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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임도건 칼럼] 전후(Post-War)세대의 광복절

[임도건 칼럼] 전후(Post-War)세대의 광복절

▲임도건 박사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임도건 박사] 신생아가 생명체로 공식 인정받는 시점은 산부인과 병동인가, 출생신고부터인가? 내일은 73주년 광복절. 말 그대로 빛(光)을 다시 찾아(復), 국권을 회복한 날이다. 그런데 ‘광복’이 일본으로부터 해방과 독립이라는 의미와 겹치다보니 ‘건국 절’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중견 한국사학자들에 따르면, 다음 세 가지 내용에는 이견이 없다.

 

첫째,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시작은 1919년이다. 20세기 제국주의 시절, 국권을 빼앗긴 국가 중 80%가 2차 대전 후 독립했다. 우리나라 역시 1919년 3월1일을 독립의 출발로 보지만 최근 동향은 3·1절을 독립운동으로만 국한한 나머지 ‘민중/민주화’운동의 성격이 희석됐다는 주장이 중론이다.

 

한시준(단국대학교), 이만열(숙명여대 명예교수)교수는 지난 정권이 벌인 ‘역사교과서’ 논쟁과 관련, 대한민국 건국은 1948년이 아닌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으로 못 박는다. 이어 뉴-라이트를 포함, 극우진영이 이승만 박사를 건국 대통령으로, 1948년을 건국 원년으로 제정하자는 주장에 대해 정합성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이승만이 미·군정 기(1945-1948)에 미국의 국제위상을 잘 활용했지만 오랜 세월 내정간섭과 옥죄는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씨앗이기도 했다.

 

다카키 마사오의 혈서를 두고 박정희가 친일파라는 논란도 정쟁의 단골메뉴였다. 덩샤오핑이 중국현대사의 ‘치욕의 10년’, 마오쩌뚱의 문화대혁명(1966-1976)을 두고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 평가했던 것이 적용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절대빈곤을 벗고자 아등바등했던 40년 전 민족주의 시절에 미국 의존도가 높았던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이제는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달라졌지 않은가!

 

한시준 교수는 이승만 자신도 1948년 실시한 3대 대통령선거전단에 자신을 건국의 주역이라고 밝힌 적이 없고, 동대문 ‘갑’구에서 무투표 당선 및 국회의장에 피선된 것, 그리고 1919년 이후 29년 만에 대한민국의 부활에 힘썼다는 점을 들어, 1948년 건국 절 주장은 타당치 않다고 일축했다.

 

▲사진출처 = 행정안전부 (c)시사타임즈

 

둘째, 이만열 교수는 고종31년(1894년) 조선봉건사회에 대해 농민들이 항거했던 동학혁명을 예로 들어, 3·1운동 역시 ‘그저 나라를 되찾고 임금을 다시 세우며 군주제국의 회복을 추구하던 ‘복벽주의’ 성격의 일회적 독립운동’이 아니라, 이를 계기로 1960년의 4·19혁명, 1980년 5·18 민주화운동, 1987년의 6월 항쟁 및 2016-17 촛불혁명까지 이어지는 민중궐기, 나아가 민주화 운동으로 볼 것을 주장한다. 3.1운동 독립선언문 "오등(吾等)은 자(玆)에 아(我) 조선(朝鮮)의 독립국(獨立國)임과 조선인(朝鮮人)의 자주민(自主民)임을 선언(宣言)하노라"가 명시하듯 주권재민 사상을 명확하게 계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조선에서 1911년 막을 내린 대한제국까지, 여러 차례 국호가 바뀌었다. 1919년 상하이 주재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된 이래, 상하이-하와이 등지에서 독립활동을 펼쳤고, 미·군정 아래 심한 견제를 받은 게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수립에 따른 국무총리 임명과 국무위원 선출 및 헌법제정을 통해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이어왔다. 이른바 ‘비상 국민회의’-‘국민의회’를 거쳐 1948년에 정식 명칭으로 뿌리내린 ‘국회’형성까지, 대한민국의 정통성은 단 한번도 3·1정신(1919)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1945년 8월15일은 한·중·일 3국에 희비가 엇갈린 날. 항일 전쟁(1937-1945)의 승리로 아시아 최초의 공화정을 수립한 중국은 승전 기념일로, 2차 대전에서 항복을 선언한 일본은 국치의 날로, 우리 조선은 국토를 회복한 광복의 날로, 분단된 북한은 인민해방의 날이자, 3년 뒤 1948년9월9일을 북한 창건일이다. 이른바 임시정부를 혁명반대세력으로 폄훼하고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탄생을 김일성의 치적으로 호도하기 위함이다.

 

▲단재 신채호_조선상고사 (c)시사타임즈

 

반만년 역사를 이어온 대한민국. 그 국호가 고조선-고구려-(가야)-백제-신라-조선-대한제국-대한민국으로 여러 번 바뀌었을지언정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생국이 아니다. 원래 있던 나라를 빼앗겼다가 되찾은 것이지(광복), 맨땅에 새로운 나라를 건국한 게 아니다.

 

특정인에게 치적을 돌리려는 건국 절 주장은 관련 선조를 앞세워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는 일부 기득권의 생뚱맞은 주장이다. 2017년부터 한국사가 수능필수로 환원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폐지’ 후 편찬이 새롭게 진행된다니 다행스런 일이다. 배우 송혜교氏가 거액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미쓰비시 광고출연을 전범기업이란 이유로 거부했단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던 신채호 선생의 말을 되새겨 볼 광복절이다.

 

글 : 임도건(Ph.D) 박사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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