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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한반도에서 네 번째로 크고 남쪽 한라산과 북쪽 백두산까지의 거리가 같아 한반도의 중앙에 위치한 섬, “문신처럼 역사를 새기고 화석처럼 문화를 남긴 섬”으로 불리우는 섬, 강화도. 수도권에서는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2018년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강화도는 산과 갯벌, 바다가 어우러진 수려한 자연 풍광과 유서 깊은 역사를 간직한 문화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강화도 지오그래피』는 이러한 강화도의 자연과 소중한 역사·문화적 가치 및 정신을 담은 책이다.
『강화도 지오그래피』에는 시인 함민복, 소설가 성석제, 구효서, 고(故) 신영복 등 일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유명 작가를 비롯해, 천문학 저술가, 역사학자, 국문학자, 여행 작가 등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유려하고도 섬세한 문장이 빛나는 17편의 강화도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이들은 모두 강화에서 나고 자랐거나, 강화에서 학문 연구와 작품 집필, 사회 활동을 하는 등 강화를 제2의 고향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기존의 강화도 관련 책들이 건조한 문체와 사실 위주의 정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에서는 풍부한 지식과 정보마다 알토란처럼 딸려 나오는 우리네 사는 이야기들을 해학과 유머, 감동이 살아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냈다. 또 강화의 아름답고 고즈넉한 전경이 담긴 사진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강화의 문화사적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강화도 퇴모산 자락에 18년째 둥지를 틀고 있는 천문학 저술가 이광식은 강화는 “별지기들의 성지”라고 말한다. 수도권 제일의 청정 지역으로 빛 공해가 적어 밤하늘의 별과 은하들을 관측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우주와 나 자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근원적인 관계에 있으며 “우주를 보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믿는 저자는 세계 최악의 빛공해국이 된 지 오래인 한국에 사는 우리들에게 별 관측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누구라도 쉽게 별지기가 될 수 있는 유용한 방법도 공개한다.
강화도는 이 지역을 찬찬히 순례하는 것만으로도 한국의 역사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지역이다. 이 책에서는 가장 먼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선사시대의 고인돌을 만나본다. 강화도에서 고인돌이 많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 하문식은 강화도가 풍요로운 자연환경을 갖고 있어 일찍이 옛사람들이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살림을 꾸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강화 지역의 지질이 대부분 화강암질 편마암으로 이뤄진 것도 또 한 가지 이유다. 덮개돌, 굄돌 등의 돌감을 주변 지역에서 옮겨와 이용하기에 편리했을 것이다. 「고인돌 그리고 강화」에서는 부근리·교산리·고천리 고인돌 등 강화를 대표하는 고인돌을 소개하고, 고인돌 축조와 관련된 지세와 지질부터 그 구조와 형식까지 폭넓게 고찰함으로써 당시 사회 구성원들이 남긴 문화의 상징인 고인돌에 얽힌 이야기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강화에는 관용과 사랑, 그리고 용서의 가르침을 강조하는 종교 유적도 있다. 김기석의 「동서양의 조화로운 만남, 성공회 강화성당」에서는 바실리카 양식과 불교 사찰 양식의 아름다운 조화가 돋보이는 한국 최초의 한옥 성당 ‘대한성공회 강화성당’(1900년 건립)을 만나본다. 고려궁터에서 뻗어 나온 강화읍 관청리 언덕 위에 웅장하면서도 하늘로 날아갈 듯한 자태로 자리 한 강화성당에는 푸른 눈의 조마가(Mark N. Trollope) 대한성공회 2대 주교의 꿈이 서려 있다. 저자는 그가 강화에서 꾸었던 꿈이 ‘다름’을 ‘틀림’이라 배척하고 증오와 폭력이 만연한 오늘날에도 우리가 이어가야 할 꿈임을 강조한다.
강화도는 전등사를 비롯해, 조선시대 함허 대사가 중창한 마니산 정수사, 석모도 보문사 등 고풍스러운 사찰들이 많은 곳이다. 김형우는 「강화도와 불교문화 이야기」에서 강화도가 한반도 수도와 지척에 있으면서도 사방이 갯벌로 둘러싸여 예부터 천연의 요새였다고 말한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수도를 옮겨와 명맥을 이어주고, 병자호란 이후 돈대와 진보를 세워 방비하였으며, 근대에 와서는 가장 먼저 외국 문명과 접촉했던 관문 구실을 한 강화도.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가진 강화도이기에, 일찍이 불교문화를 꽃피울 수 있는 토대가 조성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전등사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인 이유와 416년 천축조사가 고려산 기슭에 세웠다는 청련사, 백련사, 황련사, 적련사(적석사), 흑련사의 창건 설화, 대몽항쟁 시기 강화에서 기획·제작되었던 해인사의 고려대장경판 등 한국의 불교문화를 풍부한 전거를 덧붙여 깊이 있게 풀어낸다.
강화에서 나고 자란 소설가 구효서의 고향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태어나 열다섯 살까지 살았던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 675번지. 석모도와 교동도, 그 사이 작은 기장섬이 바라보이는 행랑의 일몰, 작가에게 고향이란 “더도 덜도 아닌 그것”이었다. 그 고향집이 기적처럼 남아, 지금도 그곳에 가면 분합문 잠금목에 쓴 ‘구효서’ 이름 세 글자와 걸터앉아 찬물에 밥 말아 먹던 까맣게 그을린 부뚜막을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복원 가능하게 하는 흔적으로서의 고향, 유년 시절 세계의 전부였던 고향,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아름답고 무한하며 자유로운 고향, ‘나’의 마지막이자 ‘나’의 처음 모습일 작가의 고향을 만나본다.
상고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역사 전반을 관통하는 특별한 지역인 강화도를 이해하는 것은 곧,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다. 또한 저어새와 두루미, 탱자나무 등 천연기념물과 수많은 희귀종 식물들의 서식지, 세계 5대 갯벌 가운데 하나를 보유한 강화도의 자연 생태 환경을 지켜내는 것은 지구적 관점에서 볼 때도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다. 『강화도 지오그래피』를 통해 자연, 역사, 사람, 문화 등 전반에 걸쳐 강화도라는 지역이 지닌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고, 나아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 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보다 풍요하고 건강한 삶의 토대를 이루어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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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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