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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앨리너 그래이든의 대담한 데뷔작 『밈: 언어가 사라진 세상』은 곧 일어날 것만 같은 현실적인 설정으로 많은 독자에게 감탄과 충격을 안긴 영리한 스릴러다. 언어의 왜곡으로 인한 몰락과 그로 인한 폐해를 실로 섬뜩하고도 기괴한 방식의 미스터리로 풀어낸 이 작품은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과 언어에 대한 깊은 애정 그리고 통찰을 기반으로 현대에도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테크놀로지의 오용을 오싹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애너 존슨은 곧 출간될 역사상 마지막 사전 판본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아버지와 함께 『북미영어대사전』을 만드는 회사 ‘딕셔너리’에서 일한다. 초지일관 밈을 비롯한 최첨단 테크놀로지에 반대해온 아버지는 사람들이 손글씨로 편지를 쓰고 때로는 실제로 목소리를 들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복고 성향의 지식인이다.
애너는 그런 아버지 앞에서 밈을 사용하기가 어쩐지 꺼려지지만 ‘밈에 의존하다가는 기억력이 약화되는 건 물론 문명마저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라는 아버지의 탄식이 그리 와 닿지는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앨리스’라고 적힌 종이만을 남긴 채 딕셔너리에서 사라진다. 그것은 만에 하나 아버지가 위험에 빠졌을 때를 대비하여 만들어놓은 둘만의 암호로 애너는 반신반의하며 아버지를 찾아 나선다.
늦은 밤 아버지를 찾아 딕셔너리에 간 애너는 『북미영어대사전』을 파괴하는 믿지 못할 광경을 목격한다. 그렇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토끼 굴로 들어간 애너는 ‘언어 독감’이라는 전대미문의 재앙에 휘말리게 된다. 종말론적 테크놀로지 스릴러를 표방하는 이 소설은 끊임없이 진화를 계속하는 기계에게 모든 것을 내어준 우리 인간이 치르는 막대한 문화적 대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을 경고하는 역작이다.
작가 앨리너 그래이든 소개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태어나 브라운 대학교를 졸업,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예술석사학위를 받았다. 크노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미국 작가연대인 펜 아메리칸 센터에서 문학상 담당자로 일했다. 데뷔작 『밈: 언어가 사라진 세상(원제 :Word Exchange)』이 커커스에서 2014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다. 현재 뉴욕 브루클린에 살고 있으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심리 스릴러를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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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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