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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185)] 사소한 것의 사랑

[책을 읽읍시다 (1185)] 사소한 것의 사랑

프란세스크 미랄례스 저 | 권상미 역 | 문학동네 | 376쪽 | 14,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사소한 것의 사랑』은 현대인의 고독과 절망을 따뜻한 이야기로 어루만지는 데 큰 재능을 보여온 스페인 작가 프란세스크 미랄례스의 소설이다. 국내에 먼저 소개된 『일요일의 카페』에서 절망에 빠진 주인공이 새로운 인연들을 만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사랑스러우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내 독자들에게 위로를 전했던 작가는, 『사소한 것의 사랑』에서 또 한번 고단한 일상에 마법 같은 기적을 불러온다.

 

프란세스크 미랄례스는 여러 분야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으로 대학에 들어간 후 사 개월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바에서 일하며 피아노를 배우기도 하고, 훌쩍 세계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대학에 진학해 철학과 영어, 독일어를 공부하고, 번역가와 편집자로 일하며 밴드의 멤버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이력을 자랑한다. 이런 그의 삶에 대한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소설 『사소한 것의 사랑』은 아주 사소한 행동으로부터 시작된 삶의 변화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작품으로, 출간 당시 스페인에서뿐 아니라 브라질에서도 한 달 만에 1만 부 이상 팔리며 큰 화제를 모았다.

 

대학에서 독문학을 가르치는 사무엘은 학교와 집을 오가는 다소 심심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이는 서른일곱, 강의를 듣는 학생들을 제외하면 사람들과의 교류도 거의 없다. 여가 시간에는 주로 수업 준비를 하거나 과제 채점을 하고, 책을 읽거나 클래식음악을 듣는 것 외에는 가끔 슈퍼마켓에 장 보러 가는 것이 가장 흥미로운 일인 그런 일과를 보내고 있다. 한 해의 마지막날, 여느 때처럼 혼자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새해를 맞이하던 순간에도 그는 새해가 밝아도 새로운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문밖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사무엘의 집을 찾아온 것은 다름 아닌 길고양이. 자신의 다리에 몸을 비벼대는 고양이를 보고 사무엘은 평소답지 않게 고양이에게 줄 우유 한 그릇을 가지고 다시 문밖으로 나오지만 이미 고양이는 사무엘의 집안으로 들어와버린 후다. 새해 연휴라 고양이를 다른 곳에 보내기도 마땅치 않아 사무엘은 어쩔 수 없이 당분간 고양이와 함께 지내기로 한다. 그리고 이 고양이의 등장과 함께 사무엘의 삶에도 서서히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변화의 시작은 미시마라고 이름 붙인 고양이를 따라 올라간 위층에서 이웃 티투스를 만난 것이다. 스스로를 편집자라고 소개하며 철학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던 그는 사무엘에게 사소한 심부름을 한 가지 부탁하고, 사무엘은 그 심부름을 하러 가는 길에 삼십 년 전의 첫사랑 가브리엘라를 스쳐지나간다. 아무런 대화도 하지 못한 채 잠시 스쳐지나간 것뿐이지만 사무엘은 가브리엘라를 보자마자 그녀가 어린 시절 첫사랑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무엘은 미시마의 등장과 가브리엘라를 마주친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미시마에게 우유 한 그릇을 부어준 사소한 친절이 위층의 편집자 티투스에게로 연결되고, 또 티투스의 심부름 덕에 가브리엘라와 마주칠 수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과 같은 사소한 행동이 어떻게 다른 사건으로 연결되고, 어떻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삶이 어떻게 바뀌어나갈 수 있는지를 깨달은 사무엘은 고양이 미시마를 계속 키우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사소할 수도 있는 인생의 작은 순간들을 찾기 위한, 첫사랑 가브리엘라를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티투스, 가브리엘라, 그리고 가브리엘라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희망으로 찾은 카페에서 알게 된 또다른 인연 발데마르. 단조롭고 지루하던 사무엘의 삶에 새롭게 나타난 이 인연들은 하나같이 수수께끼 가득한 인물들로 때로는 사무엘에게 깨달음을 주는 멘토 역할을 하고, 때로는 외로운 인생을 함께하는 친구이자 연인이 된다. 늘 자신만의 껍질에 갇혀 있던 사무엘은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마침내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나와 세상 밖으로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딘다.

 

인생을 살다보면, 사무엘의 경우처럼 사소한 행동 하나가 또다른 행동으로 이어지고 새로운 인연을 맺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 그 새로운 인연은 또다른 인연을 낳고, 새로운 깨달음으로 연결된다. 『사소한 것의 사랑』은 사무엘의 삶을 통해 인생의 우연성을 보여주며, 그로 인해 삶이 얼마나 풍부해질 수 있는지를 그려낸다.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문학, 영화, 음악 등에 대한 사색은 작품의 깊이를 더하며, 작가 특유의 짧고 위트 있는 문체는 독서를 더욱 즐겁게 만든다.

 

 

작가 프란세스크 미랄례스 소개

 

1968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엘 파이스] [인테그랄] [멘테사나] 등의 잡지에 심리와 영적인 분야에 관한 글을 주로 쓰고 있다. 2008년 발표한『일요일의 카페』 출간 당시, 카페와 도서관 등의 공공장소에 미지의 누군가를 위해 이 책을 두고 가는 북크로싱 캠페인을 진행했고, 무려 천여 명의 독자들이 손에서 손으로 이 책을 건네받아 읽은 후 홈페이지에 후기를 남겨 큰 화제를 모았다. 2006년 출간된 『사소한 것의 사랑』은 집 앞에 찾아온 고양이에게 준 우유 한 그릇을 계기로 새로운 우정과 사랑, 삶을 맞이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23개국에 번역 출간되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음악에도 큰 관심이 있는 작가는 여러 밴드의 멤버로 활동중이며 최근 ‘열두 개의 가을’이라는 밴드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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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