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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칼럼

[ 전문가 칼럼 ]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옛 속담에 담겨진 메시지

[ 전문가 칼럼 ]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옛 속담에 담겨진 메시지



[시사타임즈 = 엄무환 편집국장] 미국의 언어학자인 노암 촘스키(Noam Chomsky)는 인간의 뇌 속에 언어습득장치(Language Acquisition Device, LAD)가 있다고 주장했다. 촘스키의 주장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첫째, 인간의 뇌에는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언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 문법지식이 언어습득장치에 미리 프로그램화되어 있어서 아동이 언어입력(language input)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자동적으로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

 

둘째, 언어습득장치로 인해 인간은 선천적으로 언어가 습득되며, 언어습득능력은 0세부터 13세까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된다.

 

셋째, 말은 배우는 것(learning)이 아니라 습득하는 것(acquisition)이다.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영진 교수도 “우리 인간은 언어를 습득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언어습득과 발달은 선천적이며, 생물학적으로 결정된 능력이라는, 소위 말하는 생득론(nativist theory)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실제로 지능은 낮지만 탁월한 언어 능력을 보이는 사례와, 반대로 지능은 정상인데 언어의 문법적 능력은 결함을 보이는 사례들이 이러한 주장의 증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노출되는 언어 환경이 중요하다는 증거도 있다”면서 “미국에서 태어난 2개월 된 아기들에게 영어 문장과 불어 문장을 들려주고 그 말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보는 시간을 측정하였더니 영어에 대해 훨씬 신속하게 반응했다”고 말했다. 실험을 통해 검증된 사실이라는 얘기다.

 

촘스키나 김 교수의 이러한 주장들은 매우 설득력을 갖는 것 같다. 오늘날 우리 사회를 강타한 영어조기교육의 열풍이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난 사람들이 국적과 상관없이 영어를 모국어로 말하는 것을 봐도 그렇다. 경상도에서 태어나 자라난 아이들이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전라도에서 태어나 자라난 아이들이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것을 봐도 우리 인간에겐 언어습득장치라는 게 뭔지는 잘 몰라도 있긴 있나 보다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우리 옛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어릴 때 습관이나 버릇이 평생 간다는 것으로서 나쁜 습관이나 버릇은 빨리 고쳐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속담 속엔 아주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태어나 자라면서 주로 듣는 말이 무슨 말이냐에 대단히 큰 영향력을 받는다는 사실 말이다. 즉 부모님이 인격적이신 분이냐 아니면 비인격적인 분이냐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는 것이다.

 

촘스키나 김 교수의 주장처럼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언어습득장치가 있어서 부모님이 하는 말을 무비판적으로 그냥 받아들인다.

 

한국말을 하면 한국말을, 경상도 사투리를 하면 경상도 사투리를 습득하여 말하게 되듯이 부모님이 인격적이고 다정다감하신 분이냐 아니면 폭력적이고 신경질적인 분이냐, 그리고 가정환경이 평안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냐, 아니면 늘 다투고 불화한 가정이냐에 따라 아이들이 받는 영향은 차별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혼율이 세계 2위인 우리 사회의 병폐는 우리 사회의 가장 소중한 가정들이 이미 병들었음을 나타내는 바로미터라 하겠다.

 

깨어지고 병든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이 건강한 인격을 소유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정이 건강해야 한다. 그러려면 부모님들의 생각이 건강해야 하고 인격이 바로 서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아이들이 세 살 때 가정 안에서 부모님으로부터 듣고 본 말과 행동들이 몸에 베어져 여든까지 가기 때문이다.

 

엄무환 편집국장(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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