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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임도건 칼럼] 한류를 통한 한글 세계화

[임도건 칼럼] 한류를 통한 한글 세계화


▲임도건 박사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임도건 박사] 한글날 572돌. 2006년 국경일 지정 이후 12년 만에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경축행사가 열린다. 문자인 한글과 언어로서 한국어가 동북아를 넘어 유럽과 미주지역의 한류 열풍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어는 한민족 혹은 한국 국적의 타 민족이 한반도와 해외 각지에서 쓰는 언어로서, 재외동포 포함, 7600만 명이 쓰는 범국제적 언어다. 인구 대비 경쟁력 있는 언어 중 세계 13위로, 방탄소년단을 앞세운 K-Pop를 비롯해 한국 드라마의 확산 속에, 현재 우리나라와 외교 수립을 맺은 170여 국가 중 55개국이, 자국 내 한국어 교육기관을 운영한다.

 

한국어 관련, 박사 논문이 300여 편에 이르고 한국(어)학과를 개설한 대학 및 교육기관들이 동북아에 즐비하다. 중국에 40여, 일본에도 100여개 이상의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 했던가? 동북아 패권을 다투는 중국과 일본은 지정학적 위치나 정치외교 면에서 최대변수인 한국과 한국어에 관심이 많다. 국내 대학의 중문과나 일본(어)학과 수자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1428년 세종대왕은 <삼강행실도>를 펴냈지만, 한자를 읽을 수 없는 백성들을 위해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한글을 제정했다. 음운학, 음성학, 한문학, 문자학 등 엄밀한 과학체계를 갖춘 최초 한글 28자는 안팎의 도전을 거쳤다. 내부에선 계몽된 상류층이 자신들의 기득권이 위협받을까 반대했고, 외부에선 한글창제가 중국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면서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다. 1446년, 마침내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훈민정음이 반포되었다. 올해로 572돌을 맞은 한글의 우수성은 크게 다섯 가지.

 

▲베르너 사세(Sasse). 필자, 그리고 배우 문숙 (c)시사타임즈

 

첫째,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배우는 언어다. 용비어천가를 국제어로 번역한 독일출신의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W. Sasse)의 평이다. 한글의 24자는 중국의 한자나 일본의 히라가나/가타카나 보다 적고, 대/소문자와 필기체를 포함해 100자 이상의 로마 알파벳보다 더 적다. 그럼에도 24글자를 가지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112,000가지 말소리(voice)를 표현할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은가?

 

둘째, 구강구조를 반영한 한글은 의성어, 의태어 표현에 최적화돼 있다. ‘아’ 소리의 방향은 앞쪽을 향한다. ‘어’ 소리는 안쪽으로 머금게 된다. ‘오’ 소리는 위로, ‘우’ 소리는 아래로, ‘으’ 소리는 옆으로 향한다. 소리와 글자 방향이 일치한다는 것은 의사전달의 정확성과 완성도가 매우 높다는 뜻이다.

 

셋째, 말소리와 글소리가 동일하다.

 

말소리 ‘아’가 글소리 ‘아’와 같고, ‘어’라 쓰고 ‘어’로 읽는다. 소리음을 바로 글자로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자판 입력 속도가 다른 언어 대비, 2~3배 빠르다.

 

넷째, 한글은 모양(폰트)도 참 단순하다. 중국어, 산스크리트어, 히브리어אלצטש, 그리스어χριστω, 히라가나/가타카나(すばらしい/ガダバペ)는 복잡한 획수는 물론 기하학적인 모양새 탓에, 배우고 익히는데 매우 까다롭다.

 

다섯째, 한글은 기계화, 자동화에 아주 편리하다.

 

중국어, 일본어, 히브리어, 그리스어, 독일어, 불어는 일일이 변환과정을 거쳐 입력하는 반면, 한글은 말소리와 글소리를 동시에 입력할 수 있어, 다른 언어보다 생각의 속도와 범위가 빠르고 표현이 풍부하다. “QWERTY” 자판보다 한글자판이 입력하는 데도 훨씬 빠르고 쉽다. 예컨대 25를 발음해 보자. 한글은 ‘이십오’ 3음절이지만, 영어는 ‘투엔티파이브’로 무려 6음절이다. 영어보다 한글의 연산능력이 더 빠른 이유다. 산스크리트어를 수로 나타내 표기의 번거로움을 줄인 인도인(India) 다음으로,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과 암산 능력이 뛰어나다.

 

글쓰기와 번역을 삼는 필자 역시, 맛, 색, 느낌을 담아내는 한글의 기묘함에 자주 놀란다. ‘칼칼한’ 칼국수, ‘누리끼리’한 노란색, 게름직하고 ‘심쿵’한 느낌, ‘구수한’ 청국장에 떼굴떼굴 구르며, 까르르 웃는 의성어/의태어는 그 어떤 나라 언어에서도 찾을 수 없는 한국어만의 묘미다.

 

한글날, 재미있는 일화가 있어 소개한다. 음식 솜씨가 별루인 새댁이 상한 쌀로 죽을 써 먹다가 맞아 죽을 뻔 했단다. 그래서 배달음식을 고급 그릇에 옮겨 담아 먹으면서 하는 말이, 밥은 역시 ‘집’밥이 최고란다. 한글날, 세종대왕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좋은 아침^^

 

글 : 임도건(Ph.D) 박사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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