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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170)] 꿈꾸는 탱고클럽

[책을 읽읍시다 (1170)] 꿈꾸는 탱고클럽

안드레아스 이즈퀴에르도 저 | 송경은 역 | 마시멜로 | 524쪽 | 14,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꿈꾸는 탱고클럽』은 2014년 독일에서 출간 당시 독자들의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화제작으로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사랑을 받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작품이다. 잘나가는 엘리트지만 자기 자신밖에 몰랐던 냉정하고 차가운 한 남자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게 되는 스토리로 회사와 학교를 줄다리기하듯 오가는 이중생활과 그 속에서 겪게 되는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아슬아슬하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지금까지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으로 살아왔던 주인공 가버는 이제껏 한 순간도 남의 인생에 개입하거나 배려하거나 책임지는 것 따위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뜻밖의 불청객이자 복병이 날아들어 그를 무장 해제시킨다.


가버 셰닝은 출중한 외모에 성공가도를 달리는 엘리트 훈남이다. 그는 완벽한 업무 능력을 갖춘 기업 컨설턴트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가진 취미는 바로 춤! 금요일 밤마다 홀딱 벌거벗은 채 자신의 펜트하우스에서 혼자만의 춤을 즐기며 그는 생각한다. ‘사람은 옷을 벗었을 때 멋있어야 옷을 입어도 멋있는 법이라고, 여자들 눈에는 특히 더더욱!’ 외모면 외모, 능력이면 능력, 돈이면 돈, 춤이면 춤, 모든 것을 다 가진 매력적인 이 남자를 여자들이 가만 놔둘 리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가버는 차를 타고 가다가 한 중년 부인을 치는 교통사고를 내고 만다. 특수학교 교장인 피해자는 사고에 대한 보상을 하려면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다섯 아이에게 춤을 가르쳐 여름축제에 공연을 올려야 한다는 다소 황당한 제안을 한다. 그것도 아이큐가 85도 안 되는 데다 춤에는 전혀 관심도 없는, 제멋대로인 천방지축 아이들에게. 평소의 그라면 선물 공세로 혼을 빼놓건 돈으로 매수를 하건 이런 일에 쉽게 휘말리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사고 당일 하필 차에 함께 타고 있던 여인이 자신의 회사 회장의 젊은 사모였다는 결정적인 약점을 잡히면서 그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는다.


학습장애를 가지고 있으나 누구보다도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다섯 명의 아이들은 각기 다른 저마다의 개성과 사연을 갖고 있다. 어릴 적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친척에게 성폭행까지 당한 상처로 말문을 닫아버린 리자, 모든 것을 금지하는 부모 밑에서 폭식 말고는 스스로 해본 일이 없는 제니퍼, 부모의 이혼 후 똑똑한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더욱 산만해진 비니, 뭐든 주먹 다툼으로 해결하는 남자형제들 사이에서 섬세하고 여린 품성을 숨긴 채 살아가는 마빈, 마약중독자였던 부모가 죽은 뒤 조부모 밑에서 자라게 된 병약한 펠릭스까지. 가버는 예상치 않게 자꾸 마주하게 되는 아이들의 상처 속에서 꼭꼭 감춰두었던 자신의 상처가 불쑥불쑥 튀어나오자 적잖게 당황한다.


시종일관 재기발랄한 웃음과 말캉말캉한 눈물을 유발하는 이 소설의 묘미는 굉장히 완벽할 것 같았던 가버라는 캐릭터가 사실은 한없이 모자라 보이는 아이큐 85의 아이들로부터 배우고 성장하는 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속에서 ‘탱고’가 갖는 의미는 매우 특별하다. 탱고는 독자로 하여금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시각적인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소재이자, 주인공 가버와 다섯 명의 아이들을 가까워지게 만들고 새로운 삶에 눈 뜨게 하는 교감의 매개체이며, 세상 속 편견과 잣대-가진 자와 못가진 자, 성공한 삶과 실패한 삶,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장벽을 허무는 장치이기도 하다. 탱고라는 춤 자체가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기본으로 하고 있듯이, 그 속에서 서로의 삶에 조금씩 자리를 내주고 보듬어가는 이들의 기적 같은 변화는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과연 상처 없이 사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쉽고 평탄하기만 한 인생은 없듯이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다. 하지만 인생은 상처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딛고 일어서느냐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상처받은 모든 사람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온기의 선물이다. 누군가와 진실된 관계를 맺는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던 가버가 아이들을 통해 진짜 두근거리는 심장, ‘마음’을 갖는 것에 대한 의미를 깨달았듯이, 이 소설은 잊고 있었던 누군가에 대한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훗날 스승과 제자가 아닌 진정한 ‘친구’가 된 가버와 아이들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의 소중함을 기분 좋게 상기시키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 모두가 위로받고 한 뼘 성장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작가 안드레아스 이즈퀴에르도 소개


1968년에 독일에서 태어났다. 독일에서 이름난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2007년 소설 『알바니아의 왕』을 출간했고, 이 작품으로 월터 스코트 경 문학상 ‘올해의 소설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종말』과 『행운의 사무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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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