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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우리는 과연 ‘침묵의 시대’를 끝낼 수 있을까? 어느 인턴기자의 죽음 속에 담긴 ‘나’와 ‘우리’에 대한 진중한 성찰 『침묵주의보』는 일상에서 은밀하게 작동하는 잔악한 권력의 시스템과 폭력성에 대해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는 소설이다.
‘메이저 언론사의 말석’으로 통하는 ‘매일한국’의 디지털뉴스부에서 일하는 기자 박대혁은 국장의 노골적인 학연 편애와 불합리한 정기인사도 별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말단 기자다. 문화부의 ‘대중문화 취재팀’에서 디지털뉴스부로 발령이 난 후 회사 홈페이지 트래픽 증가를 위해 온갖 낚시기사들을 쏟아내느라 자괴감에 젖어 있다. 그런 그에게 국장이 ‘인턴기자 교육’을 맡으라는 지시를 내린다.
남자 셋과 여자 셋인 인턴기자들 중 대혁은 김수연이라는 기자의 고충을 들어주고 조언을 주면서 친분을 쌓게 된다. 알고 보니 수연은 서울 소재 명문대 출신의 동료 인턴기자들과 달리 지방 사립대 출신으로 나이 또한 스물아홉이나 되었다. 대혁은 나이보다 실력이 우선이라는 스스로가 생각해봐도 위로되지 않을 위로를 건네며 그녀를 독려하지만 안쓰러운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행히 수연은 동료들 사이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며 ‘매일한국’ 내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어느 날, 대혁은 국장에게 이끌려 점심을 먹으러 간 음식점에서 수연을 비롯한 인턴기자들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인턴기자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 사이, 대혁과 국장이 가까운 자리에 앉게 됐다. 하지만 대혁과 달리 인턴기자들을 등지고 앉은 국장은 그들이 있는 줄도 모르고, 수연의 학벌과 나이를 문제 삼으며 정규직 기자 선발에서 떨어트릴 것을 대혁에게 암시한다.
그날 밤, 기자의 당직을 대신 맡았던 수연은 유서를 회사의 온라인기사로 유포하고 5층에서 투신하고 만다.
수연의 죽음 이후 직장생활에 소극적이었던 대혁은 내면에서 큰 갈등을 겪게 된다. 회사는 차세대 리더로 주목받는 오너의 이미지에 손상이 갈까봐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밝히기보다 조용하고 신속한 처리에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내막을 알고 있는 구성원들은 행여 이 일로 불이익을 받을까 진실을 알면서도 입을 닫는다. 대혁은 이들의 모습에 낙담한다.
최근 ‘갑’의 위치에 선 권력자들의 추악한 폭력과 비리가 하나둘 밝혀지면서 우리 사회에 충격과 경악을 던져주고 있다. 제 잇속을 챙기기 위한 탈법은 물론, 친인척·측근들을 위한 채용비리 그리고 엄격한 위계를 무기로 벌인 추악한 성폭력까지 부패의 뿌리가 드러나고 있다. 과연 우리 사회에 권력의 부당한 남용이 이렇듯 짙게 드리워져 있었나 놀라울 정도다. 작가는 박대혁이라는 일간지의 기자이자 소시민이 겪는 사건을 통해 우리 일상에 만연한 권력형 부패와 비리를 폭로하는 한편, 자의와 다르게 동조자 혹은 하수인이 될 수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심리에 주목한다.
작가는 기자를 주인공으로 삼아 언론사의 생리와 이해관계를 흥미진진한 서사 속에서 풀어낸다. 정의롭지 못한 윗선의 비리와 위선에 엮이게 된 힘없는 을이 겪게 되는 내적 갈등은 물론, 현실에서 언론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점 그리고 정직하고 공정한 사회를 이루어나가기 위한 언론인의 역할까지 소설은 이야기의 폭을 점점 넓혀나간다.
특히 작가는 현재 일간지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어 이야기는 한층 사실적이면서도 현장감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일간지라는 조직의 구성원이자 한편으로 사회적 책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기자가 정당하지 못한 권력의 시스템에 편입되기를 교묘하게 종용받는다면 그는 과연 얼마나 용감해지고, 또한 얼마나 비겁해질 수 있을까?
대혁과 같이 항상 ‘을’의 입장에 있는, 우리 사회의 대다수인 우리는 자신의 생존권이 달린 부도덕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밥벌이’도 지키고, 스스로의 ‘존엄’도 지킬 수 있을까? 이토록 부적절하고 부조리한 사회의 시스템은 과연 제어할 수 없는 것일까? 작가는 긴장감과 속도감이 넘치는 이야기 속에 진중한 화두를 독자에게 던진다.
작가 정진영
1981년 대전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장편소설 『발렌타인데이』로 ‘한양대학보 문예상’ 대상, 2011년 장편소설 『도화촌 기행』으로 ‘제3회 조선일보 판타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과거에 작곡한 곡들을 모아 2014년 앨범 『오래된 소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문화일보> 기자,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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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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