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읍시다 (1170)] 루살카 저주의 기록
에리카 스와일러 저 | 부희령 역 | 박하 | 552쪽 | 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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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어느 날, 벼랑 끝에서 무너져가는 집을 지키는 도서관 사서 사이먼의 집에 낡고 오래된 책 한 권이 배달된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 책에 매혹된 사이먼은 집도 잃고, 직장도 잃고, 연인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책의 기록을 바탕으로 가족의 역사를 추적해가던 사이먼은 그의 가족 중 여성들이 대대로 익사하는 죽음을 맞이했음을 알아낸다. 그의 여동생인 에놀라 역시 저주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불길한 기운에 휩싸인 그는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저주의 원인과 그것을 부술 방도를 찾아 나서는데…….
세상에 태어날 때 자신의 운명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부모님에 대한 슬픈 기억을 안고, 절벽 위에 세워진 낡은 집에서 살아가는 사이먼에게 어느 날 갑자기 배달된 낡은 책처럼 운명이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사이먼은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끼며 책 속으로 빠져든다. 투명해지는 야생 소년, 타로 카드 점술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인어 등 1700년대 유랑극단의 기록을 담은 책은 매혹적이고 각 인물들의 사연은 신비롭다. 그러나 책과 사이먼의 가족들이 이어져 있음을 깨닫는 순간 무엇이든 집어삼키는 깊은 바다처럼 음울한 저주의 징조에 사이먼의 두려움과 불안은 점점 깊어만 간다.
저주의 근원에는 온갖 외로움을 짊어지고 태어난 에이모스와 온갖 죄악을 잉태하고 세상에 나온 에반젤린의 강렬하지만 순수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감춰진 서로의 모습을 알아본다.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불행 속에서 태어났고,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어둠 속에서 살아가야 할 두 사람은 오직 하나의 구원이자 위로인 운명적 사랑에 매달린다. 그러나 불행은 무자비하고 슬픔은 그치지 않으며 어둠은 쉽사리 물러가지 않는다. 저주 받은 운명은 자신의 제단에 바쳐질 제물을 결코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사이먼을 축으로 하는 서사와 유랑극단의 기록은 검푸른 바닷속을 헤엄치는 두 마리 뱀처럼 서로 꼬이면서 마침내 한 지점에 이른다. 세대를 건너와도 반복해서 이어지며 사이먼의 가족과 주변 인물들을 쇠사슬처럼 단단히 조여오던 운명의 힘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만나는 순간, 갑자기 방향을 바꾼다. 한바탕 폭풍우가 지난 뒤에 맑고 고요해지는 바다처럼, 갈등과 불안이 가라앉은 자리에 새로운 서사가 기록되기 시작한다.
세계는 황폐한 운명을 타고난 루살카의 후예들을 죽음에 몰아넣으려 하지만 그들이 지키려고 하는 단 한 가지는 결코 빼앗지 못한다. 그것은 운명을 바꾸고자 하는 그들의 의지이자 삶이라는 선택이다. 어둡지만 거침없고 매혹적인 『루살카 저주의 기록』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저주에 맞서 삶을 지켜낸 인간에 대한 가슴 벅찬 소설이다. 이야기의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마술적 리얼리즘은 책을 덮고 나서도 독자를 긴 여운 속에 머물게 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단점을 꼽는다면, 에리카 스와일러의 다음 작품을 도저히 기다릴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작가 에리카 스와일러 소개
『루살카 저주의 기록』은 주술적이고 미스터리한 가족의 전설을 다룬 에리카 스와일러의 데뷔작이다. 첫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끄러운 문체와 섬세한 묘사, 독자의 호흡을 가쁘게 만드는 대담한 표현력으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미국 서점가를 휩쓸었다. 이 놀라운 데뷔작은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서 전 세계 편집자와 에이전트들을 단숨에 사로잡아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르며 전 세계 18개국에 계약되었다. 저자는 여러 세대와 시간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며 아름다운 실로 우아한 태피스트리를 짜듯 솜씨 좋게 직조한 이야기로 5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장대한 분량을 단숨에 읽게 만든다.
에리카 스와일러의 재능은 비단 글쓰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책에 수록된 타로 카드 일러스트는 저자가 책을 구상하며 직접 그린 작품들이다. 저자는 또한 6만 명이 팔로우하는 텀블러 ‘쿠키 도우와 후회’(ieatbutter.tumblr.com)를 운영하는 제빵사이자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최근에 브루클린에서 이 소설의 배경이자 자신의 고향인 롱아일랜드의 북쪽 해안으로 거주지를 옮겨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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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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