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읍시다 (1195)] 숙주인간
-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는 내 몸속 작은 생명체 이야
캐슬린 매콜리프 저 | 김성훈 역 | 이와우 | 352쪽 | 17,000원
양이에게 끌리는 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정신 나간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옥스퍼드대학교의 젊은 과학자 조앤 웹스터는 특정 균에 감염된 쥐가 고양이 오줌 냄새에 매료되어 고양이를 보고서도 경계심을 낮추다 못해 고양이를 쫓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는 유명 학술지에 그것이 톡소플라즈마(이하 T. 곤디)라는 기생생물이 쥐의 신경을 조작한 결과라고 발표했다.
그럼 T. 곤디라는 기생생물은 왜 쥐의 신경을 조작해서 쥐가 고양이의 오줌 냄새에 끌리게 한 것일까? 그 이면에는 이 작은 생명체의 생존과 번식이 자리하고 있다. T. 곤디는 고양이의 내장 속에서만 번식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들의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쥐를 이용한다. T. 곤디는 고양이의 배설물을 통해 자신의 영토(기존 고양이의 내장)를 탈출한 뒤 먹이를 구하는 쥐가 고양이의 배설물에 접촉하면 그 순간 쥐의 몸속으로 잠입해서 그 쥐의 신경을 조작한다. 그리고는 그 쥐가 고양이 뒤꽁무니를 쫓게 만들고, 고양이는 별다른 수고를 들이지 않고 쥐를 잡아먹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 T. 곤디는 그들의 또 다른 안식처(고양이의 내장 속) 들어가기 위해 쥐를 택시나 버스처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괴상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체코에서 기생생물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오토 이로베츠는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잘 알려진)을 앓는 사람이 일반인들보다 T. 곤디에 감염된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수년 동안 스탠리의학연구소를 이끌어 온 풀러 토리 박사는 조현병 발생률이 1700년대 이후 급증했으며 그것이 1700년대 초반의 고양이 열풍(cat craze)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을 제외하면 1700년대 후반이 될 때까지 사실상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키웠던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처음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키우기 시작한 사람들은 시인들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파리와 런던의 아방가르드, 좌파 유형의 시인들이었죠. 그리고 곧 고양이 키우기는 그냥 시인이라면 응당 해야 할 일처럼 자리 잡았죠. 그들은 그러한 현상을 ‘고양이 열풍’이라 불렀고 신기하게도 그와 때를 맞춰 조현병 발병률이 급속도로 증가했습니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만우절 깜짝 뉴스와 같은 단순 해프닝으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앞서의 사례들을 연구하고 발표한 곳이 스탠퍼드대학교, 옥스퍼드대학교, 체코 프라하대학교, 스탠리의학연구소(조현병과 조울증 연구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미국 최대의 사립재단 중 하나) 등,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의 유수의 대학과 연구소들이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이 책은 다소 낯설 수 있는 기생생물 세계를 쉽고 매력적으로 그려냈다는 찬사를 받으며 2016년 아마존 올해의 과학책, 아마존 1위 베스트셀러(분야)로 선정되며 해외의 독자들에게 먼저 큰 사랑을 받았다. 미국 최고 과학 기사 수상자(The Best American Science and Nature Writing)인 저자의 대중적인 글쓰기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과학책의 한계를 넘어 독자들에게 매우 매력적이며 흡입력 있게 다가온다.
누군가는 ‘21세기 인문학은 과학이다’라고 정의한다. 이 책을 통해 내 몸속, 또는 우리 사회 속에 숨은 작은 생명체를 탐험하고, 오랫동안 우리 눈에 띄지 않았지만 우리의 일부를 이루고 있던 그 세계를 마치 놀이기구를 타듯 경험해보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을 읽는 동안 기생생물과 인간 사이의 경계선을 걷는 듯한 모종의 스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캐슬린 매콜리프 소개
저자 캐슬린 매콜리프는 『뉴욕 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디스커버』, 『스미스소니언』 등 다수의 잡지에 기고하고 있는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다. 그녀는 2010년에 우리는 진화하고 있는가?라는 기사로 미국 최고의 과학기사 The Best American Science and nature Writing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녀가 2012년 『애틀랜틱』에 기고한 당신의 고양이는 어떻게 당신을 미치게 하는가는 미국 잡지 역사상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읽힌 기사로 유명하다. 현재 그녀는 가족과 함께 미국 마이애미에 살고 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을 읽읍시다 (1197)] 마지막 유산 (0) | 2017.07.12 |
---|---|
[책을 읽읍시다 (1196)] 3으로 생각하라 (0) | 2017.07.11 |
[책을 읽읍시다 (1194)] 불량 변호사 (0) | 2017.07.07 |
[책을 읽읍시다 (1193)] 청춘의 집, 아우어하우스 (0) | 2017.07.06 |
[책을 읽읍시다 (1192)] 비하인드 도어 (0) | 2017.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