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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예/북스

[책을 읽읍시다 (1007)]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책을 읽읍시다 (1007)]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데이비드 발다치 저 | 황소연 역 | 북로드 | 488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데이비드 발다치 장편소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2미터에 달하는 키에 100킬로그램이 한참 넘는 몸무게, 지저분한 행색에 무성한 수염을 하고 좁은 여관방에서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사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 한때는 그에게도 집이 있었고 직업이 있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다. 오랜 잠복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날, 처참히 살해된 가족의 모습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로부터 2년 후, 세바스찬 레오폴드라는 남자가 경찰서에 걸어 들어와 데커가 세븐일레븐에서 자신을 무시했기 때문에 그의 가족을 죽여버렸다고 자백한다. 그러나 데커는 그가 진범일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기억에 세바스찬 레오폴드라는 사람은 없고, 데커는 과잉기억증후군, 즉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편, 데커가 졸업한 맨스필드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학생 네 명과 교직원 세 명이 희생당한다. 범인은 마법처럼 사라진 가운데, 이 사건과 데커 가족의 살인사건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되는데……. 이 모든 비극을 초래한, 완벽한 기억력이 간과한 단 하나의 사실은 무엇일까?

 

과잉기억증후군(hyperthymesia)을 가진 사람은 자신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억한다. 무척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들리지만 실제로 뇌과학 분야에서 보고되어 현재 전 세계에서 20여 명이 앓고 있는 증후군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의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 또한 이 능력을 이용해 형사 진급 시험을 통과하고 최고의 검거율까지 기록한다. 축복처럼 보이는 증상, 그러나 정말로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것이 축복일까?

 

적어도 데커에게 그 대답은 ‘아니오’다. 특히나 너무도 사랑하던 아내와 어린 딸이 처참하게 살해된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본 뒤로는, 그 능력은 저주가 된다. 마치 각막에 영화 스크린이 붙어 있는 것처럼 그 끔찍한 장면이 계속해서 재생되기 때문이다. 데커는 누구보다 뛰어난 형사였지만 결국 범인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고, 자책감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다 집과 직업을 잃고 노숙자나 다름없는 신세로 전락한다. 그러나 2년 뒤, 약에 취한 것 같은 한 남자가 경찰서로 걸어 들어와 범행을 자백하면서 모든 것은 달라진다. 영리한 데다 잔인하기 짝이 없는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저주 같던 그 능력을 십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곰 같은 덩치의 전직 미식축구 선수. “무섭게 생긴 백인 남자”로 불리지만 실은 범인에게마저 공감을 느낄 정도로 섬세하고 상대의 작은 표정변화도 놓치지 않을 만큼 예민한 남자. 매일 가족의 죽음을 지금 일어나는 일처럼 생생하게 ‘보고’, 그토록 증오하는 능력을 이용해 범인을 뒤쫓는, 연민과 아이러니를 불러일으키는 남자.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독특한 설정에도 전혀 가려지지 않는 이 남자의 매력에 흠뻑 빠진 미국 독자들은 “에이머스 데커라는 인물은 데이비드 발다치가 스릴러 세계에 날린 홈런이다”, “매우 인간적이고 생생한 캐릭터. 반드시 다시 만나고 싶다”라며 애정과 지지를 표했다.

 

주인공 데커 외에도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는 생생하고 입체적인 인물들이 등장한다. 데커의 예전 파트너이자 그 지역 최초의 여성 형사, 깡마른 몸의 골초 랭커스터와 유능하고 친근한 FBI 특수요원 보거트, 호기심 많고 예리한 기자 재미슨, 툴툴대면서도 데커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는 밀러 서장, 그리고 끔찍하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범인까지, 풍성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나가는 탄탄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과연 이래서 거장’이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오게 될 것이다.

 

 

작가 데이비드 발다치 소개

 

1960년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서 태어났다. 버지니아대학교에서 법을 전공하고 워싱턴 D.C.에서 9년 동안 변호사로 일했다. 3년에 걸쳐 틈틈이 쓴 첫 소설 『앱솔루트 파워』(1996)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화려하게 데뷔한 후 20여 년 동안 30편이 넘는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써냈다. 그의 작품은 출간되는 족족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것으로 유명하며, 80개국 45개 언어로 출간되어 전 세계적으로 1억 1천만 부가 팔렸다. 출간 수익을 기준으로 발다치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범죄소설 작가'다.

 

발다치는 주로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암투, 정치권의 권력 남용, 사법제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추잡한 일 등 사회현상과 비리를 고발하는 정통 스릴러를 써왔으며, 특히 변호사 경험에서 나온 해박한 법 지식이 돋보인다. 신작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역시 언론과 경찰 조직, 사법제도에 대한 탄탄한 지식을 바탕으로 개인적 비극을 영화처럼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미스터리 스릴러로, "미국 스릴러의 걸작 탄생"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미국과 영국, 호주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발다치는 국제스릴러작가협회상과 반스&노블 최고의 작가상을 수상하고 국제 범죄소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명실상부한 스릴러계의 거장이다. 청소년 소설과 교육에도 관심이 많은 그는 부인과 함께 청소년 문맹 퇴치 재단을 설립해 그 공로를 인정받아 전미문맹퇴치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에는 청소년 영화 <위시 유 웰>의 각본을 직접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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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