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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347)] 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

[책을 읽읍시다 (1347)] 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 

토니 모리슨 저 | 정영목 역 | 문학동네 | 248| 13,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미국 문학의 대모이자 이름만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세계적인 작가, 토니 모리슨.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살아 있는 가장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오른 모리슨의 최신작이 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 2015년 발표한 이 책은 유난히 새카만 피부를 가지고 태어나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결핍 속에서 성장한 젊은 여성 브라이드와 어린 시절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젊은 남성 부커의 이야기다.

 

지금까지 모리슨이 쓴 열한 편의 장편소설 중 유일하게 21세기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이제 아흔의 나이를 바라보는 작가의 놀라울 만큼 젊은 감각을 탁월하게 보여준다. 250페이지 남짓 되는 짤막한 소설 속을 활공하듯 질주하는 강렬하고 유려한 문장과 대담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독자를 사로잡는 토니 모리슨의 문학적 힘이 여전히 건재함을 증명한다.

 

1990년대, 피부색이 밝은 어느 흑인 여성에게서 여자아이가 태어난다. 아주 새카만 피부를 가진 룰라 앤이. 아이의 피부색을 보고 경악한 어머니는 아이에게 정을 주지 않고 의무감에 의지해 딸을 키운다. 그리고 심지어 자신을 엄마 대신 스위트니스라고 부르게 한다. 룰라 앤의 아버지는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하며 집을 나가버린다. 룰라 앤은 어머니가 손바닥으로 체벌이라도 해주기를 기도할 만큼 어머니의 손길을 갈구하며 사랑에 굶주린 채 성인이 된다. 그리고 자신의 비참한 과거를 지워버리려는 듯 이름을 브라이드로 바꾸고 화장품회사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는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흑단처럼 검은 피부가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깨닫고 피부색을 강조할 수 있는 새하얀 옷만 입으며 아름다움을 뽐낸다. 수많은 남성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브라이드는 현재의 애인인 부커와의 관계에 만족한다. 그런데 어느 날 부커가 별다른 설명도 없이 브라이드를 떠나버리고 그녀는 큰 충격에 빠진다.

 

주로 브라이드와 부커, 스위트니스의 일인칭 시점이 교차하며 빠르게 전개되는 이 소설의 가장 큰 묘미 중 하나는 마치 들리는 듯 생생하게 표현된 인물들의 목소리다. 특히 모리슨은 유행의 첨단을 걷는 화장품회사에서 일하며 화려한 생활을 하는 브라이드의 목소리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고심했다.

 

그러나 브라이드를 통해 모리슨이 재현한 것은 단지 현대적인 외형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형태의 인종주의를 견디며 살아가는 젊은 세대 흑인들의 삶과 그것의 본질이다. 그들이 사는 곳은 차별을 내면화한 부모의 핍박과 검은 피부를 아름다움으로 칭송하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브라이드의 외적 아름다움과 내면의 공허 사이의 괴리는, 외형적 평등을 어느 정도 쟁취한 사회에서 젊은 흑인 세대가 겪는 괴로움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런 세상에서 선과 악, 가해자와 피해자를 명확하게 가른다는 것은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된다.

 

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는 상처와 슬픔으로 얼룩진 이야기지만 그 끝은 토니 모리슨의 어떤 작품보다도 희망적이다. 그리고 그 희망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작가가 온기 어린 미래의 가능성, 선한 세상의 가능성을 젊은이들의 손에 오롯이 쥐여주기 때문이다. 브라이드와 부커가 상처를 치유하고 삶을 회복하기 시작하는 것은 결국 두 사람의 소통,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통해서다. 물론 그들의 주변에도 삶의 지혜를 나누어주는 어른이 존재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그들을 구원하는 것은 어른도 하느님도 아닌, 선한 세상을 꿈꾸는 그들 자신이다.

 

소설의 끝에 이르렀을 때 책장을 쉽게 덮을 수 없는 이유는 이야기 자체에서 오는 감동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헌사에서 밝히고 있듯 이 작품이 너에게”, 그녀가 떠난 후에도 이 책을 펼쳐들 젊은 세대에게 남기는, 그녀의 문학만이 줄 수 있는 최상의 위로이자 축복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른이 아이들에게 던지는 충고가 아니라 남겨질 이들, 여전히 힘겹고 버거운 세상을 살아갈 이들의 머리에 그 세상을 평생 견뎌온 작가가 따뜻하게 얹어주는 진심어린 손길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작가 토니 모리슨 소개


1993년 미국 흑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여 전 세계인의 이목을 흑인 문학에 집중시킨 작가이자, 타임지 선정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 중 하나로 꼽히는 작가로, 그녀는 작품속에서 흑인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룬다. 이러한 소재를 정교한 문체와 서정적인 어구들로 아름답게 구현하여 감동을 이끌어낸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정체성 회복에 많은 관심을 두어, 비난의 목소리를 담기 보다는 미국 흑인들의 뼈아픈, 그리고 잊혀진 역사를 작품의 틀로 삼고 이를 복원하고자 한다. 한 곡의 재즈음악을 듣는 듯한 유창한 서술, 그 속에서 배어 나오는 흑인들의 깊은 절망과 한숨이 촘촘히 박아놓은 토니 모리슨의 언어 속에는 그녀 한 사람이 아닌, 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1931년 미국 오하이오 주의 작은 마을인 로레인에서 태어난 토니 모리슨은 미국 북부에서 자랐지만 유전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남부적 전통을 지난 가계의 후손이다. 아버지는 백인을 증오하는 조선소 용접공이었고 어머니는 인종 차별과 그 역차별까지 반대하는 사람이었다. 토니 모리슨은 인종 차별은 물론이고 미국 사회의 다양하고 극심한 차별이 없어지는 날이 올 거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컸다. 교육적이고 종교적인 환경에서 자라던 어린 모리슨은 인디언 태생의 발레리나 마리아 톨치프를 우상으로 여겼다. 1953년 흑인을 위해 설립된 하워드 대학교를 졸업하고, 1955년 코넬 대학교에서 문학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녀는 대학에서 버지니아 울프와 윌리엄 포크너를 연구했다. 시점 교차와 다중 화법, 현실과 비현실의 넘나듦, 전설과 이야기 등으로 특징되는 토니 모리슨의 작품 세계가 두 거장 소설가로부터 일정하게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같은 작품이나 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같은 작품은 토니 모리슨 작품의 양대 축인 여성인종이라는 강렬한 소재의 원천이 된다.

 

코넬 대를 졸업 후 대학에서 강의하다가 1965년부터 랜덤하우스 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텍사스 서던 대학교에 이어 하워드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틈틈이 단편들을 발표했다. 백인 중심주의 문화와 그 이야기 방식에서 벗어나는 글쓰기를 한 그녀는, 특유의 복합적인 내러티브와 다중 화자(혹은 다층 시점) 방식을 통해 자기 목소리를 찾아내기 위한 흑인 소설가의 강렬한 자의식의 무기를 획득하였다.

 

우울증과 고립에 대한 자신의 치료법을 기술한 가장 파란 눈을 데뷔작으로 주목받았고, 모리슨의 이름이 점차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1988년 출간한 소중한 사람들로 퓰리처 상을, 199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2006년까지 프린스턴 대학의 로버트 F. 고힌 기금교수로 있었다. 이후 루브르 박물관 강의를 하였고, 2008년 프린스턴 대학으로 돌아와 '이방인의 집'이라는 세미나를 이끌고 있다.

 

가장 파란 눈은 인종적인 증오심, 역사적 기억, 현란한 언어 구사에 이르기까지 이후 토니 모리슨 작품의 특징을 이루는 요소들이 모두 망라되어 있어 모리슨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평을 받는다.

 

소중한 사람들은 그녀에게 미국 언론 최고의 권위인 퓰리처상을 안겨주었다. 한 여인이 자신의 딸이 노예가 되지 않도록 살해한 눈물겨운 얘기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정열적이고도 현란한 언어와 서정적인 감동의 힘으로 구성, 경험에서 나온 진실과 비전을 섬세하게 교직 하는데 성공하였다. 환상과 암시적인 시적 문체를 사용하고 신화를 풍부하게 짜 넣은 그녀의 작품은 힘이 있고 구성이 치밀하다.

 

또한 그녀는 작가이기 전에 세 명의 아이들을 키운 엄마로서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읽는 책은 그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될 때 올바른 가치관과 세계관에 영향을 미친다는 작가로서의 책임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로서 직접 체험한 감성을 바탕으로 동화책을 쓰고자 하였으며, 그 꿈을 아들인 슬레이드 모리슨과 함께 동화책을 쓰며 실현시켰다.

 

저서로는 가장 푸른 눈, 소중한 사람들(빌러브드), 술라, 재즈, 솔로몬의 노래, 네모 상자 속의 아이들, 파라다이스, 얄미운 사람들에 관한 책, 누가 승자일까요?, 타르 베이비, A Mercy,빌러비드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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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