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칼럼

[임도건 박사의 경계선 뷰(View)] 가족을 대신할 가정은 없다

 [임도건 박사의 경계선 뷰(View)] 가족을 대신할 가정은 없다

 

▲임도건 박사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임도건 박사] 부모와 자녀들의 생활공동체, 가정.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 살아있으나 사라져가는 가족애를 위해 공휴일로 지정했지만 현실은 뿔뿔이 흩어지는 연휴다. 후천적 솔로와 자발적 욜로(Yolo)가 각광받는 요즘,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시청률 40%에 육박하는 주말드라마가 그나마 위안이지만, 2030자녀들은 주말저녁을 친구들과 보낸다. 

 

우리는 무엇으로 가족인가? 답이 자명한데 어쩌다 사회적 질문이 되었을까?

 

가정은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공간일진대, 각자 동선이 다른 까닭에 가족 간 대화가 어려워졌다. 극단적 개인주의와 생활방식의 탈·규범화로 비정형가구의 전형인 일인가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TV를 보던 중년부인이 남편에게 칠순 시부모님을 제주도 효도관광을 보내자고 제안했다. 시부모님이 제주도에 산다는 걸 깜빡 잊은 채 말이다. 스마트폰이 대화실종에 한 몫을 했다. 슬하의 40대 미혼자녀들은 비의도적 ‘비혼’에서 자발적 욜로(YOLO)로 전환했다. 45세까지 혼자 살면 ‘독신’이지만 10년이 지속되면 ‘독거’다. 대체 언제 결혼할거냐는 닦달에 “아침에” 할 거라고 맞받아친다. 아주 진상이다. 이런 삶에 익숙해지다 보면 혼자 사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가 된다. 홀로였던 솔로가 욜로가 될 수 있지만, 일단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얘기다.

 

부모 등골을 빼먹는다는 “빨대”, 이른바 에코세대들은 결혼과 취업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다 어느 새 중년이다. 그들에겐 배우자나 아기 대신 반려동물이 위로다. 불가피한 시대흐름이라지만 뭔가 빠진 게 있다. 의무감이 아니어도 가족 간 돌봄이 필요한 데, 쓸데없는 일에 쫓겨 마땅한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

 

‘기술적 채무(technical debt)’라는 게 있다. 당위적인 일인데 당장 불편하다는 이유로 일을 쉽게 대충 처리하면 나중에 큰 이자가 붙어 더 큰 희생을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가족 케어도 마찬가지다. 평상시에 돌보지 않으면 중대 질병으로 병원에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곁에 있을 때, 건강할 때, 사랑할 수 있을 때 잘 챙겨야 한다. 경제적 부담도 그렇고 행복 유지 차원에서도 그렇다.

 

문제유형에 따라 해법이 달라야하지만 워낙 복합·다층적 사회인지라 출구가 쉽게 보이질 않는다. <한국여성정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 중 85%가 “느슨하지만 친밀한 가족” 형태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가족 돌봄(care)에 따른 부담과 경제적 불평등 지수는 낮은 대신, 개인중심의 가치 비중이 늘어난 형태다. 다시 말해 가족구성원 간의 제도적·규범적 부담은 줄이면서 친밀도는 높이려는 추세다. 선임연구원 장혜경에 따르면 가족구조, 젠더 및 부모역할 등 내·외생적인 변화에 상응하는 소득보장 정책이 세워져야 하건만 이 또한 재원마련이 녹록치 않다.

 

일인가구 포함, 우리나라 2000만 가구 중 85%가 핵가족이다. 부모와 미혼자녀가 동거하는 핵가족과 달리, 가족 간 세대분리가 날로 늘고 있다. 그 중에 노부모의 독립경향이 제일 두드러진다. 동기는 다르지만, 2030과 5060세대의 분리 경향은 무엇을 뜻할까? 결혼유지와 생활안정을 강조하던 규범적 영향은 줄어든 반면, 상호간 신뢰와 협력을 중시하는 “관계의 질적 개선”이 요구되는 것이다.

 

가족에 가족애가 사라지는 현실, 여러 가지 가족 유형 가운데 좋은 대안 하나를 소개해 본다. 가장 흔한 경우로, 자녀가 결혼 후에도 부모와 동거하는 직계 가족(stem family) 혹은 기혼자 아들 가운데 한 명이 부모와 동거하는 계통 가족이 그것이다. 세대 간 형제들이 결혼 후에도 부모와 동거하는 방계가족(collateral family)은 과거 한 세대에 한 쌍의 부부가 살던 직계 가족과 달리, 두 쌍 혹은 그 이상의 부부가 동거하는 것이 특징이다.

 

“저-출산·고령화”시대, 사별, 미혼모, 이혼, 가출, 장기복역 등으로 배우자와 동거하지 않는 가구도 140만 명이란다. 부모의 이혼과 경제난으로 발생한 조손가정, 결혼이민자의 증가로 다양한 소규모化를 지향하고 있지만, 가장 바람직한 가정은 “수정 핵가족”이다. 별도 가구에 살지만 자주 왕래하며 한 살림을 꾸려나가는 가족형태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아들·딸, 사위·며느리가 같이 살면서 온정을 나눈다. 이들에겐 천국이 따로 없다.

 

그 어떤 것도 가족의 빈자리를 대신할 순 없다. 사람이 아닌 반려동물과 가구(furniture)로만 채워질 때 가장은 가장자리에만 머물게 된다. 아무리 개·고양이가 좋아도 가족이 먼저고 사람이 우선이다. 개보다 못한 소수의 인간은 빼놓고 말이다. 필자는 한 달에 한 번 가정예배를 인도하고 주말엔 가능한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가족이 함께 한 식탁은 천국을 맛보는 성스러운 제의(ritual)다.

 

글 : 임도건(Ph.D) 박사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임도건 박사 whispera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