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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223)] 힐빌리의 노래: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책을 읽읍시다 (1223)] 힐빌리의 노래: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저 | 김보람 역 | 흐름출판 | 428쪽 | 14,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아마존닷컴 종합 1위, 「뉴욕타임스」 논픽션 1위, 빌 게이츠와 소설가 김훈이 추천한 화제의 책. 빈곤과 무너져가는 가족, 그 어둠 속에서 일어선 한 청년의 진솔한 성장기. '힐빌리'는 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사는 가난하고 소외된 백인 하층민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저자 J. D. 밴스는 힐빌리 출신의 32살 청년이다. 이 책은 저자가 약물 중독에 빠진 엄마와 일찍이 양육권을 포기해버린 아빠, 가난과 가정 폭력, 우울과 불안을 딛고 예일 로스쿨을 졸업하면서 소위 말하는 ‘성공’에 이르기까지의 회고가 담겨 있다. 밴스가 이 책에서 드러낸 것은 ‘성공의 여정’이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기억 저편의 과거를 고통스럽고 처절했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 책에 담아내고, 무관심 속에 숨겨졌던 사회문제를 당사자의 입장에서 드러냄으로써 작가로서의 유명세를 얻었다.

 

명문 로스쿨 출신에 백인, 남성, 이성애자, 개신교도라는 소위 ‘사회적 특권’과 실리콘밸리의 사업가라는 번듯한 지위까지 갖춘 밴스가 고백한 어린 시절의 정신적 빈곤은 그래서 더욱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자란 러스트벨트 지역은 미국을 대표하는 뉴욕이나 보스턴 같은 동부 도시들과 달리, 애팔래치아 산맥에 가로막힌 척박하고 고립된 환경과 가난에 갇혀 미래를 포기해버린 사람들이 가정 폭력과 가족의 해체, 문화적 고립 속에서 살아가는 곳이다. 이곳은 지난 선거에서 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졌던 트럼프의 당선을 이끌어낸 일등공신으로 평가받았다. 무식하고 난폭한 ‘힐빌리’들은 사회문제이자 복지 제도의 대상이었을 뿐, 그들의 목소리는 미국 내에서도 낯선 것이었다.

 

32살의 밴스는 이 책에서 경제적으로 쇠락한 러스트벨트 지역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문화적 혼란과 사회문제를 자신의 삶의 궤적에 투영해 전달한다.

 

『힐빌리의 노래』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한 부분은 읽다 보면 내가 실제로 겪은 일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밴스가 생생하게 묘사한 가족 이야기이고 다른 한 부분은 밴스가 제기하는 문제들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문제는 이것이다. 힐빌리들이 겪는 불운한 인생에 이들의 책임이 얼마나 있는가? 밴스는 이 부분에서 작심한 듯 애정에서 비롯된 날 선 비판을 쏟아놓는다.

 

밴스가 들려주는 개인사 대부분은 그가 ‘힐빌리 문화’로부터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분리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제정신이 아닌 엄마를 떠나 할모의 곁에서 안정적으로 학교를 졸업한 후 해병대에 자원한 것은 그의 인생을 바꾼 커다란 분기점이었다. 그는 해병대 생활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목표의식을 갖게 됐고, 노력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반면 미들타운에 남아 있던 밴스의 친구들은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신분 상승을 평생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고 일찌감치 미래를 포기해버렸고, “가히 종교적이라 할 만한 수준의 냉소”(309쪽)만을 지니고 있었다. 밴스는 자신의 이모인 로리와 누나인 린지가 엄마와 달리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리게 된 것은 힐빌리가 아닌 다른 문화의 사람과 결혼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밴스 역시 빈곤이 문화가 되어버린 힐빌리들과 다른 문화에서 성장한 여자 친구와 결혼함으로써 마음속에 낙인처럼 찍힌 힐빌리 문화에서 탈출하고자 했다.

 

J. D. 밴스는 이 책에서 인생의 뿌리이자 장애물이며 행복과 불안의 근원이었던 가족과, 그들을 잠식해가는 정신적 빈곤, 그리고 인간의 성장에 있어 안정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과 없이 묘사한다. 아울러 밴스가 예일에서 느꼈던 차별(한 교수는 예일 로스쿨은 보충수업을 해주는 곳이 아니므로 아이비리그 출신자만 입학생으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327쪽)과 메울 수 없는 격차(밴스는 예일 친구들을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식당에 데려갔으나 그들에게는 “공중위생을 위협하는 지저분한 식당에 불과”했다, 335쪽)까지도 상세히 그린다. 그는 윤리와 문화의 붕괴, 가정 폭력과 가족 해체, 소외와 가난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성장 에세이라는 잔잔한 서사 속에 녹여냄으로써 자신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작가 J. D. 밴스 소개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오하이오주 미들타운에서 태어나 가난한 애팔래치아 지역인 켄터키주 잭슨을 오가며 자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해병대에 입대해 이라크에서 복무했고, 이후 오하이오주립대학교를 거쳐 예일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현재 「내셔널리뷰」의 기고자로 활동하며, 실리콘밸리에서 굴지의 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아내 우샤, 반려견 두 마리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거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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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