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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345)] 세상이 잠든 동안

[책을 읽읍시다 (1345)] 세상이 잠든 동안 

커트 보네거트 저 | 이원열 역 | 문학동네 | 400| 15,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세상이 잠든 동안은 작가의 미발표 초기 단편소설 중에서도 작가의 휴머니즘 시원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해 묶었다. 5도살장」 「고양이 요람등 다수의 작품에서 휴머니스트적 면모를 여실히 드러낸 보니것은 미국휴머니스트협회 명예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세상이 잠든 동안에 수록된 단편들은 우리를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메시지를 보니것 특유의 직설적인 문체와 군더더기 없는 구성으로 전달한다. 제니의 천재 공학자는 자기가 만든 기계 여인에 반해 아내를 버린다. 100달러짜리 키스의 남자는 남성 잡지 속 여인의 사진에 빠져 정작 그 여인의 마음을 보지 못한다. 스로틀에 손을 얹고의 남편은 모형 기차 만들기 취미 때문에 아내를 등한시한다. 루스의 젊은 과부는 시어머니의 죽은 아들에 대한 비뚤어진 사랑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버린다. 탱고의 모범생 소년은 전통과 관습 앞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외면한다.

 

유행병은 가족에게 헌신적이고 야망이 있으며 성공한 기혼남들 사이에 자살이라는 유행병이 번지는 이야기다. 표제작 세상이 잠든 동안에서는 짐승 같은 돈과 짐승 같은 킬로와트 경쟁으로 변질된 크리스마스 전구 장식 콘테스트에 미지의 인물이 신선한 일침을 날린다. 돈이 말한다에서는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은 여자가 끊임없이 귓속을 맴도는 돈의 속삭임 때문에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된다.

 

보네거트는 어린 시절 대공황을 겪었고 성인이 되고 제2차세계대전에도 참전했다. 이후 미국 경제는 승승장구했고 금리는 나날이 오르며 내려올 줄 몰랐다. 사람들은 이내 현대 자본주의의 상승곡선을 당연하게 여겼으며 오히려 더 높은 상승을 기대했다. 그러나 호황의 거품은 점점 꺼져갔고 사람들은 약간의 하락도 참을 수 없어했다. 보네거트는 과거보다 훨씬 풍족한 삶을 영위하면서도 돈에 대한 집착과 성공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진 현대인들의 모습을 뻔하지도 우울하지도 않은 방식으로 그려낸다. 돈이 당장의 불행을 감춰줄 수 있을지는 모르나, 아이러니하게도 결국 돈 때문에 예상치 못한 비극을 맞게 된다.

 

세상이 잠든 동안에 수록된 단편들은 모두 짜릿한 블랙유머와 절제된 위트로 유익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한 방이 있는 반전과 깔끔한 결말을 제시한다. 보니것은 늘 그렇게 썼다. 초기 단편소설에서도, 후기 장편소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보네거트의 특유의 문체와 스타일은 초기작에서 이미 무르익어 있었다.

 

보네거트의 작품이라면 그게 어떤 이야기든, 그 이야기의 끝에 우리가 어딘가에 다다라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보니것이 무언가를 분명하게, 탁 터놓고 말해줄 것이라는 걸 말이다. 괜찮은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가 실현 가능하고 바람직하다는 것. 신뢰는 가치 있다는 것. 부유하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별로 없다는 것. 단순한 메시지들이지만 보니것은 이 메시지들을 교묘하면서도 애매하지 않게 풀어낸다.

 

 

작가 커트 보네거트 소개


미국 최고의 풍자가이자 휴머니스트이며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19221111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독일계 이민자인 건축가 커트 보네거트 1세와 이디스 보네거트 사이에서 태어났고, 2007411일에 세상을 떠났다. 블랙유머의 대가 마크 트웨인의 계승자로, 리처드 브라우티건, 무라카미 하루키, 더글러스 애덤스 등 많은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독특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대가족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독특한 유머감각을 키워온 보네거트는 청년기에 코넬 대학, 테네시 대학 등을 오가며 공학자와 작가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하다 1943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징집되었다. 전선에서 낙오해 드레스덴 포로수용소에 갇혀 있는 동안, 연합군이 사흘 밤낮으로 소이탄을 퍼부어 십삼만 명의 시민들이 몰살당했던 인류 최대의 학살극을 겪고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반전 작가로 거듭났다.

 

미국으로 돌아와 소방수, 영어교사, 자동차 영업사원 등을 전전하면서도 글쓰기를 계속했고, 1952년 첫 장편소설 자동 피아노를 출간했다. 이후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 『마더 나이트』 『고양이 요람』 『5도살장』 『타이탄의 미녀』 『챔피언들의 아침식사』 『제일버드』 『갈라파고스등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포스트모던한 소설과 풍자적 산문집 신의 축복이 있기를, 닥터 케보키언등을 발표해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보네거트는 1997타임 퀘이크발표 이후 소설가로서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2005년 생애 마지막으로 발표한 회고록 나라 없는 사람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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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