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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임도건 칼럼] 휴가는 있는데 여가는 없다

[임도건 칼럼] 휴가는 있는데 여가는 없다


 


▲임도건 박사 (c)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임도건 박사] 체감온도 40도인데 밤에도 38도를 유지하는 열돔현상이다. 111년 만에 기록이다. 러시아에 백야가 있다면 우리에겐 열대야가 있다. 전국이 폭염경보지역이다. 대구는 ‘대프리카’란 신조어를 낳았고, 해운대도 사람 반, 모래 반이다. 본격적인 휴가철, 매년 200만 명이 해외로 나간다.

 

피로를 씻기 위해 떠나는 휴가. 잘 먹고 잘 쉬는데 이유 없이 짜증내는 사람이 많다. 가축이 생계수단인 농가, 장기불황에 공황장애를 앓는 사람들, 온열질환이 만연한데도 공항은 북새통이다. 경기가 안 좋다는데 사실인가 싶다.

 

휴가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관광은 했지만 여행은 없고 휴가에도 여가는 실종이다. 몸만 쉴 뿐 마음은 쉬지 못한다. 노동정지가 아닌 영혼의 안식이 필요하다. 월요일은 오후에 출근한다는 ‘4.5일 근무제.’ 근로시간은 주는데 과로사가 느는 이유는 뭘까?

 

이제 삶의 질을 말할 때다. 일과 삶(Work-&-Life Balance)의 균형이 중요한데, 한국의 근로시간은 멕시코에 이어 세계2위란다. 부지런히 움직이는데 생산성은 낮다. 효율성은 따지면서 효과는 놓치는 모순이다. 주 43시간(하루8.5) 노동에도 불구하고 노사분규와 리콜비율은 OECD 상위권이다. 덴마크인 들의 휘게 라이프(Hygge Life)가 새삼 화제다. 노르웨이, 스웨덴과 함께 스칸디나비아 3국의 행복지수는 세계 으뜸. 영토 대비 인구가 적기도 하지만 투명한 정치권, 성실한 시민의식이 만들어낸 결과다.

 

생로병사에서 病이 빠진 생로사(生老死). 지상낙원 북유럽에서 해법을 찾아본다. 경쟁과 차별 없는 교육에 1인 스포츠 국가지원은 물론 무병장수에 편안한 노후가 보장돼 있다. 더 부러운 것은 국가-국민 간의 신뢰다. 국가는 국민을, 국민은 국가를 위해 ‘척하는’ 속임수가 없다.

 

대통령 탄핵시기에 기무사의 계엄령 엄포도 없고, 최저임금과 공무원 ‘갑’질에 노동착취도 없다. (작성 중에 접한 속보: 우리나라 진보정치의 상징 노회찬(정의당) 의원의 갑작스런 비보에 깊은 애도와 함께 조의를 표한다.)

 

러시아나 중국과 달리, 북유럽은 유혈혁명 없이 생산과 분배가 공정한 사회주의를 일구어냈다. 그것도 민주적인 방법으로. 그래서 북유럽式 사회민주주의라 한다. 환경이나 인구밀도가 우리와 다르기에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배울 게 많다.

 

휴가철에 문자 한통 받았다. “잘 지내시죠?” 단순한 안부인사 같은데, 좋은 일(?)이 없는지 확인 차원에서 던져 본 말일게다. 시간되면 밥 한번 먹자는 소리를 은근히 기대한 모양이다. “어떻게 지내”라는 안부는 어디서 일하고, 연봉은 얼마냐를 우회적으로 묻는 것이다. 남들 잘 나갈 때 공짜 밥 얻어먹는 노련한 인맥관리 기술이다. 잘 지내냐고 묻기에 “살아 있다”고 했다. “살아 있네(still alive)”란 말은 두 경우에 쓴다.

 

임종을 앞둔 환자가 용케 생존해 있다는 것이 하나이고 여전히 잘 “나가는” 현역이란 뜻이 다른 하나다. '살고 있는 것'과 '살아있는 것'은 천지차이다. 대충 살면서 그럭저럭 사는 게 아니라 살아 있음을 느끼는 순간 말이다. ‘그저 지나간 하루’가 아니라 성취의 순간을 위해 연륜을 쌓는 ‘축적’의 시간이다.

 

▲사진출처 = 몰디브관광청 홈페이지 (c)시사타임즈

 

북적대는 여름, 같은 시기에 비슷한 곳으로 떠나는 건 별루다. 한적한 가을에 단짝 친구들과 훌쩍 떠나는 여행이 제 맛이다. 노후를 위한 절약이자, 고요함을 사랑하는 탓이리라. 남들 따라하는 복사인생에 지치기도 한 탓에, 뒤늦게 터득한 나름의 피서법이다. 지인의 주말농장에서 일손을 돕고, 삼겹살 바비큐에 막걸리 한잔이면 족하다. 장작불이 달빛 향해 달아오른다. 쩌렁쩌렁한 매미소리와 달달한 믹스커피에다 함께 별을 셀 수 있다면 그곳이 천국이다.

 

호들갑 떨지 않아도 한 달 후면 가을. 이 또한 지나갈 여름이다. 슴슴한 동치미 냉면에 찐 감자 몇 개, 오이냉국에 막국수를 말아먹어도 좋다. 휘영청 밝은 달, 원두막의 수박 냉채 한 사발이면 충분했던 시절. 행복에는 많은 게 필요 없다. 못 가진 자의 편리한 자기변명이 아니다. 살아보니 진짜 그렇다.

 

이제는 내 방식대로 살 거다. 자기다움을 찾는 게 중요하다. 약간의 돈과 먹을거리만 있으면 된다. 여가가 빠진 휴가, 그 다음은 무거운 귀가다. 어쩌면 휴가 후에 병가를 낼지도 모른다. 휴가병, 스마트 시대의 신종질환이다. 많은 이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실제보다 더 나은 과거이길 아쉬워하고, 있는 그대로보다 현재를 더 형편없이 생각하며, 다가 올 미래보다 더 빈궁하게 결단하기 때문이다.

 

“욕망은 적고, 성취는 크게”, 행복지수를 높이는 길이다. 여가를 즐긴 휴가여야 귀가가 편하다. 그래야 병가가 없다.

 

글 : 임도건(Ph.D) 박사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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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건 박사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