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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222)] 해피 투나잇

[책을 읽읍시다 (1222)] 해피 투나잇
 
성은영 저 | bookin(북인) | 236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3년 『한국소설』 신인상에 「해피 투나잇」이 당선되어 등단한 성은영 작가가 첫 소설집 『해피 투나잇』을 출간했다. 성은영의 소설들을 읽으면 서사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서사는 무엇보다 이야기이고, 이야기는 인물과 사건을 전제로 한다.  

 

인물이 있어야 사건이 일어나고 그래야 갈등이 있는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성은영의 소설에도 다양한 인물과 사건이 나온다. 하나하나의 인물이 쉽게 풀리지 않는 응어리를 가슴속에 품고 있는데, 작가는 개개 인물들이 이러한 응어리를 풀어내는 과정을 담담하고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해피 투나잇』은 인생의 진리를 다양한 개인들의 서사로 그려내고 있다. 불한당들이 큰소리를 내는 세상에서 그녀는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분투하는 애물단지들의 삶에 소설적 관심을 집중한다. 불한당들의 이면에는 애물단지가 있다. 그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로 묶여 있다. 애물단지의 서사가 불한당들의 서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그리하여 애물단지의 아픔이 곧바로 불한당들의 아픔으로 이어지는 세계를 그녀는 소설의 언어로 다채롭게 펼쳐내고 있는 것이다.  


「애물단지」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란 막내딸 미현이 아버지의 생일에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가족에 얽힌 비밀을 까발리는 과정을 통해 집안의 체통을 위해 대를 이어 희생양이 된 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미현은 가족들 사이에서 소외당한 채 외롭게 죽은 언니 옥현을 이야기하며 한표의 생일잔치를 난장판으로 만든다.


「냉장고」 주인공 나는 새엄마가 죽은 후 이십 년 만에 홀로 된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아이를 데리고 집에 다시 들어온다. 삐뚤어진 애국심에다 가정폭력을 일삼으며 살아온 퇴역군인 아버지와 미혼모인 딸과의 갈등 끝에 일어나는 ‘존속살해’라는 비극을 보여준다.


「제망숙(祭亡叔)」 일가뻘 되는 바보아재의 부음을 받고 고향으로 내려간 화자가 예상치 못했던 상주 노릇까지 떠맡게 된다. 화자는 아재와의 사이에 석연찮은 사연이 있음을 깨닫고 그에 대해 탐색함으로써 자신과의 얽힌 사연과 함께 아재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된다.


「해피 투나잇」 두 아이를 둔 이혼녀가 대리운전기사가 되어 겪는 신산한 삶을 아이러니적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는 하루의 일과를 통해 속도감 있게 전개한다. 주인공의 멘토이자 동료인 단비엄마가 사고로 입원하고, 그것을 안 아이들이 엄마를 걱정하는 상황에서도 대리운전 콜을 포기하지 않는다.


「둠벙」 직장에서 정리해고 된 남자가 무연고지인 농촌으로 귀농한다. 하지만 이미 도시의 자본주의적 삶에 편입된 토착민들에게 알게 모르게 배척당하다가 한 노인의 죽음에 직면하여 살인 피의자로 몰리기까지 하는 소통부재로 인한 해프닝의 희생양이 된다.

「귀향의 끝」 처가 문제로 빚을 진 주인공이 바닷가 고향으로 귀향한다. 하지만 어릴 적 친형제처럼 지낸 이웃과의 갈등 끝에 파국을 맞이하는, 오늘의 어촌이 처한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귀가」 한국전쟁이 낳은 비극에 의해 부부연을 맺게 된 부모의 갈등과 그로 인한 아버지의 방랑, 또한 한때 은행원이었지만 현실적응에 실패해 사진작가로 거듭나기 위해 출사를 핑계로 바깥으로 떠도는 남편, 두 인물의 행로와 귀가를 대위법적 전개로 보여준다.


「오해의 시말(始末)」 유년기에 벌어졌던 두 여자의 사소한 해프닝이 성장한 후에도 우정이라는 이름 아래 ‘갑’과 ‘을’이라는 잘못된 관계로 이어진다. 그로 인한 갈등과 파국을 ‘을’의 입장을 통해 위악적으로 보여준다.

 


작가 성은영 소개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이야기’에 빠져 살다가 10여 년 전에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 2013년 『한국소설』 신인상에 「해피 투나잇」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7년 인천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첫 소설집을 출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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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