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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224)] 거미집 짓기

[책을 읽읍시다 (1224)] 거미집 짓기

정재민 저 | 마음서재 | 488| 14,8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신인 작가들이 강렬한 작품을 들고 나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일들이 있다. 이공계 출신으로서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미스터리 존재방식으로 등단한 정재민 작가. 그가 장편 데뷔작으로 선보이는 거미집 짓기도 그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게 하는 작품이다.

 

범죄 스릴러 소설을 쓰는 는 캐릭터를 연구하려고 낯선 사람들과 종종 인터뷰를 한다. 어느 날, 얼굴에 화상 흉터가 두드러진 김정인이라는 사회복지사와 인터뷰하던 중 그를 자극하는 질문을 하고 폭행을 당한다. 갑작스런 폭력에 속수무책이었던 ’. 그날부터 그에 대한 복수심과 소설가적 호기심이 발동한다. 김정인이 일하는 복지관에 자원봉사를 신청해 주변을 탐색하지만 처음의 폭력적인 모습과 달리 그는 성실하고 유능한 사회복지사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그의 개인사와 그가 끔찍한 화상을 입게 된 경위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김정인이 감추려는 비밀에 은밀히 다가서던 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소설은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두 개의 이야기가 번갈아 전개되는 구조다. 각각의 이야기는 시점도 다를뿐더러 시공간적 배경도 전혀 다르다. 201212월 서울에서 일어난 하나의 사건 그리고 1963년 삼척 도계의 탄광촌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범죄추리물을 쓰는 소설가가 한 사회복지사의 은밀한 생을 추적하며 그가 숨기고 있는 비밀에 다가서는 것이 이야기의 한 축이고, 탄광촌에 사는 한 소녀의 신산한 성장기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또 다른 축을 이룬다. 각각 다른 소설로 읽히는 이 두 개의 이야기가 언제, 어떤 식으로 만나고, 인물들은 또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 궁금증을 한껏 고조시킨다.

 

거미집 짓기에는 미스터리 장르물에 흔히 등장하는 살인마나 시체 따위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소설에서 펼쳐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처절한 분노, 먹먹한 슬픔 등의 감정을 강렬하게 자아낸다. 치밀한 자료조사와 취재로 얻어낸 리얼리티 덕분에 이야기가 살아서 펄떡인다. 빈틈을 용납하지 않는 치밀한 구성과 사실적 묘사에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불행한 운명의 감옥에 갇힌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타인의 진실을 함부로 재단하는 글쓰기의 위험한 욕망을 서늘하게 경고한다. 마치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한 편의 웰메이드 영화를 보듯, 독자들이 일찍이 경험한 적 없는 문학적 충격을 안겨줄 작품이다.

 

 

작가 정재민 소개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9년간 일했다.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소설 미스터리 존재방식이 당선됐고, 2014년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 거미집 짓기는 그의 장편 데뷔작으로 집필에 몰입한 지 4년 만에 완성한 역작이다. 원고지 1700매 가까운 분량임에도 탄탄한 서사가 자아내는 긴장감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내밀한 관찰이 뒷받침된 치밀한 묘사, 견고한 문체, 속도감 있는 전개가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미스터리 소설의 형식을 빌려 폭력과 상처, 그 이면에 도사린 인간의 욕망을 집요하게 파헤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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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