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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50)] 고아 열차

[책을 읽읍시다 (1050)] 고아 열차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 저 | 이은선 역 | 문학동네 | 400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미국에서는 1854년부터 1929년까지 이른바 ‘고아 열차’가 동부 도시에서 중서부의 농촌으로 수십만 명의 버려진 아이들을 실어 날랐다. 그들이 친절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족에게 입양될지, 고된 노동을 하며 노예나 다름없는 상태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될지는 그저 운과 우연에 달려 있었다.

 

새로운 가족과 고장의 환대를 누린 아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나머지는 구타와 학대와 조롱과 무시에 시달렸다. 그들은 문화적인 정체성과 배경을 잃었다. 형제자매가 헤어지는 경우도 허다했고,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금기시되었다.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힘든 농장 일을 해야 했다. 자신들을 원하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 이 집, 저 집을 전전한 아이들도 있었다. 달아난 아이들도 많았다. 아동구호협회에서는 이들의 행적을 파악하려고 노력했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거리와 드문드문한 기록 때문에 쉽지 않았다.

 

미국 역사에서 묻힌 장이나 다름없었던 고아 열차의 사연들은 당시의 탑승객들과 그 후손들의 오랜 기간에 걸친 노력으로 차츰 세상에 알려졌고, 클라인의 치열한 자료 조사와 관련자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빚어낸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비비언 데일리 또한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아일랜드에서 뉴욕으로 건너와 불확실한 미래가 기다리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거의 평생을 미네소타 주에서 살다가 은퇴 후에야 다시 동부의 메인 주에 있는 해변으로 돌아와 고요하고 평화로운 여생을 보내는 중이다. 올해 아흔한 살인 그녀의 어린 시절 기억은 안개가 낀 듯 희미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녀의 다락방에 쌓인 상자들 속에는 격렬한 변화가 휘몰아쳤던 과거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열일곱 살 소녀 몰리 에이어는 이 나이든 노부인의 다락방 정리를 돕는 사회봉사 활동이 그저 소년원에 가지 않기 위한 방편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비비언이 간직해온 물건들을 함께 정리하면서 몰리는 두 사람이 겉보기만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퍼노브스콧 인디언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여러 위탁 가정을 전전하며 지내온 몰리 또한 낯선 사람들의 손에 길러진 아웃사이더로 자신의 과거에 대해 풀리지 않는 의문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몰리의 섬세한 심리를 따라가는 현재의 메인 주와 1인칭 시점으로 비비언의 삶의 요철을 더듬는 대공황기의 미네소타를 오가며 펼쳐지는 『고아 열차』는 잊힌 미국 역사의 한 장을 치밀한 밑조사로 생생하게 되살려낸 가장 지역적인 이야기이자, 고난과 극복 그리고 예기치 못한 우정을 그린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이다. 매력적인 두 여성 캐릭터 비비언과 몰리의 이야기는 2013년 미국에서 출간된 작품 가운데 가장 놀라운 “올해의 슬리퍼 히트작”([USA 투데이])이 되었다.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닌 시니컬한 할머니와 반항적인 고스족 소녀” 콤비는 두 사람 사이의 우정이 가능할 법하지 않아 보이는 것만큼이나 가능할 법하지 않은 성공을 거두었다.

 

 

작가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 소개

 

964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하여 테네시, 메인에서 십대 시절을 보냈다. 메인 대학교 역사 교수인 아버지와 영어 교수인 어머니 밑에서 어린 시절부터 역사와 문학에 대한 애정을 키우며 성장했다. 메인 주 뱅고어에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의 두 아들을 돌보는 베이비시터로 일했던 독특한 이력도 있다. 예일 대학교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케임브리지 대학교와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소설가, 에세이스트, 편집자로 여성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으며, 『대화를 시작하다: 엄마와 딸이 살아 있는 페미니즘에 관해 이야기하다』를 어머니와 공동 집필하고 『얼굴에 대하여: 여성들이 거울에 비친 모습에서 보는 것들에 대해 쓰다』 등을 공동 편집했다. 그 밖에 모성에 관한 일련의 에세이를 모은 『내 아이』 『성장을 위한 방』 등을 편집했다. 예일 대학교와 뉴욕 대학교 등에서 문학과 작문을 가르쳤다.

 

1993년 첫 소설 『달콤한 물』을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2013년 발표한 다섯번째 소설 『고아 열차』가 큰 성공을 거두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다. 이 작품은 20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107주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러한 성공에 힘입어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손안의 새』 『인생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할』 『희망 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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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