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칼럼 ] 누레오치바와 노년설계
김미정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시사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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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 김미정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군대 경험이 있는 남자들로부터 병영막사에서 가을비에 젖은 낙엽을 쓸어 본 경험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흠뻑 젖은 낙엽은 싸리 빗자루로 아무리 쓸어도 바닥에서 착 달라붙어 잘 떨어지지 않을 뿐더러 간신히 쓸어 모은 낙엽을 소각장에서 태우려 해도 불이 잘 붙지 않고 매캐한 연기만 나는 골칫덩어리라는 것이었다. 삼팔선·사오정·오륙도·육이오가 유행어가 된 오늘날 일에 쫓겨 노후준비 없이 강제퇴직을 맞은 50대를 일본에서는 ‘누레오치바(젖은 낙엽족)’라고 부른다.
도쿄대학 여교수가 명명한 ‘누레오치바’는 퇴직 후 갈 데가 없어서 집안에만 틀어박혀 부인 치맛자락만 24시간 붙들고 졸졸 따라다니는 퇴직 후의 남성들을 비에 젖은 낙엽에 비유한다는 것은 열심히 일한 남자들에게는 수모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기업체출신의 회사인간이 대부분이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까지 야근하고 매일 밤 1차, 2차 회식과 휴일엔 방에 콕 박혀 뒹구는 생활을 수십 년 해 온 사람이다. 자기개발과 노후설계를 소홀히 해 온 이들은 은퇴해서야 비로소 회사가 노년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리먼브러더스발 세계 경제위기 이후 최근 명퇴하여 천덕꾸러기가 된 남편에게 과거에는 곰탕을 끓여 놓고 여고동창생과 국내여행을 떠나던 부인들이 요즘에는 곰탕은 커녕 현관문에다 ‘까불지 마라’라는 메모만 남겨두고 5박6일 해외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까불지 마라’는 “까스 조심하고, 불조심하고, 지퍼조심하고, 마누라 찾아 징징대지 말고, 라면이나 먹어라”라는 뜻으로 정년퇴직한 남편을 둔 부인들의 입에 자주 회자된다.(물론 그 이후에 퇴직남편들의 대반격이 시작되어 여행에서 돌아 온 부인들이 대문에서 발견한 메모는 ‘웃기지마라’다. ‘웃기지마라’는 “웃음보가 터지고, 기운이 펄펄 넘치고, 지퍼는 이미 내렸고, 마누라 찾을 일 없고, 라면 먹을 일 없더라”는 말도 있지만). 이러한 노후에 비참한 젖은 낙엽족이 되지 않기 위하여 최소 10년 전부터 자신의 노후를 설계하고 철저히 노(老)테크 준비를 해야 한다.
첫째는 재(財)테크. 이젠 3超(超저금리, 超고령화, 超고세금)시대이다. 따라서 노후 경제적 여유와 풍요로운 생활을 위하여 하루라도 빨리 가정경제구조조정과 장기재무설계를 하고 근검절약과 분수에 맞는 생활을 통한 종자돈 마련과 다양한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하여 실천하여야 한다. 먼저 일정액의 종자돈이 모이면 주식·펀드. 투자상품·수익형 부동산 등 적극적인 투자를 하여야 한다.
둘째는 가(家)테크. 50대 이후에는 배우자가 서로의 역할분담을 바꾸어 하면 새로운 활력과 재미를 찾을 수 있다. 가령 수십 년 해 온 가사 일이 부인의 입장에서는 단조롭고 따분하고 지겨운 노동이지만 처음으로 시작하는 남편에게는 호기심 어린 취미생활이 될 수 있다. 이부자리 정돈·빨래·요리·다림질·쓰레기처리·장보기·공과금납부 등 무려 20가지 이상 가사 일은 기본으로 익숙해야 한다.
셋째는 주(週)테크. 현직에서 본업인 전문분야 외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주말을 투자를 해야 한다. 매주 투자할 경우 1년이면 100일, 5년이면 500일이 된다. 이렇게 10년을 계속하면 전문가가 되고 20년이면 구루(Guru)가 되고 30년이면 그 분야 최고가 된다. 예로 수석·분재·약초재배·사진·자전거수리 등의 취미생활도 좋고 자신의 특기를 살려도 좋다. 물론 시간과 비용이 드는 여가형 보다는 하면 할수록 부가가치가 붙는 생산형 취미생활이라야 한다.
넷째는 금(金)테크. 매달 10만원씩 붓는 장기 비과세 통장을 첫해부터 출발하여 5년 단위로 한개씩 만들어라. 은퇴시기까지 20년이 남았다면 4개의 통장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현직에 있을 때 10만원은 적은 돈이지만 은퇴 후 복리효과로 불어난 통장은 품위유지, 경조사, 도서구입 등 알토란같은 비자금 역할의 한다. 단 이 비자금은 배우자에게는 통장의 존재를 절대로 비밀로 해야 한다.
다섯째는 지(知)테크. 현직에 있을 때 50대 이후 지식산업 쪽으로 진출할 준비를 미리 미리 해야 한다. 은퇴 후 제2의 직업을 갖는다는 각오로 전공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장래 유망한 자격증 10개를 따고, 현직에서 쌓아온 전문분야를 정리하여 저술활동을 하고 이를 토대로 전문분야와 관련된 지식상품을 대중을 상대로 강의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여섯째는 우(友)테크. 은퇴 후에도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은퇴(퇴직)동기 10명을 만들도록 노력한다. 직장끈 떨어지면서 친구도 갈 곳도 없어지게 되면 노후생활에 의욕을 잃게 된다. 따라서 함께 할 수 있는 동호인모임을 중심으로 퇴직친구 만들기는 훌륭한 노테크 수단으로 인적네트워크 역할을 할 수 있다.
일곱번째는 자(自)테크. 노후에는 결국 나 혼자이므로 나 자신에 투자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현직에 있을 때 수입의 5%는 반드시 자기개발에 투자하라. 도서구입비, 학원비, 건강보험비 등 장기적인 투자를 현직에 있을 때만이 지출이 가능한 항목이다. 자테크 중 건강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제 100세 장수시대가 도래한 만큼 최소 40~50년 이상 건강관리가 필요하며 금연, 절주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특히 흡연을 50년 할 경우 연 5% 복리이자로 감안하면 2억이라는 엄청난 돈이 허공에 사라지게 되고 노후에 흡연으로 인한 각종 질병에 노출되어 의료보험비로 전 재산의 25%가 소진된다는 통계가 있다.
마지막으로 혼(婚)테크. 여기서 혼테크란 자녀결혼을 부모가 마치 재테크하듯이 전문스킬을 가지고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경제위기 이전에는 자녀들이 취업걱정이 없어서 스스로 배우자를 골라서 결혼을 했지만 지금은 4포시대(취업포기·연애포기·결혼포기·출산포기)라 결혼에 대해 관심도 없고 평생 부모의 품안에 캥그루족이 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제 건강하고 윤택한 노후생활을 위한 준비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하루라도 일찍 준비해야 하는 당위의 문제로 부각된 만큼 차일피일 미룰 것이 아니라 철저한 계획과 실천으로 준비하는 자에게만 기회가 온다는 사실은 자명한 것이다.
저자 프로필
김미정 교수
백석예술대학교 음악과 교수(피아니스트) 김미정 음악치료연구소 소장 서울오케스트라 전속. 스마트그리드 홍보위원 웃음치료사. 음악치료사. 심리상담사 자격증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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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미정 백석예술대학교 교수(tbearkim2010@hanmail.net)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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