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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11)] 밤에 우리 영혼은

[책을 읽읍시다 (1011)] 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저 | 김재성 역 | 뮤진트리 | 196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 책은 노련한 이야기꾼 켄트 하루프의 유작이다. 전작 『플레인송』으로 전미도서상과 「뉴요커」 북어워드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저자가 2014년 71세에 타계하기 전 탈고한 소설로, 그래서 더욱 켄트 하루프만의 은밀하고도 위풍당당한 유언과 같은 책이다. 하루프는 홀트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칠십대 두 주인공이 교감하는 믿음과 우정, 나이 듦에 대한 생각들을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절제된 문체로 묘사하고 있다.

 

소설은 주인공 애디 무어가 오랜 이웃인 루이스 워터스를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두 사람 다 배우자와 사별했는데, 애디는 일흔 살이고, 루이스도 비슷한 나이다. 애디는 루이스의 집 현관에 서서 마음에 담고 온 생각을 바로 말한다. 섹스 없이 함께 잠을 자자는 것, 어둠 속에서 대화하고, 함께 누워있음으로써 밤이면 더욱 생생히 다가오는 외로움을 달래보자고. 놀랍고 오해받기 십상인 제안이지만 어쨌든 루이스는 에디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함께 모험을 시작한다.

 

반전이 예견되는 결말은 슬프고 고통스럽지만 하루프의 소설은 결코 감상적이지 않다. 신중하게 선택된 디테일들이 잔잔한 울림을 더해 주고, 재미와 슬픔·경쾌함과 사색이 교차한다. 소소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작가가 담담하게 묘사하는 그들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두 사람이 섹스를 했을까가 더이상 궁금하지 않다. 분명 좋은 순간들이 있었겠지만 작가 역시 두 사람의 사생활을 존중한다. 여기에 하루프의 담백하고 매우 절제된 정중함이 있다.

 

켄트 하루프는 2014년 총 여섯 편의 작품을 남기고 71세로 세상을 떠났다. 작가가 되기 전 매우 다양한 직업들을 경험한 그는 아내와 함께 거의 평생을 콜로라도에 살면서, ‘홀트’라는 가상의 마을을 창조하여 그곳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다. 하루프는 매우 조심스럽게 고른 세부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울림을 쌓아가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고요하지만 단단하고 슬프면서도 희망적이다.

 

이 책 역시 슬픈 결말을 예감케 하지만 하루프는 결코 주제를 무겁게 침몰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만년의 사랑과 슬픔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표출해내고 있다. 그렇다고 심리나 외부 묘사가 장황하지 않기에, 독자는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이 흥미로운 이야기의 내면을 직관으로 느껴야 한다. 한 번에 휙 다 읽을 짧은 분량이지만, 분명 여운이 길게 남을 책이다.

 

하루프는 투병 중에 이 책을 마무리했을 것이다. 세세한 불필요함을 걷어내야 했을 시간에, 하루프는 말 수 적은 두 주인공을 통해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선물로 남겼다. 칠십대 두 주인공이 교감하는 믿음과 우정, 나이 듦에 대한 생각들, 당당하고 품위 있는 삶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71세, 때 이른 타계가 안타까운 작가의 마지막 작품으로 더없이 적절한 작품이다.

 

 

작가 켄트 하루프 소개

 

1943년 미국 콜로라도 주 푸에블로에서 감리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네브래스카 웨슬리언 대학교를 졸업했고 아이오와 대학교 작가 워크숍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틈틈이 글을 쓰다 1984년 41세에 처음으로 발표한 소설 『결속의 끈』으로 와이팅 상을 받았다. 1999년에 발표한 소설 『플레인송』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다수의 상을 수상했고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 작품은 특히 영화와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평생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던 콜로라도 주를 배경으로 ‘홀트’라는 가상의 마을을 만들고 쓴 소설 『이븐타이드』 『베네딕션』 등, 총 다섯 편의 소설과 유작인 『밤에 우리 영혼은』을 남기고 2014년 71세에 폐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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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