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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201)] 한결같이 흘러가는 시간

[책을 읽읍시다 (1201)] 한결같이 흘러가는 시간

저스틴 고 저 / 김목인 역 | 시공사 | 636쪽 | 15,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오프라 매거진이 떠오르는 스타로 지목한 신예 작가 저스틴 고의 『한결같이 흘러가는 시간』은 사랑과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80년 전,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서 홀로 죽어간 남자가 있다. 유복한 집안의 아들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고 1차 대전에 참전하여 빅토리아 십자훈장까지 받은 애슐리 월싱엄.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 산 등반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저명한 등반가이기도 한 그는 이 모든 것을 무심히 스쳐 보내며 눈 속에서 잠들었다. 그 한 달 전, 애슐리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한 여인에게 남긴다는 유언장을 작성했다. 그녀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그녀의 피를 이은 후손이 모든 것을 상속할 수 있도록 80년간 유언을 유지한다는 신탁과 함께.

 

그 80년을 두 달 남긴 2004년 여름 캘리포니아, 대학을 갓 졸업하고 다소간 방황의 시기를 거치고 있는 스물셋의 트리스탄 캠벨 앞으로 기이한 편지가 날아든다. 그는 자신이 애슐리가 애타게 찾아 헤매었던 여인의 유일한 후손일지 모르며 그의 막대한 재산을 상속하기 위해서는 두 달 안에 사라진 여인의 직계임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런던-스톡홀름-파리-아미앵-베를린-레이캬비크에 이르는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다.

 

애슐리와 사라진 여인이 남긴 사랑의 궤적을 쫓아가는 동안 트리스탄은 점차 두 사람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자신을 느낀다. 너무나 막대해 실감조차 나지 않는 유산도 법무법인 담당자의 안타까움 섞인 독촉도, 그들이 어떻게 사랑했고 왜 헤어졌는지, 헤어진 후에는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그리워했는지 알고자 하는 그의 강렬한 욕망을 누르지 못한다.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이 고집은, 세상 오직 한 사람, 짧은 만남 동안 운명을 느꼈던 미레유만이 이해해줄 뿐이다. 낯선 유럽 땅, 남들 눈엔 그저 어리석고 황당할 뿐인 이유로 떠도는 그를 믿어주고 함께해주었던 그녀. 하지만 서로가 특별해진 지금,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곁에 남아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리스탄이 줄 수 있는 대답은 기다려달라는 말뿐이었다. 80년 전 애슐리가 자신의 연인을 떠나며 남겼던 그 말, 결코 지키지 못했던 그 약속 말이다.

 

떠나버린 연인을 그리워하고, 오를 수 없는 산을 바라보고, 기약 없는 약속에 일생을 거는 것.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을 정복하고, 세상의 절반을 전쟁의 불구덩이에 밀어 넣는 인간이 그럼에도 소중히 간직할 수밖에 없는 어떤 것.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면서도 한결같이 흘러가기만 하는 시간이 결코 사라지게 하지 못하는 유일한 유산. 이 ‘낭만’의 유적들을 그려내기 위해 저스틴 고는 10년의 집필 기간을 거쳤고, 6백여 페이지의 장대한 이야기를 완성했다. 트리스탄의 지난한 여정처럼 그의 고집에도 주위의 만류와 위기가 있었다. . 하지만 기다림은 결국 응답받았고, 그는 영미권의 가장 권위 있는 출판사들이 자신의 데뷔작을 두고 벌이는 경쟁을 감탄하며 바라보게 되었다.

 

 

작가 저스틴 소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일본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에서 역사와 예술사를 공부했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뉴욕의 로펌에서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대학 졸업 후 10개월 동안 여행했던 유럽에 대한 향수가 있었고, 항상 헤밍웨이처럼 파리에서 글을 쓰고 싶어 했다고 한다. 2008년 퇴사 후 베를린으로 간 그는 파리, 런던, 레이캬비크 등에 체류하며 첫 소설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총 10년에 걸쳐 완성한 이 소설을 위해 그는 무수한 20세기 초의 자료들을 수집했고 에베레스트 산의 베이스캠프까지 답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으로 돌아온 뒤 첫 소설의 출판이 녹록치 않자 뉴올리언스에서 호텔 아르바이트 일을 하며, 작가의 꿈을 접고 캘리포니아로 돌아갈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드라마틱하게도 곧 에이전트로부터 20여 개국 출판사와 계약이 성사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항상 전쟁과 에베레스트 등반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둘 모두를 경험한 삶은 어떠했을까라는 상상에서 이 소설을 시작했다. 작품 속 애슐리처럼 모험이 평범한 일상의 감각을 일깨워준다고 믿는 그는 지금도 세계 각국을 작업실 삼아 소설을 쓰고 여행하고 있다. 글쓰기가 여행의 이유인지, 여행이 글쓰기의 이유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글쓰기가 우선이며 글쓰기가 많은 경험의 핑계가 되었다고 답한다. 하지만 이 책의 출판은 그간의 경험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음을 증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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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