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칼럼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49)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49)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시사타임즈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매번 그랬지만 동이 트기 전,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또 하루치의 두려움과 고통을 등에 메고 길을 나서는 순간만큼 겸허한 시간은 없다. 두 발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꿈을 향해 달려갈 때, 그리하여 태양이 떠오르는, 내가 떠나온 곳에 점점 가까워질 때 나의 모든 잡다한 욕망들은 자취를 감추고 만다. 나는 연말연시를 로마, 그리스 시대에 이미 조성된 흑해 연안의 오랜 도시인 삼순, 윤예, 오르두 같은 도시를 달리고 있다. 산길에 멧돼지 한 마리가 쓰러져 있다. 누가 베어갔는지 멧돼지 다리 하나가 잘려나갔다. 멧돼지를 보자 자취를 감춘 듯했던 욕망이 다시 살아난다. 돼지고기를 못 먹어본 지 꽤 오래되었다. 먹고 싶은 욕망 그것은 지저분하고 집요했다. 송교수님이 다리 하나 잘라올까 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묻는다.

 

휴양도시라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이야기꽃을 피우며 해변을 걷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어제는 달리다 영어 선생님, 수학 선생님 지리 선생님 셋이 학생 하나와 연말연시를 함께 산악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그룹을 만나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다음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자신들이 캠핑하는 모습을 담아 보내왔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오늘 12월 31일, ‘길얄리’라는 작은 마을 초등학교를 지나는데 학교 운동장에 모여 삼삼오오 놀이하던 아이들이 외국인인 것을 알고는 아이들다운 환호성을 호기심으로 우르르 몰려와 인사를 해 내가 달리는 이야기를 설명해주었다. 그중 한 명의 어린아이가 영어 실력을 뽐내며 내게 다가오더니 손을 내밀며 당찬 발음으로“what your name?”하고 묻는다. 호디야라는 이 꼬마 친구의 터키 옥색 눈망울이 똘망똘망하게 빛났다. 그는 친구들에게 내 이야기를 통역한다. 통역은 잘 되었을 것이다. 이 꼬마 내 이야기를 정확하게 이해했으므로! 아이들은 금방 눈이 동그래지며 신음 같은 환호성이 입에서 터져나왔다. 나는 호디야의 손을 다시 잡고 어깨를 두들기며 힘있게 안아주었다.

 

내가 다시 뛰어가려 하자 아이들이 내 뒤를 따른다. 나는 발걸음을 돌려 학교 운동장으로 뛰어들었다. 아이들도 다시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와 내 뒤를 따르며 콧노래를 불렀다. 아이들하고 왁자지껄 떠들고 있으니 선생님이 궁금해서 저쪽에서 다가온다. 선생님에게 인사를 하고 설명을 하여 우리는 이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하나가 되어 2017년 마지막 날“One Korea, One world, only Peace’를 함께 외치며 운동장 한 바퀴 평화대장정 퍼포먼스를 펼쳤다. 나는 솟대에 올라선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다. 아이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는 시간이 그 어떤 시간보다도 소중하고 즐겁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네! 온 세상 어린이가 하하하하 웃으면 그 소리 들리겠네 달나라까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외치는 평화‘의 함성이 정말 달나라까지 퍼져나갈 것 같다. 앞으로 달려가면서 얼마나 더 많은 어린이를 만나고 즐거워하며 그들에게 평화의 꿈과 희망을 줄까 자못 기대된다. 아이들하고 함께 평화를 외치며 운동장을 달리던 기억은 아마도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다.

 

호디야는 한국의 축구 선수 손흥민을 잘 알고 있었으며 영화배우 이민우를 잘 알았다. 그는 한국에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나와 헤어지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지 눈가가 촉촉해지면서 내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했다. 내가 알려줄 수 있는 쉬운 연락처는 페이스북이어서 친구가 되자고 했는데 이 꼬마 친구는 휴대폰이나 컴퓨터는 없으니 친구 걸로 연락하겠다고 했는데 며칠이 지난 후에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한 해를 보내는 것이 아쉬운지 바다도 밤새워 뒤척이며 울부짖으며 몸부림친다. 가뜩이나 힘들고 고단해도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는데 발정 난 고양이 울음소리 같은 성난 파도 소리에 나도 밤새워 뒤척였다. 이렇게 계속 양질의 잠을 못 자고도 이 여정을 무사히 마칠지 걱정이 된다. 한 해가 바뀔 때 많은 사람이 동쪽 바다로 가거나 산 위에 올라 동쪽을 바라보면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자연에 대해 경외감을 느끼면서 한 해의 설계를 한다. 태양이 지평선 아래에서 떠오르면서 빛이 산란이 일어날 때면 왠지 모를 벅찬 감동에 빠뜨리곤 한다. 매일 동쪽을 행해 달리는 나는 자연스럽게 아침 해가 떠오를 때의 감동이 켜켜이 마음에 쌓인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무술년 해가 밝았다. 개는 냄새로 공부를 하며 세상을 읽고 나는 발로 밟으며 그 대지 위에 진한 땀을 떨구어내며 지식의 폭을 넓히며 세상을 알아가며 사랑을 키워간다. 땀은 자신을 태우고 떨어지는 촛농처럼 자신을 태우며 떨어져 내면을 비춘다. 땀을 흘릴 때 인간은 가장 말고 밝고 깨끗하게 된다. 달리면 감각의 모공은 활짝 열리고 작은 유혹에도 흔쾌히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된다. 그런 나는 아주 허접한 아름다움에도 영혼을 빼앗기곤 한다. 그 어떤 자극에도 놀라지 않을 준비가 된 바쁜 도시인들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

 

피곤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몸은 언제나 천근만근이나 되었다. 그러나 천근만근도 보다도 무거운 것이 있으니 바로 눈꺼풀이다. 아침마다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일은 올림픽 역도경기의 인상, 용상 경기를 치르듯이 곤욕을 치르곤 한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고 소화도 시키기 전에 길을 나선다. 한 4km 정도 걸으며 예열을 시키고 나면 이제 몸은 그 무게를 덜기 시작한다. 그렇게 무게를 덜어낸들 하루 40여km를 달리는 일은 막장일보다도 더 힘든 일이다.

 

무게를 덜어낸 몸으로 한참을 달리다 보면 나의 몸과 마음은 용광로처럼 들끓는다. 나는 달리면서 단전에 힘을 모으며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 묻는다. 모든 종교가 묻고 추구하는 진리가 바로 평화가 아닌가 사유한다. 동녘에 솟는 햇살 한 아름 가슴에 안고 달린다. 하나의 서원을 가슴에 품고 이 길을 달린다. 이런 곳에서는 모든 것이 능이성(能以成) 유상(有常)하고 능이성(能以成) 무상(無常)하다. 그저 청정(淸淨)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광부가 저 깊은 곳에서 반짝이는 금을 캐듯 사람들 마음속에서 반짝이는 평화의 마음을 온몸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면서 캐내는 일도 가치 있는 일이겠다. 이제 길 떠난 지 4달이 지났고 4,000여km를 지나고 여덟 나라 째 달리고 있다. 사실 이 여정은 내게 첫사랑처럼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왔다. 준비된 사람에게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나 사랑은 어느 순간 벼락처럼 떨어져 내린다. 느닷없이 들이닥쳐 애틋하고 그리운 마음이 요동을 친다.

 

사랑은 그 어떤 두려움도 벗어던지게 하는 마약성이 강한 것이다. 한번 그리워하는 마음이 생기고는 유라시아를 만나지 않고는 어쩔 수 없는 상사병에 빠져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나는 사랑을 위해서 모든 것을 던진 사랑의 화신이 되었다. 수많은 민족과 국가가 명명하며 역사와 문명을 만들어내던 길을 달리며 그 길 위에서 만나는 자연과 인간과 질펀하게 사랑과 교감을 나누며 꿈인들 온 인류가 소통하고 화합하여 만들어내는 새로운 문명 세계를 그리는 일은 나로서는 대단한 일이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나는 우리가 밤일 때 낮인 곳으로 단숨에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그리고는 그 옛날 이곳의 사람들이 막연히 꿈꾸고 상상하고 이곳이 밤일 때 낮인 곳을 향하여 그 꿈을 꾸며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끝없이 달려가고 있다. 힘들게 일해도 언제나 가난한 광부들은 그들이 캐낸 철이 무기가 되어 생명을 앗아가게 되는 줄 모른다. 나는 소위 4대 강국이 무기를 팔지 않아도 아직 경제 대국으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무기를 팔기 위해서 긴장을 조장하는 따위의 일은 하지 않아도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최고의 무기 수출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순이다. 새해 첫 마디가 저주의 말이 되어서 나로서도 참 안타깝지만 새해에는 무기상들이 다 망하기를 바란다. 이들 나라의 무기 공장이 다 문을 닫으면 경제가 휘청거릴지 모르니 중국에는 공장이 많으니 놓아두고 미국과 러시아에 의류공장이나 식료품 공장 지어주기 모금 운동이라도 벌여야겠다. 세계 평화를 위하여!

 

흑해는 염도가 낮아 물고기가 많이 살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잡담하며 어망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손길이 바쁘다. 요즘 이곳은 바다보다도 하늘이 검다. 언제든지 뇌우를 몰고올 것 같다. 고양이나 쥐들도 어부 몰래 생선을 물고 달아나려고 바쁜 건 마찬가지다. 쥐가 작은 생선을 물고 쏜살같이 하수도를 따라 달아난다. 고양이가 날쌘 동작으로 쥐를 쫓는다. 고양이가 쥐를 잡는다면 그건 일석이조로 오늘 운 좋은 날이겠다.

 

구약 성경에 인간들이 신의 힘에 도전하기 위하여 하늘 높이 바벨탑을 쌓는다. 하나님은 노하여 이를 무너뜨린다. 무너뜨리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언어를 수백으로 나뉘게 하여 소통을 금했다. 대화와 소통은 하나님도 두려워할 만큼 놀라운 힘이 있다. 그 가공할 힘이 바로 우리는 평화를 지켜낼 힘의 원천이다. 사드도 필요 없고 핵무기도 필요 없다. 오로지 대화와 소통이 필요할 따름이다.

 

한동안 인공지능이 바둑으로 인간을 이기지 못할 줄 알았다. 인간의 바둑을 이긴 인공지능은 이제 거의 완벽하게 통역을 해준다. 좋은 번역 앱을 깔면 외국인들과 소통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세계는 놀라울 정도로 가까운 이웃으로 다가오는 것을 이번 여정을 통해서 실감하게 된다. 유라시아대륙은 인류 역사 이래 언제나 세계사의 주축이었지만 중세 암흑시대 이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있다.

 

▲사진제공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c)시사타임즈

 

거대하며 다양한 문화를 품은 유라시아대륙이 잠에서 깨어나는 날 인류는 다시 한 번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탈 것이다. 내가 꿈꾸는 변화는 격랑의 소용돌이가 아닌 호수처럼 잔잔하고 평화롭게 소통하며 교류하는 역동적인 변화일 것이다. 나는 이 잠자는 거대한 대륙의 코털을 달리면서 건드려 잠에서 깨어나게 할 것이다. 그것이면 된다. 잠에서 깨어난 대륙은 바로 방향을 잡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은 세계 많은 국가 중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역동적이며 성공한 나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진정한 광복의 축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자주적인 평화통일을 이루지 못하고는 우리가 안고 있는 정치, 사회적인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 분단은 우리가 앓고 있는 지병과 같은 것이다. 지병을 치료하지 않고는 건강을 회복하지 못 하는 것과 같다.

 

글 :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강명구 평화 마라토너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