 박물관운영의 전문가로서의 학문에 입문하게 된 것이지요.
논설위원 : 앞으로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한국희 관장 : 대체로 국내 박물관들의 현실은 박물관 설립시 투자되는 예산에 비해 그 운영은 효과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박물관들이 설립취지와 목적에 맞게 잘 운영되어 지역민들에게 유익한 문화창조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논설위원 : 혹시 도움을 주는 데 있어서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방안이 있으신가요?
한국희 관장 : 아직 구체화되어 있지는 않고 구상 중에 있습니다. 박물관 운영 실무지침서를 만들어 공유하는 방안, 자문단이나 컨설턴트단을 구성하여 박물관치료 및 관리를 대행해주는 방안, 박물관 전문가 집단을 구성원으로 조합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 주는 박물관 병원을 설립하는 방안 등 입니다.
조합의 형태는 분야별로 학술이론가와 현장의 실무경력자를 아우르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국내 박물관이 선진국의 박물관들처럼 외형적 규모와 구조뿐만 아니라 그 설립취지와 목적에 맞게 잘 운영되고 관람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대중이 즐겨 찾는 활성화된 박물관으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고 운영의 각종 문제를 치료해주고 해결해 주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 입니다.
논설위원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신지요.
한국희 관장 : 박물관의 운영부분에 있어서 한 말씀 더 드리고 싶은 것은 국.공립 박물관을 설립하게 될 때 만드는 것보다 더 많이 연구하고 집중해야 할 부분이 향후 운영계획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박물관을 만들어 놓고 운영예산부족, 전문성 결여 등의 이유로 방치되어진다면 설립목적과 취지에 맞게 활용되지 않는 것이기에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적절한 운영예산 계획과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에게 운영을 맡겨 박물관운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설립 시 운영계획이 함께 연구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은 예산으로 어떻게 분배해서 최대의 효율을 얻어 낼 수 있을지는 전문가일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분야 분야에는 전문가가 있기에 그 분야별 전문가들이 적재 적소에 제대로 배치될 때 높은 효율을 얻어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또한 국민 모두의 박물관에 대한 인식이나 사고도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식정보화 시대에 맞게 소통과 교차를 통하여 지식이 공유되고 더 큰 창의적 아이디어를 창출 해 낼 수 있는 모두의 참여와 관심이 중요하며, 박물관은 문화 인큐베이터로서 우리문화를 발전시켜가는 중요한 공간이기에 모두가 주인이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들이 보완되지 않는 다면 전문가가 아무리 연구를 하고 창의적인 노력을 해도 국내 박물관의 현실은 목표하는 대로 변화될 수 없을 것입니다.
논설위원 : 긴 시간 동안 인터뷰에 진솔하게 임해 주신 관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어려운 환경에서 피워낸 훌륭한 학문적 결실이 국내 박물관문화발전에 잘 승화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또한 관장님이 현장에서 이룬 업적들에 대해 기회가 되면 다시 인터뷰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주실 것도 부탁을 드리면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희 관장 : 바쁜 일정에도 저의 부족한 박사학위논문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 이를 인터뷰해서 언론에까지 게재해 주시겠다는 취지에 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시사타임즈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신수식 논설위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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