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13)] 첫사랑

[책을 읽읍시다 (1013)] 첫사랑

성석제 저 | 문학동네 | 244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성석제의 첫 번째 소설집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와 두 번째 소설집 『조동관 약전』에 담긴 초기작 가운데서 20년이 지난 오늘에도 독자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걸작을 엮은 소설선집 『첫사랑』. ‘성석제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왜 성석제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로 꼽히는지 입증하는 책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6년, 소설가 성석제의 첫 소설집이 출간됐다. 정식 등단 절차도 거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소설들을 쏟아낸 성석제는 한국 문단의 ‘파격과 충격’ 그 자체였다. 시공간, 시점, 소재와 주제에 그 어떤 제약도 없다는 듯 종횡무진 뻗어나가는 성석제표 상상력과 입담은 독자들을 열광시켰다. 이 책은 성석제의 첫번째 소설집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와 두번째 소설집 『조동관 약전』에 담긴 초기작 가운데서 20년이 지난 오늘에도 독자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걸작을 엮은 소설선집이다.

 

성석제의 데뷔작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는 어느 건달 사내가 자동차 사고로 추락해 사망하기까지의 4.5초, 그 찰나의 시간 동안의 일을 붙들고 쪼개어 써낸 소설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산 주인공이 차 사고로 물 속으로 추락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외치는 단말마의 비명은 어쩌면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가 매일 외치고 싶은 단 한마디일지 모른다. 표제작 『첫사랑』은 ‘한국 퀴어소설의 캐논(canon)’으로 불릴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첫사랑’이라는 달콤한 제목을 붙이고 있지만, ‘지옥에서도 끝내 견디고 성장해야만 했던 소년들의 동성애’와 지독한 성장담이 오묘하게 엉켜 있다.

 

인간의 내면 묘사를 그리는 것에 집중하던 당시 한국문단에서 성석제 소설 속의 인물들은 주체할 길 없는 에너지에 휩싸여 내달렸고, 독자들은 난생처음 보는 인물들의 입담과 생의 희로애락에 취했다. 그의 소설 속에는 삶의 진한 페이소스를 품은 다양한 인물들이 어려운 은유나 대사 한마디 없이도 생생한 입말로 자신의 생을 토로한다. 홀린 듯 취한 듯 그의 이야기들을 빨아들이다보면 어느새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는 마치 이야기에 굶주린 사람처럼 그의 다음 소설을 찾게 되는 부작용을 겪을지도 모른다.

 

 

작가 성석제 소개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에 『문학사상』에 시 '유리닦는 사람'을, 1995년 『문학동네』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로서의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대표작『소풍』은 흥겨운 입담과 날렵한 필치가 빛나는 산문집이다. 저자는 음식을 만들고 먹고 나누고 기억하는 행위가 곧 일상을 떠나 마음의 고삐를 풀어놓고 한가로운 순간을 음미하는 소풍과 같다고 말한다. 음식은 “추억의 예술이며 오감이 총동원되는 총체예술”이며, “필연코 한 개인의 본질적인 조건에까지 뿌리가 닿아 있다”는 지론은 곧 우리 세대가 잃어버린 사람살이의 다양한 세목을 되살려온 성석제 소설세계와 상통한다. 십수년간 각종 매체에 연재하며 갖가지 음식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낸 작업이 ‘음식의 맛, 사람의 맛, 세상의 맛’을 함께 음미하게 한다.

 

단편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모든 면에서 평균치에 못 미치는 농부 황만근의 일생을 묘비명의 형식을 삽입해 서술한 표제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포함하여, 한 친목계 모임에서 우연히 벌어진 조직폭력배들과의 한판 싸움을 그린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 돈많은 과부와 결혼해 잘살아보려던 한 입주과외 대학생이 차례로 유복한 집안의 여성들을 만나 겪는 일을 그린 「욕탕의 여인들」, 세상의 경계선상을 떠도는 괴이한 인물들의 모습을 담은 「책」, 「천애윤락」,「천하제일 남가이」등 2년여 동안 발표한 일곱 편의 중 · 단편을 한 권으로 엮었다. 이번 작품집도 예외없이 세상의 통념과 질서를 향해 작가 특유의 유쾌한 펀치를 날리는데, 비극과 희극, 해학과 풍자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이후 성석제가 3년간 발표한 단편들을 모았다. 혼기에 이른 맏딸을 염려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와 딸이 어머니에게 읽어드리는 옛이야기를 교차 시키며 유려하게 텍스트를 직조해낸 표제작을 비롯,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내 고운 벗님' 등 총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기성의 통념과 가치를 뒤집는 화려한 수사와 “웃음의 모든 차원을 자유자재로 열어놓는 말의 부림”으로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각양각색 인물들의 삶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표면에 드러나는 유쾌한 재미와 해학, 풍자 밑에는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통찰이 번뜩이기도 하고 그리움이나 인간을 향한 건강하고 따뜻한 시선이 은근히 깔려 있다.

 

이외의 소설집으로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새가 되었네』『재미나는 인생』『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호랑이를 봤다』『홀림』『지금 행복해』 등과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궁전의 새』『순정』 등이 있으며, 명문장들을 가려 뽑아 묶은 『성석제가 찾은 맛있는 문장들』이 있다.

 

1997년 단편 「유랑」으로 제30회 한국일보문학상을, 2000년 「홀림」으로 제13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했고, 2001년 단편「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제2회 이효석문학상, 같은 작품으로 2002년 제33회 동인문학상을 받았으며, 2004년 「내 고운 벗님」으로 제49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