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 ] 국가유공자도 나 몰라라 하는 비정상의 나라 대한민국
신수식 논설주간·정치학박사 ⒞시사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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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3.1운동과 관동대지진 당시 피살자 명부가 공개되면서 잔혹했던 일제만행을 확인한 상황에서 국내재판부가 친일파의 후손에게 땅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 과연 정상적인 나라인지 필자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는 이진호가 1917년 일제의 토지·임야조사사업 당시 땅의 소유권을 확인 받기는 했으나 이전부터 이진호나 그의 조상이 사실상 소유권을 획득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밝히면서 이진호의 고양 땅이 친일재산이라는 점을 국가가 입증해야 하는데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친일행위대가로 토지를 취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한심하지 않는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은 조선의 토지와 임야를 조사해 소유권을 정하는 사정작업을 벌여 수많은 땅을 갈취해 조선인들을 소작인으로 전락시켰고 핍박했다.
대한민국정부는 특별법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러일전쟁 전부터 해방 전까지 취득한 재산은 국가가 따로 입증하지 않더라도 친일행위 대가로 갖게 됐다고 추정해 국가에 귀속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진호의 후손들이 이런 특별법에 불만을 품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하였으며 경기도 고양시 벽제의 임야 대부분을 돌려받게 된 것이다. 매국친일반민족행위로 식민으로 우리역사를 왜곡시키고 민족을 탄압하여 그 대가로 얻은 대가가 지위, 작위, 재산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판결은 우리 국민을 참으로 참담하게 할 뿐이다. 재판부의 판결문과 같이 혹여 그 이전에 매국노 이진호가 이 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동안 매국반민족행위를 처벌해야 하는 것은 재산은 물론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응징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리라.
이진호는 조선인 최초로 조선총독부 학무국장에 올랐으며 조선사편찬위원으로 식민사관을 전파하고 중추원 부의장을 지내는 등 일제에 협력한 악질 최상위고위층친일파이다. 이진호가 총독부학무국장에 임명된 것도 3·1 운동 이후 조선인 본위의 교육을 실시할 것을 주장하는 요구가 계속 높아지면서 취해진 조선인 무마책이며 회유책의 일부였을 때로 조선인으로서 총독부 학무국장으로 임명되어 더욱 일본인에 대한 충성을 다하리라고 다짐했던 자이다.
태평양전쟁이 막바지에 오르고 있을 때 그는 각종 친일단체를 조직하여 조선의 젊은이와 조선의 자원을 전쟁에 동원하는 선봉에 섰으며 조선백성을 크게 핍박했다. 일제식민정책에 협력한 사람들의 약력을 정리한 ‘조선공로자명감’(1935)에서 이진호를 일찍부터 동양의 사정을 우려하여 일본에 의뢰해야 함을 꿰뚫어 보아 조선의 영원한 행복과 안녕을 위하여 분기한 사람이라고 평하였다고 한다. 이 내용은 이진호가 일제의 근대화 논리에 함몰돼 힘에 굴복함으로써 일제가 선전하는 대로 식민통치에 앞장 선 전형적인 친일파였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진호는 명성황후가 시해됐던 을미사변에도 관여를 했으며 1909년도 평안남도 관찰사로 있으면서 고종황제가 방문하는 길에 일장기를 달게 했을 정도로 적극적인 친일행위를 했던 자다. 그 결과 1912년부터 1918년까지 경상북도 장관과 전라북도 장관을 지냈으며 일제시기 말년에는 한국인으로서 최고의 지위라고 할 수 있는 중추원고문과 귀족원의원도 역임한 그 죄질이 극히 나쁜 친일파인 것이다. 또 당시 일본이 행한 토지조사위원회에서 이근호가 토지조사사업위원장을 맡으면서 땅 소유에 대한 결정도 스스로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친일파의 후손들이 소송한 땅에 대해 법원의 이번 판결은 양식 있는 우리국민들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용납해서도 안될 판결인 것이다.
이와는 달리 지금 대한민국의 한심스런 다른 모습을 언급하고자 한다. 잃어버린 국가를 되찾겠다고 모든 것을 바쳐 희생한 국가유공자들에 대해서 대한민국은 너무나 인색한 정의롭지 않는 나라이다. 국가유공자는 국가를 위하여 공헌하였거나 희생된 사람으로서 법률이 그 적용 대상자로서 규정한 자들로서 순국선열, 애국지사, 전몰군경, 상이군인 등으로 구분한다. 역사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결과 해방 후 매국친일파들이 정부와 국가의 요직을 차지하여 오히려 이들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을 핍박하였으며 국가와 정부는 이들을 나 몰라라 하였다. 그 결과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까지 회자될 정도가 되어버린 나라가 오늘날 대한민국이다. 정말 한심하고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독립운동가가 많았던 집안은 일제의 탄압이 유독 혹독했었고 광복 후에도 친일파들의 득세로 그들의 삶은 결코 평탄치 않았을 뿐만 아니라 고통 그 자체였다고 한다. 해방 후에도 정권을 잡은 친일파들에 의해 소외된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은 집안의 몰락과 함께 모두가 다 뿔뿔이 흩어지거나 가산을 빼앗기기도 했다. 당장 입에 풀칠하기 어려운 형편은 교육을 뒤로 하게 했고 가난의 대물림은 3, 4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독립운동가 후손에 대한 실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의 손길은 전혀 없었고 특히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는 아예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독립 운동가 유족 중 중병을 앓는 사람이 두 집에 한 집 꼴이며 자손들의 학력은 중졸 이하 학력이 55%를 넘었다. 가난은 의료와 교육의 공백을 낳고 다시 가난으로 대물림이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은 대부분 가난과 함께 어렵게 살고 국가와 민족을 배반한 매국과 민족반역들은 떵떵거리고 잘 사는 대한민국에서 앞으로 국가와 민족이 위기에 처하면 과연 누가 목숨을 바쳐 구하고 지키려 하겠는가? 정말 한심한 나라 대한민국이 아닐 수 없다.
이들 국가유공자 후손들이 스스로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 등 국가유공자의 후손으로 항상 긍지를 가지고 자신들의 삶과 미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이 진정 정상적인 국가인 것이다. 특히 독립유공자들은 가족을 돌볼 여유도 재산을 모을 겨를도 없이 모든 집과 재산을 독립운동자금으로 사용하며 목숨으로 나라를 지켜주신 분들로서 우리에겐 소중한 광복을 선물해주셨다.
하지만 그 가족들은 가난이라는 멍에를 물려받은 것이다. 광복 이후 국가의 부름을 받은 참전용사에 대한 보상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 졌지만 가장 시급하게 다루어져야 할 순국선열, 독립운동가에 대한 보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행히도 1990년대 이후 보상이 다소 좋아졌지만 여전히 전체 보훈 대상자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독립유공자 후손의 80%는 고졸 이하의 학력으로 살아가고 있고 학비 지원이나 공무원 채용 때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의 국가적 혜택이 있긴 하지만 실효성도 적고 이마저도 대상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여전히 금전적인 문제로 학업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6월6일 제55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은 정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국가보훈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보훈대상자와 보훈가족, 유공자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모든 부문에서 내실을 다지겠다고 밝혔었다. 또 독립유공자와 6.25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는 일에도 정성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과거와 별로 달라졌거나 나아진 것이 없다. 대통령의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정의가 바로 서지 않는 나라에서 그 누가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목숨을 바쳐 지키려 하겠는가? 그리고 그 후손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는 나라를 위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하루 빨리 정의로는 국가가 되고 조국과 민족, 국민을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 후손들이 부익부 빈익빈, 빈곤의 대물림 현상에서 벗어나 국가유공자의 후손으로서 당당히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국가와 정부가 이제는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 비정상의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국가 대한민국이 되길 필자는 국민과 함께 바라고 있다.
신수식 박사는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러시아정치로 정치학박사 학위를 했다. 전주대학교 객원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한국그리스도대학교, 광주보건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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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식 논설주간·정치학박사(sss123k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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