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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예/북스

[책을 읽읍시다 (1002)] 퀴리나 부인과 두더지 손님

[책을 읽읍시다 (1002)] 퀴리나 부인과 두더지 손님

 

에르네스토 페레로 저 | 파올라 마스트로콜라 그림 | 김현주 역 | 재승출판 | 120쪽 | 11,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어른을 위한 동화 『퀴리나 부인과 두더지 손님』. 이 책은 짧고 간결한 글이라 쉽게 읽히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다. 우리 삶을 뒤흔드는 존재에 대한 고찰로, 여든이 넘은 부인이 자신의 정돈된 세상을 엉클어트린 적을 물리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련의 소동은 지적이면서 재미와 감동을 전해준다.

 

혼자 살고 있는 퀴리나 부인의 정원은 세상의 무질서에 대립되는 조화로운 공간이다. 어느 5월 아침, 조그마한 흙더미들이 정원에 나란히 쌓인 것을 보고 그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침입자가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퀴리나 부인은 자신의 평화를 깨뜨린 보이지 않는 불청객과의 전쟁을 준비한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민간요법과 현대적인 기술을 혼합해 점점 더 강한 공격을 준비하던 퀴리나 부인은 뜻밖의 수확을 얻는다. 알면 알수록 위험해 보이고 신기하기까지 한 침입자가 까맣게 잊은 줄 알았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 것이다. 게다가 셰익스피어나 프리모 레비 같은 역사 속 인물들이 이 ‘훌륭한 광부’를 존경하는 말을 남겼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퀴리나 부인은 적을 물리치기 위해 통마늘과 기발한 덫, 히스테릭한 고양이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지만, 골칫거리였던 적을 알면 알수록 마음이 복잡해진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굳게 믿어왔던 무언가가 조금씩 변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퀴리나 부인은 자신을 위협했던 적의 생활방식을 알아가면서 두더지뿐 아니라 닭, 지렁이 등 다른 동물들의 놀라운 삶의 방식을 이해하게 된다. 『퀴리나 부인과 두더지 손님』은 지금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것처럼 보이는 존재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두더지의 존재를 인정하고 포용하려는 퀴리나의 태도에서 체념이 아닌 삶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삶을 뒤흔드는 존재를 미워하고 밀어내기보다 조화롭게 공존해야 하는, 우리와 같은 존재로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작가 소개

 

저자 : 에르네스토 페레로

 

이탈리아 토리노 출신으로 출판계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며, 1998년부터 토리노 국제도서전 국장을 지내고 있다. 프랑스 작가 플라우버트(Flaubert), 셀린(Celie), 페렉(Perec)의 작품을 이탈리어로 옮기며 ‘라 스탐파’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유수 일간지에 기고 중이다.

 

저서로는 『N.(2000년 스트레가 상 수상)』 『캡틴 살가리의 마지막 여행(2011년 캄피엘로 상 수상)』 『우리 생애 최고의 해』, 『프리모 레비의 삶과 작품』 등이 있다.

 

그림 : 파올라 마스트로콜라

 

저서로는 『내가 누구인지 몰라도 괜찮아』 『나는 그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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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