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설, 칼럼

[ 전문가 칼럼 ] 2015년 한국에서 역사국정교과서라니 그 발상 자체가 어이없다

[ 전문가 칼럼 ] 2015년 한국에서 역사국정교과서라니 그 발상 자체가 어이없다
 

 

 

 

▲신수식 논설주간·정치학박사 ⒞시사타임즈
[시사타임즈 = 신수식 논설주간] 2015년 10월 대한민국정부가 한국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을 사실상 확정하면서 여권과 야권, 진보와 보수 간에 찬반논쟁이 가열되고 있고 대학생들까지 거리로 나와 반대시위에 나서면서 국론이 분열되며 심각한 사회적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교육부는 2015년 10월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에 제출한 2015년도 국정감사 후속조치 현황보고를 통해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전환할 경우에 교과서 개발을 현재 검정교과서의 심의를 맡고 있는 국사편찬위원회에 위탁하겠다고 밝혔다.

 

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이뤄지면 2017학년도 1학기부터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에 이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이념적 편향성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심의·수정 등에 관여하는 편찬심의회를 역사학자 외에 학부모, 교육·국어·헌법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하여 추진하겠다는 것도 밝혔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여야 간 공방이 강하게 이어지면서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는 등 파행으로 국회 상임위원회가 운영됐는데 야권은 히틀러의 나치, 일본 제국주의, 북한독재체제, 한국유신독재 등이 국정교과서를 행했던 역사를 지적함과 함께 민주화가 되면서 검인정체제로 바꿨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역사교과서국정화의 정치적 이용가능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반해 여권은 현행 검인정체제에서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이 심각한 수준이 큰 문제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필자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을 이성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과거 독재자와 그 정부가 자신들의 정치적 행위에 대해 합리성 및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정치적으로 이용했던 사실에서 뿐만 아니라 이념적 편향을 수정하겠다는 의도 또한 곧 자신들이 원하는 이념적 편향을 만들어 가겠다는 정치적 목적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결코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더욱이 남북분단의 역사는 냉전체제가 사라지고 25년이 지난 작금의 무한경쟁 세계화 시대에 국민통합과 국력집중으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시점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으로 심각하게 국론을 분열시키고 대립과 갈등으로 인한 사회혼란을 야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러운 행태가 아니며 용납될 수도 없는 행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천제도와 정치혁신방안의 갈등으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여야 정치권이 보수와 혁신 간 대립의 성격이 짙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쟁에서만큼은 진영을 반분해 끼리끼리 똘똘 뭉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환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리고 국정감사 이후 예산·법안 심사에 돌입하는 정기국회마저 공전과 파행을 거듭할 가능성의 전망까지 감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정치적 의도와 목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 검정체제는 국민분열을 조장해온 만큼 국정교과서야말로 국민통합을 위한 것, 대한민국 정통성을 격하하고 북한을 옹호하는 역사서술이 만연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어떤 교과서를 선택해도 국민 정체성과 긍정적 역사를 배울 수 없는 구조, 미래를 위해 더는 이런 비정상을 방치해선 안 된다, 어떤 일방의 주장으로 국민 갈등을 심화시키는 교과서가 되면 안 된다 등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옹호하고 추진을 주장하는 발언들에 대해 과연 우리 대한민국의 양식이 있는 국민들이 이를 지지할까에 대해 필자는 부정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으로 국민통합이 되고 비정상의 대한민국이 정상으로 되며 진정으로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필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앞장서서 지지하고 옹호할 용의가 있으며 국민들도 필자와 같은 생각일 것이라 믿는다.

 

2006년 뉴라이트 출범 이후 이명박 정부의 금성출판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논쟁, 박근혜정부의 역사교육강화방안발표에 이르기까지 지속된 역사논쟁은 마침내 2013년 뉴라이트, 새누리당, 재벌들의 역사인식을 옹호하는 교학사 고등학교<한국사> 교과서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교학사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일부 학교에서 지역시민사회단체, 학부모, 학교동문회, 고등학교 재학생, 그리고 심지어 고등학교 신입생들이 나서서 채택취소를 요구하였고 결국 이 요구가 수용되면서 채택률 0%로 그 막을 내렸던 전례가 있다.

 

이 사실로부터 이번 역사교과서 논쟁이 얼마나 소모적이고 비이성적인 한심한 일인지를 너무나 잘 확인시켜주고 있다는 사실을 필자는 지적하고자 한다. 2013년 8월부터 시작된 교학사 <한국사>교과서 문제는 역사전공자로 구성된 역사학회와 역사단체,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역사교사 등 많은 역사연구자들이 문제를 지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와 역사교과서 검정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가 제기된 문제를 제대로 검정하지 않고 이들 교과서에 대해 일방적으로 봐주기식 검정을 실시한 결과였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이었다.

 

교과서 제도는 대체로 국정, 검인정, 자유발행 등 3 가지 관점으로 나뉘어 발행되고 있는데 국정은 정부 교육담당부서가 직접 교과서를 제작해 각 학교에 일괄 배포하는 방식이다. 검인정은 민간이 교과서를 개발해 국가의 검정심사를 거쳐 학교가 채택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1974년 10월 유신이 시작되면서 국정으로 그 제도가 바뀌었고 노무현 정부였던 2002년에 와서 검인정으로 바뀌게 되었다.

 

검인정제도는 선진국들이 주로 채택하고 있는 자유발행제도로 발전하는 기초를 닦았으나 2015년에 이르러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교과서 국정을 하겠다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의 양식이 있는 대다수 국민들이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을까? 작금에 이르러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선진국에서는 그 유례가 없는 일이며 특히 일본과 같은 비정상의 사례를 모방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에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며 뿐만 아니라 일본의 역사왜곡을 비판해온 우리나라의 입지에서도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는 안타까운 일이다.

 

올바른 역사교육은 일방적인 우파만의 입장을 찬양하는 것이 아닌 좌우 모두에 대하여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역사적 공과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제공하여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적 상상력, 역사적 비판력, 역사적 판단력 등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그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역사는 이념대결이 되어서는 안 되며 학문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며 미래세대를 위한 기성세대의 역사적 책임이 되어야 한다.

 

역사교과서는 정부가 공식적인 역사서술(historical narrative)을 전달하는 주요 도구이며 특히 단 하나의 역사서술을 가르치도록 장려하는 나라들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정부메시지를 최대한 많은 청중에게 전달하는 결정적 도구이기도 하기에 하나의 역사 교과서만을 승인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이용될 위험이 매우 큰 문제이다.

 

국가가 역사에 대해 단 하나의 해석을 권장하는 방식은 다른 시각의 서술을 아예 금지하거나 구조적으로 소외시키는 식으로 이는 역사적 사실과 해석의 다양성이 특정 철학이나 이념에 맞는 단 하나의 해석으로 바뀌는 경우로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다양한 관점이 아니라 특정한 해석만을 배우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역사서술을 단일화하여 다양한 시각과 논쟁의 공간을 좁혀서 학생들이 자신의 나라와 지역 혹은 세계가 당면한 복잡한 사건의 미묘한 뉘앙스를 제대로 볼 수 없게 하며 기득권층의 단일한 시각은 공동체 안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게 하는 우까지 범하게 하는 것이다.

 

권력자들이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학문연구를 허용하지 않을 때 역사는 정부통제 아래 있게 되며 국가는 역사연구, 역사기술의 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의견 표현의 자유 제한, 발언의 제한 등)를 통해 정치적 색채가 단일한 역사적 서술을 강요하게 된다는 점도 지적된다.

 

따라서 역사교육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정부는 높은 학문적 자유를 보장하고 커리큘럼에 영향을 끼치지 말아야 하며 단 하나의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다양한 보충교재사용을 허용하여 역사자료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정치적, 종교적 목적으로 역사교육을 이용해서는 안 되며 역사교육은 비판적 사고, 분석적 학습과 토론에 대한 능력배양을 목표로 하고 역사의 복잡함을 강조하여 상대적이고 다양한 관점의 접근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역사교육이 애국심 강화나 국가정체성 강화 또는 청년들을 공식 이념이나 지배적인 종교 아래 길들이려는 목적으로 이용돼서는 결코 안 되는 이유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선진일류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은 그 발상 자체가 참으로 어이없는 심각한 문제라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신수식 박사는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학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러시아정치로 정치학박사 학위를 했다.

 

 

 

 

글 : 신수식 논설주간·정치학박사

 

※ 이 기사는 시사타임즈의 공식입장이 아닌, 필자의 견해임을 밝힙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신수식 논설주간·정치학박사 sss123k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