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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136)] 속임수

[책을 읽읍시다 (1136)] 속임수

샤를로테 링크 저 | 강명순 역 | 밝은세상 | 592쪽 | 14,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독일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샤를로테 링크의 『속임수』. 단순히 사건과 수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다양한 인물들의 복잡 미묘한 심리, 하나의 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흥미로운 추론과 해석, 표면적 사실과 실체적 진실의 대비 등을 통해 자칫 사건 중심의 전개에 매몰될 수 있는 범죄소설의 한계를 뛰어넘어 사회 현상과 인간 심리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인문학적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샤를로테 링크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남달리 뛰어난 두뇌를 바탕으로 빛나는 활약을 펼치는 영웅적인 면모와는 거리가 멀다. 대부분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하고 허점 많은 인물들, 삶의 무대에서 찬란한 성공을 거두기보다는 혼돈과 좌절 속에서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경험하는 인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하기에 현실적이고, 친근감이 있고, 그들의 고뇌와 아픔에 쉽게 동참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샤를로테 링크는 인간의 내면을 형성하는 심리를 다양한 형태로 보여준다. 사람이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실수를 저지르거나 이기심과 욕망에 사로잡혀 범죄의 유혹에 휩쓸리기도 한다. 삶이 지속되는 동안 여기저기 깁고 꿰맨 누더기처럼 크고 작은 상처와 실패의 경험들이 쌓이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오는 동안 축적된 체험에 따라 삶을 대하는 시각과 태도 또한 다양하게 표출될 수밖에 없다. 샤를로테 링크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힘겹고 버거운 삶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 주어진 생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좌절과 실패로 점철된 과거에서 벗어나려 애쓰지만 역부족을 느끼며 주저앉는 사람들, 선한 삶을 살 수 있길 바라지만 한순간 실수로 절망의 늪으로 빠져드는 사람들 등 마치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대하는 이웃사람들의 삶을 대하는 느낌이다.

 

『속임수』는 영국 스캘비에서 발생한 퇴직형사 리처드 린빌 살해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재직 시절 다수의 강력사건을 해결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퇴직한 리처드 린빌은 스캘비의 자택에서 홀로 외로운 삶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금연과 금주를 실천하고 매일 아침 장거리 달리기로 체력 관리를 할 만큼 건실하고 모범적인 퇴직 형사이다. 강력계 형사라는 직업상 다수의 범죄자를 검거해 감옥에 집어넣었을지언정 좀처럼 원한을 살 일이 없었던 리처드 린빌의 죽음은 스카보로경찰서의 후배 형사들에게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스카보로경찰서의 케일럽 헤일 반장은 수사전담반을 구성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고, 런던경찰국 강력계 형사인 리처드 린빌의 딸 케이트 린빌이 휴가를 내고 스캘비로 내려와 독자적인 수사를 펼친다.

 

영국 북부지방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 주변사람들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상처와 증오심이 얼마나 큰 비극을 낳을 수 있는지를 그리고 있는 『속임수』는 샤를로테 링크 소설의 역동성과 깊이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명품 스릴러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친근감 있는 접근이 가능하며 타인의 고뇌와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이기심과 몰이해에 대한 통렬한 성찰을 담고 있기도 하다.

 

『속임수』는 크게 두 갈래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리처드 린빌을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데니스 쇼브는 살해된 리처드 린빌 형사가 직접 체포해 감옥에 집어넣은 인물로 출소하게 되면 그를 살해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떠벌리고 다닌 불량배 출신 전과자이다. 스카보로경찰서의 케일럽 헤일 반장이 데니스 쇼브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하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한 축이다. 다른 한 축은 리처드 린빌의 딸 케이트가 아버지의 공적인 업무와 관련된 인물들이 아니라 사적인 인연에서 비롯된 인물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드러나기 시작하는 아버지의 과거 이야기들이다. 두 이야기 흐름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다가 아슬아슬하게 접점을 이루기도 하고 끝내 커다한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된다. 리처드 린빌의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이야기들이 이루는 대비야말로 이 소설의 핵심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속임수』의 지리적 배경이 되고 있는 도시는 스카보로이지만 런던, 리버풀 등도 부수적인 역할을 한다. 샤를로테 링크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도시의 환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 서로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자세한 배경묘사를 하는 게 특징이다. 조용하고 목가적이지만 진취성이 떨어지는 스카보로의 삶, 비싼 집값과 높은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끊임없이 일에 파묻혀야 하는 런던의 삶, 제조업의 쇠퇴로 빈 공장이 부지기수인 공업도시 리버풀의 피폐한 삶 이야기가 인물들과 밀접하게 어우러지며 생동감 넘치는 구조를 이룬다.

 

평생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해온 케이트는 런던경찰국에서 근무하는 엘리트 형사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나 좌절의 문턱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인생의 대부분을 아버지의 배려 속에서 살아온 탓에 약삭빠르고 이기적인 런던 최고 형사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탓이다. 적극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야말로 성공의 바탕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내성적이고 상처를 쉽게 받는 성격 탓에 극복의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하지만 아버지인 리처드 린빌 살해사건 수사에 직접 뛰어든 케이트는 잠재돼 있던 수사 능력을 맘껏 발휘한다. 혼자 독자적인 수사를 펼치다보니 중요한 판단에 앞서 눈치 볼 일도 없고, 추론한 대로 즉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 탓이다. 아버지의 지난날에서 불미스런 비밀을 발견하고 크게 실망하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고 사건을 해결해가는 케이트의 발자취에는 은연중 과거 형사로 이름을 떨친 아버지 리처드 린빌의 면모가 보이기도 한다.

 

인간의 얼굴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리처드 린빌이 모범적인 공직생활 이면에 부도덕한 비밀이 숨겨져 있었듯이 내성적이고 심약하게 보이던 케이트의 이면에 사려 깊고 치밀한 면모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책임감이 투철하고, 후배 형사들이 선망하는 형사인 케일럽 헤일 반장이 알코올중독자라는 사실과 미래가 촉망되던 제인 스캐핀 형사가 사실은 개인적인 복수에 매몰돼 경찰 신분을 이용했던 측면은 결국 인간의 삶을 단편적으로 이해하거나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작가 샤를로테 링크 소개

 

1963년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서 태어났다. 작가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10대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1985년『크롬웰의 꿈, 또는 아름다운 헬레나』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샤를로테 링크의 소설은 현재까지 독일 내에서만 2,4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고,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다수의 소설이 드라마로 제작되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샤를로테 링크의 소설은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사회와 인간의 이면에 감추어진 허위와 모순을 날카롭게 포착해내며, 인간심리의 미세한 변화와 움직임들을 따라잡는 탁월한 심리묘사,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절묘한 플롯과 반전으로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현재 프랑크푸르트 근교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폭스 밸리』는 출간하자마자 슈피겔 지 베스트셀러 집계 1위에 등재됐으며, 그해 최고의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라이언은 빚을 청산하기 위해 바네사를 납치해 폭스 밸리 동굴에 가둔다. 미처 몸값 협상에 돌입하기도 라이언은 폭행상해 혐의로 체포되고, 재판 과정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까 봐 두려워 납치 사실을 비밀에 붙인다. 동굴에 갇힌 바네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 외 작품으로 『다른 아이』,『숭배자』,『착각』,『침묵의 끝』,『낯선 손님』,『섬』,『죄의 메아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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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