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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375)] 마당이 있는 집

[책을 읽읍시다 (1375)] 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저 | 엘릭시르 | 388|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의사 남편에 똑똑하고 잘생긴 아들, 모자랄 것 없는 풍족한 가정. 주란의 가족은 누구나 꿈꾸는 완벽한 집으로 이사한다. 주란은 이 행복한 가정 속에서 완벽한 아내이자 주부, 어머니로서 행복을 누리며 산다. 단 한 가지 신경을 거스르는 것은 마당에서 나는 냄새. 남편은 금방 사라질 거름 냄새로 치부하지만 예쁜 수채화에 찍힌 기름 얼룩처럼 좀처럼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별것 아닌 것 같았던 이 불안감은 조금씩 커져, 완벽한 것 같았던 남편의 행동들도 하나씩 수상쩍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남편은, 살인자인가?

 

행복한 일상을 의심하기 시작한 여자와 불행한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분투하는 두 여자의 삶이 교차하며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마당이 있는 집은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과 함께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심리 서스펜스이자 가정 스릴러다.

마당이 있는 집은 두 주인공의 상황이 교차 서술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한 명은 결혼과 함께 부유한 집안에 편입되어 모두가 꿈꾸는 집으로 이사하게 된 주란. 다른 한 명은 남편과 함께 맞벌이하며 근근이 삶을 살아내고 있는 상은.

 

무엇 하나 남부러울 것 없는 주란의 일상은 새로 이사한 집 마당에서 나는 냄새로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남편은 새로 가꾼 화단의 거름 때문이라며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해버리지만 도무지 그럴 수가 없다. 게다가 남편이 지인의 자살 사건에 휘말리면서 점차 수상쩍게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언제나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준 남편이기에 아직은 자신의 예민한 신경 탓으로 돌릴 뿐이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일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상은을 만난다.

 

결혼을 후회하며 이혼할 기회만을 시시때때로 기다려온 상은은 결국 곤궁한 삶과 남편의 치졸함에 치이며 사는 일상에서 탈출하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삶이란 좀처럼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주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일은 자꾸 벌어지고, 탈출할 구멍도 점점 작아지기만 한다. 그러다 주란을 만난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대척점에 선 듯 적대감을 드러내며 만나지만, 같은 비밀을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협력하게 된다. 주란은 상은의 빈궁함을, 상은은 주란의 허영을 혐오하면서도, 주란은 상은이 갖고 있는 결단력을, 상은은 주란의 부유함을 이용하여 각자의 목적을 이루고자 한다.

 

마당이 있는 집이란 모두가 꿈꾸는 행복한 가정을 상징한다. 주란에게는 예쁜 꽃들을 심어 언제든 볼 수 있는 화단이 딸린 집을 의미했다. 자신의 병원을 운영하면서 부족할 것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남편과 잘생기고 똑똑한 아들……. 주란은 행복한 가정의 안주인으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완벽한 사람이 되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런 것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산다. 하지만 그 행복은 화단에서 나는 냄새 하나로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의심한다. 과연 나는 행복한 것일까, 하고.

 

마당이 있는 집은 두 주인공이 정말 행복한 집을 갖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한 명은 이제까지 탄탄하게 지어 올린 집을 불안하게 만드는 근원을 파헤쳐 제거하려 하고, 다른 한 명은 현재의 집에서 벗어나 새로운 집을 꾸리려 마음먹는다. 재밌는 것은, 그들의 행동이 이제까지 자신의 삶을 지탱해줬던 가정을 파괴할수록 그들은 점차 그들 자신의 본디 모습을 찾아가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꼭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주인공의 불안감에서 시작한 심리 서스펜스는 사건이 전개되면서 가정 스릴러로서의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에는 미스터리의 기본적인 재미에 충실히 따르면서 읽기를 재촉하는데, 이야기의 형태가 분명해지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이 몰입감은 더욱 높아진다.

 

 마당이 있는 집의 재미를 풍족하게 만드는 것은 이 지점이다. 두 주인공의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하는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과정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우리가 사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주란과 상은이 있다. 같은 나라 같은 사회에서만 공감할 수 있는 생생한 지역성과 특수성이 살아 있다.

 

 

작가 김진영 소개

 

201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를 졸업했다. 2008년 단편 [취향의 유전]을 연출했으며 2009년 연출한 단편 영화 [나를 믿어줘]2010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 경선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렇게 단편 영화를 만들고 장편 시나리오를 습작하는 데 몰두하던 그는 원천 스토리로서의 소설에 관심을 갖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스토리창작과정에 지원하여 데뷔작인 마당이 있는 집을 완성했다. 심사위원의 압도적인 찬사를 받은 마당이 있는 집은 완벽한 것 같았던 가정을 꾸린 주인공이 남편을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심리 서스펜스이자 가정 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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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