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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은 그 시기인 95년에 출간됐다. 작가로서 무레 요코의 눈에 ‘외할머니’의 일상이 포착된 것이다. 2000년에 고령화 사회가 시작된 우리나라에서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현재 ‘노인’은 ‘사회적 문제’가 아닌 개인들이 직면한 개인의 문제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노인을 한 개인으로서 다룬 이 에세이는 우리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2002년 한국영화 ‘집으로’에서 시골 할머니는 도시 소년인 손자와 도통 어울리지 못했다.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은 촌스럽고 불편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점점 할머니의 따스함에 동화되는 손자의 이야기로 마무리됐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할머니라는 존재가 갖고 있는 그 고정된 이미지인 따스함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뮤지션 루시드 폴의 2005년 노래 ‘할머니의 마음은 바다처럼 넓어라’에서도 시골 할머니는 따스함 그 자체다.
우리에게 할머니는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다. 즉 대상화되어 한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지워지는 존재였다. 그런데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요즘 할머니들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한 그런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에도 이제 남녀가 평등하게 교육의 기회를 누린 세대, 정치 경제 사회적인 진전을 경험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긴 노년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세대부터 지금 3,40대까지, 이들은 자신들의 노년을 자신들의 이전 세대에게서 찾지 않는다.
『카모메 식당』으로 잘 알려진 작가 무레 요코에게는 1900년생 외할머니 모모요가 있다. 모모요는 서양문물에 익숙한 세대이며 고등교육을 받았고 전쟁을 경험했다.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이었던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기도 했지만 아내와 엄마로서의 일을 끝낸 뒤에는 한 개인으로서 25년 동안 ‘일’을 손에 놓지 않았던 자존감 있는 인간이다.
고령화 사회 이전 여성의 삶만 살펴본다면 아내와 엄마로서의 일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노년을 맞이한다. 짧은 노년은 손자들의 재롱을 만끽하다가 조용히 숨을 거두는 일이 허용됐다. 하지만 긴 노년을 맞이하게 된 모모요는 80살이 넘어서까지 동네 공장에서 일을 하며 활기를 찾는다. 누군가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잉여의 삶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을 챙기며 생산적인 인간으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그런 모모요지만 자식들의 마음을 그렇지 않다. 80살 넘은 노모에게 일을 시키는 자식들이라는 타인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자식된 도리에서도 걱정스러운 것이다. 이 에세이에서 무레 요코는 사회적인 관점에서 모모요 할머니를 분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가가 써내려간 에세이의 행간마다 고정된 타인들의 시선과 사회적인 통념들이 독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된다. 이 점은 이 유쾌한 에세이가 갖고 있는 미덕이기도 하다.
<!--[if !supportEmptyParas]-->작가 무레 요코 소개
1954년 도쿄에서 태어나 일본대학교 예술학부를 졸업했다. 1984년 에세이 『오전 영시의 현미빵』을 발표하고 작가로 데뷔했다. 국내에서는 『카모메 식당』으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은 삶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그 안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나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출간 당시 고양이와 음식에 대한 생생한 묘사로 여성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인기에 힘입어 2013년 동명의 4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져 WOWOW TV를 통해 방영되었다.
그 밖의 작품으로 『무인양녀』 『일하는 여자』 『외톨이 여자』 『미사코, 서른여덟살-』 『작가 소노미의 만만치 않은 생활』 『개나리 장』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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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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