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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312)] 명암(明暗)

[책을 읽읍시다 (1312)] 명암(明暗)
 
나쓰메 소세키 저 | 김정숙 역 | 보랏빛소 | 588| 16,8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일본의 셰익스피어, 일본의 국민적 작가라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는 명암을 집필하다가 세상을 떴다. 그래서 명암은 미완의 소설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타는 이 소설을 소세키 문학 최고의 작품으로 일컫는다.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도달점이며 그가 마지막에 이르러 획득한 주제와 창작 기법, 사상 등이 이 한 편에 모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미완인 이 작품을 읽은 후 우리는 어떤 결말을 연상할 것인가. 현시대의 눈으로 보면 작품 속 쓰다는 경쟁 사회와 소비 사회에 매우 흔한 일개 소시민이고 오노부 또한 같은 처지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닮았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인 당신은 주위 사람들과 만족스럽고 온전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명암의 쓰다와 오노부처럼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는 않은가. 주위 사람들과 상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매번 실패하여 좌절을 겪지는 않는가. 쓰다와 오노부는 100년 전 인간이 아니다. ‘지금 여기에 사는 우리의 모습이다. 가족, 친척, 상사나 동료, 부하직원, 친구 사이에 겪는 불통을 쓰다와 오노부를 통해 보여주고 느끼게 한다. 명암이 지금도 생생히 읽히는 것은 100년 전에 먼저 읽은 소세키의 예언자적 통찰 덕분이다. 그가 던진 인간에 대한 치열한 물음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우리의 정신적 자양이 될 것이다.

 

명암에 나오는 대사 중에 한 문장이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인데도 불구하고 왠지 거리감이 생기는 쓰다와 오노부. 때때로 쓰다는 아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 표정이 못마땅하다. 종종 오노부는 남편이 여성을 이해할 줄 모르는 권위적인 남자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서로에게 이해와 애정을 바란다.

 

 쓰다는 아내뿐만 아니라 자신을 키워준 작은아버지네와도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다. 오노부는 결혼 전에 함께 살았던 고모네에 쓰다와 좁혀지지 않는 관계를 들키지 않기 위해 조바심을 낸다. 쓰다의 옛 연인 기요코와 친척들, 지인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서로의 마음을 얻으려고 전전긍긍하지만 늘 불통이라 답답해한다. 인정과 이해, 사랑을 갈망하지만 아무리 애써도 그들은 서로간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다.

 

나쓰메 소세키는 모든 등장인물의 감정 선을 섬세하면서도 치열하게 파고든다. 소세키의 기존 작품과 달리 주인공 한 사람의 심리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양한 인물의 관점을 모두 묘파했다는 점이 명암의 가장 큰 특징이자 차별점이다. 이들의 심리 상태에는 명과 암이 공존한다. 그리하여 다각적이고 복잡 미묘하며 고독하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끼리 맞닥뜨려야 하는 오해와 기대, 그것이 그들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공감을 불어올 만큼 생생하고 예리하게 표현한 걸작이다.

 

 

작가 나쓰메 소세키 소개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릴 정도로 확고한 문학적 위치에 있는 일본의 국민작가다. 1867년 일본 도쿄 출생이며 본명은 긴노스케[金之助], 도쿄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1고등학교 시절에 가인(歌人) 마사오카 시키[正岡子規]를 알게 되어 문학적, 인간적으로 깊은 영향을 받았으며, 도쿄고등사범학교·5고등학교 등의 교수를 역임하였다. 1896년 제5고등학교 교수 시절 나카네 교코와 결혼 했으나 원만하지 못한 결혼 생활을 보냈고, 1900년 일본 문부성 제1회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되어 영국에서 유학했다.

 

타지에서의 생활은 그에게 예민하고 우울한 자아를 남겼으며, 이는 귀국 후에도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는 치유의 한 방편으로 고양이전을 썼고, 이 작품은 1905호토토기스(두견)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어 큰 호평을 받았다. 1907년에 교직을 사임하였으며 아사히신문사에 입사하여 우미인초)를 연재하고 도련님』 『풀베개등을 발표하였다.

 

20세기 초 근대적 주체와 삶의 불안한 내면 풍경을 깊은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은 일본적 감수성과 윤리관으로 서구 근대의 기계문명과 자본주의를 비평적으로 바라보며 인간세계를 조명하고자 했다. 경쾌한 리듬과 유머를 바탕으로 권선징악과 같은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에 기반을 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며 템포가 빠르고 리듬감이 있는 문체로 자연스레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소설 외에도 수필, 하이쿠, 한시 등 여러 장르에 걸쳐 다양한 작품을 남겼으며 그림에도 재능이 있었다.

 

그의 작풍은 당시 전성기에 있던 자연주의에 대하여 고답적인 입장이었다. 그후 산시로』 『그후』 『()3부작에서는 심리적 작풍을 강화하였고, 다시 피안 지나기까지』 『마음등에서는 근대인이 지닌 자아·이기주의를 예리하게 파헤쳤다. 반복적인 위궤양, 당뇨 등을 앓았던 그는 191612월 병이 악화되어 명암집필 중 49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1984, 영국에서 그가 살았던 집 맞은편에는 런던 소세키 기념관이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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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