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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139)]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자아의 8가지 그림자

[책을 읽읍시다 (1139)]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자아의 8가지 그림자

아닐 아난타스와미 저 | 변지영 역 | 더퀘스트(길벗) | 360쪽 | 17,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나는 죽었다고 말하는 남자』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 올리버 색스가 나아간 길을 따라, 과학 저널리스트 아닐 아난타스와미는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세계로 들어선다. 그 세계에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알츠하이머, 조현병 처럼 제법 들어본 병명들부터, 이름도 낯선 ‘신체통합정체성장애’, 초자연현상처럼 들리는 ‘유체이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경심리학적 질병을 겪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때로 기이하고 때로는 섬뜩하기도 한 이 탐사의 중심에는 ‘나/자아란 어디에 존재하며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아는가?’라는 인간의 근본적 질문이 도사리고 있다. 뇌와 몸, 정신과 자아, 사회 사이에 경이로울 만큼 복잡하게 이어진 연결고리들을 흥미롭게 더듬어가는 가운데, 우리는 ‘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기이한 경험에서 드러나는 ‘나’(또는 ‘자아’)의 빈자리에서 역설적이게도 자아의 정체를 포착하게 된다.

 

이 책에는 인간의 ‘자아’와 ‘자기감’이 지닌 놀라운 힘과 더불어 그것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최근 신경과학계의 발견이 한가득 담겨 있다. 여기서 ‘그림자’란 코타르증후군, 자폐스펙트럼장애, 조현병, 이인증, 알츠하이머, 황홀경 발작, 유체이탈 등 극적이고도 심각한 정신병리로 인해 ‘자아’와 ‘자기감’에 왜곡이 생겼음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보통 사람들이 겪는 일상과는 전혀 다른,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아 인식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기이하고 흥미롭지만 한편으로는 으스스하고, 가끔은 말 못할 고통의 흔적이 느껴지기도 한다.

 

기이한 질병과 증상을 겪어온 사람들과 면밀하게 나눈 인터뷰를 읽다 보면 우리가 ‘내가 누구인지’ 생각하는 방식은 관점부터 뒤바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흔히 ‘나 자신’이나 ‘내 것이라고 여기는 것’ 가운데 일부를 잃었다. 누군가는 다리를 잘라야만 했고, 누구는 생생한 감정을, 또는 일생의 이야기를 잃었으며, 또 누군가는 자신을 잃고 우주와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은 것’을 들여다보는 순간 우리는 놀라운, 때로는 가슴을 저미는 통찰을 얻는다.

 

21세기의 인류가 얼마나 정밀하게 자아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을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르네 데카르트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알츠하이머에 대한 최근의 연구 덕분에 우리가 과거를 기억할 때 사용하는 뇌 부위를 미래에 대해 상상할 때에도 쓴다는 사실과 기억이 우리의 서사적 자아를 만드는 과정이 명확히 밝혀졌다. 그런가 하면 코타르증후군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죽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미로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셈이다. 대체 누가, 또는 무엇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또한 신경과학은 특정 뇌 영역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아가 자신의 몸과 도플갱어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거나, 몸에서 완전히 분리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규명해냈다. 그러면 뇌 또는 정신 또는 신체 어딘가에 자아라는 게 실제로 자리하고 있기는 할까?

 

다양한 정신병리의 ‘현상학’(과연 ‘나’를 잃은 사람들은 이 세상과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경험할까?)을 비롯해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연구결과들을 한데 모아가면, 우리는 어느새 ‘자아는 우리 두뇌 속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동시에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철학과 과학이 다른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음을, 아난타스와미는 이 책을 통해 멋들어지게 밝힌다.

 

 

작가 아닐 아난타스와미 소개

 

이 책을 구상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나는 인도의 산맥을 배경으로 하는 물리학과 우주론에 관한 소설을 쓰다가 글이 풀리지 않아 산꼭대기에 있는 천문대로의 여행을 계획했다. 그러다 우연히 201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사울 펄뮤터를 만나 우주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산꼭대기만이 아니라 광산 깊숙한 곳과 사막 등 극한의 환경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곳에서 물리학, 특히 우주의 기원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글로 쓴다면 어떨까. 그날부터 내 관심은 소설에서 여행기로 바뀌었고, 4년의 시간에 걸쳐 마침내 이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 누구나 우주를 떠올리면 그 광활함에 압도되어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우주를 하나하나 알아가며 일상 속에 갇힌 시야를 넓혀간다면, 우리는 본질적인 아름다움에 닿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감히 이 책이 인류의 여정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도 최고 권위의 대학인 인도 공과대학과 미국 워싱턴 대학교에서 전자 공학과 전기·컴퓨터 공학을 공부했다. 그 후 실리콘밸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으며, UC 산타크루즈에서 과학 저널리스트 과정을 밟았다. ‘뉴사이언티스트’의 편집자, ‘내셔널 지오그래픽 뉴스’의 칼럼니스트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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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