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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51)] 펜타메로네: 테일 오브 테일스

[책을 읽읍시다 (1051)] 펜타메로네: 테일 오브 테일스

잠바티스타 바실레 저 | 정진영 역 | 책세상 | 644쪽 | 16,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세상 모든 동화의 매혹적인 최초 버전, 그리고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펜타메로네』.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 원작인 이 책은 17세기 이탈리아의 시인 잠바티스타 바실레가 그동안 전해 들은 민담을 집대성하고 바로크 양식을 가미해 나폴리 방언으로 집필한 작품이다. 양만큼 커진 벼룩의 가죽을 벗겨 그 가죽의 정체를 알아맞히는 자에게 자신을 시집보내겠다고 포고한 아버지 왕 때문에 괴물 오그르의 아내가 된 공주 이야기, 자식을 낳기 위해 용의 심장을 먹은 왕비가 나중에 질투 때문에 벌이는 사건, 왕과 하룻밤을 보내려는 노파 자매의 뒤틀린 욕망으로 인해 동생이 스스로 살가죽을 벗기는 엽기 행각과 그 파국이 주요 내용이다.

 

이 책은 이야기꾼 열 명이 한 편씩 닷새간 이야기하는 구성을 띠고 있다. 열 명이 이야기를 모두 마치면 왕궁의 관리 두 사람이 나와 세상사를 풍자하는 유쾌한 ‘막간극’을 벌이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식이다. 그리고 다섯째 날 열 번째 여흥에 해당하는 ‘에필로그’에 이르면 초차가 자신의 이야기를 좌중 앞에서 풀어내어 노예의 속임수와 악행을 고발함으로써 진실을 밝힌다. 그리하여 만삭의 노예는 처형을 당하고 초차는 타데오와 결혼하면서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형태로 50편의 이야기를 일관성 있게 엮어낸 바실레의 능란함과 참신한 기지가 돋보이는데 결말로 다가갈수록 초차 공주에게서 타데오를 빼앗아간 노예를 저격하는 양, 설정이 유사한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도 일종의 복선 역할을 하면서 긴장감을 돋운다. ‘프롤로그’에서 타데오가 이야기꾼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하는 말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이 얼마나 큰 것인지 되새기게 한다.

 

『펜타메로네』는 ‘어린이를 위한 여흥’이라는 부제가 무색하리만치 동심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잔인하고 에로틱한 요소가 많아 사실상 어른들을 위한 동화에 가깝다. 아름다움과 추함, 선함과 악함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한편, 여성과 유대인에 대한 비하와 편견 어린 시선도 가감 없이 드러나며 갖가지 욕설과 비속어도 난무한다. 자신을 아내로 삼으려는 아버지 왕에게서 벗어나려고 암곰으로 변신해 탈출하는 프레초사([암곰]), 친오빠와의 결혼을 거절하고자 자신의 손을 잘라 오빠에게 선물로 보내는 펜타([손이 잘린 펜타])의 이야기에서 보듯 근친상간이라는 금기도 등장한다. 구전으로 전해지던 민담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면서 잔혹하고 음란하거나 금기시되는 내용을 제외하다 보니 최종적으로 다소 순화되고 건전한 형태의 동화가 남게 되었다고도 한다.

 

『펜타메로네』 속 이야기와 그 영향을 받은 유명 동화는 전개와 결말이 다소 상이한데,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예컨대 「장화 신은 고양이」의 주인공은 고양이의 도움으로 부자가 되고 공주와 결혼하며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반면에 이 책에 수록된 「갈리우소」의 주인공은 은혜를 저버린 언동으로 고양이에게서 배은망덕하다는 비난을 받고 결국 고양이가 그의 곁을 떠나고 마는 결말을 맞는다. 「헨젤과 그레텔」의 원조 격인 「넨닐로와 넨넬라」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남매가 도중에 헤어졌다 다시 만나 행복해진다는 설정이다. 오빠 넨닐로는 어느 왕자의 신뢰받는 조신이 되고 여동생 넨넬라는 바다에서 마법에 걸린 물고기의 배 속으로 들어갔다가 물고기와 함께 섬에 닿아 그곳에서 오빠와 재회하고 부유한 왕자와 결혼하게 된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 영향을 미친 「해와 달과 탈리아」의 줄거리를 보면 강간과 식인, 화형이라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요소가 거침없이 등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작은 아마 조각 때문에 죽은 탈리아가 어느 궁전에 남겨지는데, 이곳을 지나가던 왕이 그녀를 발견하고 두 아이를 임신시킨다. 두 아이는 질투심 강한 왕비에게 맡겨지는데, 그녀는 아이들을 요리로 만들어 아버지에게 주고 탈리아는 불태우라고 명령한다. 요리사는 아이들을 구해주고, 탈리아는 왕에 의해 풀려난다. 왕은 탈리아를 죽일 목적으로 준비된 불 속에 왕비를 집어 던진다.

 

한편 『펜타메로네』에는 때로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때로는 참신하고 기발해서 폭소를 자아내는 유쾌한 이야기도 많다. 가령 자신이 구입한 동물과 곤충의 도움으로 병에 걸려 칠 년간 한 번도 웃지 않은 공주를 웃게 만들어 공주와 결혼하는 나르디엘로(「바퀴벌레, 생쥐, 귀뚜라미」)의 모험담, 요정들을 웃게 해준 덕분에 평생 노동하지 않고 살게 된 먹성 좋고 게으른 사포리타(「돼지껍질 일곱 조각」)의 이야기가 그렇다. 이탈리아 특유의 천연덕스러운 요설, 빈정거리는 듯한 묘사와 풍자가 유독 돋보이는 부분이다.

 

 

작가 잠바티스타 바실레 소개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작가인 바실레는 이탈리아 격동기에 봉건 귀족을 보필하는 전형적인 조신의 삶과 동화 문학사의 기념비적 저자라는 두 가지 삶을 살았다. 1575년경에 나폴리 외곽의 포실리포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나폴리 중산층 출신이고 형제가 많았다는 것 외에 초기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나폴리에서 후원자를 찾았으나 여의치 않자 여러 곳을 거쳐 베네치아에 도착한 것이 1606년경이었다. 이때 군인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했고, 어느 베네치아 귀족 밑에서 문학 경험을 쌓기도 했다. 1608년에 나폴리로 돌아와, 나중에 국민 가수로 추앙받게 되는 여동생 아드리아나의 추천과 영향력으로 본격적인 조신 생활을 시작했다. 동시에 창작 활동에도 집중하여 1608년부터 1612년 사이에 대부분의 작품을 출간했다.

 

시집 『성모의 눈물Il』(1608), 해양 소설 『불운한 모험』(1611), 희곡 『고통받는 비너스』(1612) 등이 이 시기에 출간되었다. 1631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전염병이 돌았을 때 병에 걸려 이듬해인 1632년에 사망했다. 사후에... 여동생 아드리아나가 출간한 『이야기 중의 이야기, 어린이들을 위한 여흥』(1634~36)은 이후 ‘펜타메로네Il’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 작품으로 바실레는 ‘지중해의 셰익스피어’라는 찬사를 받았고, 오늘날까지 동화 문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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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