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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383)] 블랙 어스:홀로코스트, 역사이자 경고

[책을 읽읍시다 (1383)] 블랙 어스:홀로코스트, 역사이자 경고

티머시 스나이더 저 | 조행복 역 | 열린책들 | 616| 28,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홀로코스트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유례없는 비극에 대해 우리에게 각인된 이미지는 의외로 빈약하다. 미치광이 히틀러와 전체주의 나치 독일, 반성 없이 임무를 수행한 관료와 산업화된 학살 시설 아우슈비츠 등이 전부다. 히틀러는 왜 전쟁을 일으켰을까? 패색이 짙어가는 와중에도 왜 유대인 몰살에 골몰했을까? 이들 이미지에 따르면 답은 간단해 보인다. 제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저자 티머시 스나이더는 블랙 어스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그가 지적한 것처럼 2차 세계 대전과 홀로코스트는 처음부터 히틀러의 마음속에 있었다. 히틀러는 유대인을 없애는 것은 지구의 생태학적 균형을 복원하고 독일인들을 다시 풍요롭게 만드는 길이라고 보았다. 이 세계관은 다른 국가를 파괴함으로써만 실현될 수 있었고 그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유럽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한 식민지 전쟁이었다. , 스나이더는 2차 세계 대전을 땅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으로 제시한다. 독일인을 배불리 먹일 땅. 어딘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유대인을 보내 버릴 땅. 그리고 마침내 모든 유대인의 무덤이 된 땅. 그것이 바로 블랙 어스이다.

 

스나이더는 먼저 히틀러의 세계관을 분석한다. 히틀러는 지구를 종족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그가 보기에 세계는 정글이었고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곳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다른 종족을 굴복시켜야 한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따라서 모든 종족이 상생할 수 있다는 관념은 거짓이자 전염병이다. 그러한 관념을 퍼뜨려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기생충 같은 존재가 바로 유대인이었다.

 

 유대인은 비종족주의의 화신으로 보였다. 그들은 정주지가 없고 도처에서 눈에 띄었다. 전통에 도전하는 모든 사상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둘 다에서 유대인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히틀러가 보기에 유대인은 독일 종족의 파멸을 위해 비종족주의적 믿음을 조장하는 음모 세력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독일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가 된다.

 

스나이더는 히틀러가 민족주의자는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즉 그가 독일의 승리에 모든 것을 건 것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히틀러는 독일 종족의 우수함을 믿었고 독일이 마땅히 승리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스나이더가 강조하듯이 히틀러가 믿은 유일한 진리는 정글의 법칙이었다. 독일이 패배한다면 그것은 독일 종족이 그만큼 우수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독일은 마땅히 패배의 시련을 겪어야만 한다.

 

히틀러는 전후(1차 대전) 독일의 궁핍함을 미국의 풍족함과 비교했다. 독일이 미국만큼 풍족함을 누리려면 그 원천인 광활한 영토가 필요했다. 그러나 그것을 어디에서 취할 것인가? 정복할 식민지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그때 이웃 유럽의 열등한 종족들의 영토가 히틀러의 눈에 들어왔다. 독일은 동유럽의 광활한 영토를 대상으로 식민지 전쟁을 벌였고, 그곳의 유럽인들을 아프리카의 흑인처럼 취급했다. 서구인들에게 이것은 미증유의 충격이었다.

 

동유럽 영토는 나아가 소련의 영토는 또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필요했다. 스나이더가 이 책에서 잘 보여 주듯이, 1930년대 말까지 독일은 폴란드와 함께 유대인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한다. 유대인은 독일의 시야에서 사라져야 했지만, 그것이 곧 몰살을 뜻하지는 않았다. 모두 죽일 필요는 없었다. 어딘가 먼,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보내 버리면 그만이었다. 독일이 동유럽 점령지의 유대인을 보는 즉시 모두 죽이지 않고 게토와 수용소를 만들어 살려 둔 이유는 최종적으로 그들을 어딘가로 보내기 위해서였다. 어딘가는 한때 마다가스카르와 팔레스타인이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시베리아 동토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그 모든 시도가 실패하자, 히틀러는 마침내 유대인을 모두 죽이기로 한다.

 

유대인 절멸을 구상한 것은 히틀러이다. 그러나 그 실행자는 히틀러도 독일인도 아닌 경우가 많았다. 소련은 독일 이상의 유대인 학살자였다. 내무인민위원부의 만행은 이 책에 언급된 것만으로도 경악할 만하지만, 대부분 은폐되거나 조작되어 제대로 전하지 않는다. 유대인 혐오는 어디에나 만연한 현상이었다. 독일 점령자들이 유대인을 탐욕스러운 자본가로, 혹은 소련의 앞잡이로 제시하자마자 점령지의 비유대인들은 기꺼이 유대인을 죽이고자 했다. 유대인의 재산을 차지하고 얼마 안 되는 보상을 받기 위해 그들은 기꺼이 밀고자, 살인자가 되었다.

 

스나이더는 마지막 장에서 우리가 직면한 현실에 대해 길게 평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 세계는 20세기가 걸었던 비극의 길을 비슷하게 따라 가고 있다. 과학 발전에 따른 농업 혁명은 지구에서 식량 걱정을 덜어 줄 것 같아 보였다. 그러나 지구는 여전히 굶주리고 있다. 생활 수준에 대한 욕구는 끝이 없고, 우리는 여전히 더 넓은 공간과 더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 투쟁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 투쟁의 선두에 있다. 이슬람 세력도 빼 놓을 수 없다. 한편 미국은 과거를 오도하고 대체로 잘못된 해법을 제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세계를 보존하기 위해, 시민은 무엇을 해야 할까.

 

스나이더는 이렇게 적었다.

 

“​국가가 파괴되고 지역의 공공 기관들이 붕괴하고 경제적 유인이 살인을 부추긴다면, 선하게 행동할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가 1930년대와 1940년대의 유럽인보다 윤리적으로 우월하며 따라서 히틀러가 그토록 성공리에 선전하고 실현한 사상에 덜 취약하다고 생각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진정으로 구조자들을 본받으려면 먼저 그렇게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홀로코스트를 이해하면 인류를 보전할 기회를 얻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작가 티머시 스나이더 소개

 

1969년 미국 오하이오 주 출생. 중유럽 및 동유럽사와 홀로코스트를 연구하는 역사학자이다. 현재 예일 대학 사학과 교수로 있다. 비엔나 인문학 연구소 종신 연구원, 미국 홀로코스트 기념관 양심 위원회 위원이다. 런던 정경대, 바르샤바 유럽 대학교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섯 권의 저서와 두 권의 공저가 있다. 6개 국가 17개 문서 보관소의 먼지 앉은 자료들을 발굴종합해 홀로코스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대표작 Bloodlands(2012)로 해나 아렌트상(2013), 안토노비치상(2014), 비전97(2015) 등을 수상했다. 공저로는 루게릭 병으로 투병 중이던 역사가 토니 주트와의 대담집 20세기를 생각한다(2015, 열린책들)가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의 떠오르는 공적 지식인의 한 명으로서 해럴드 트리뷴, 네이션, 뉴욕 리뷰 오브 북스,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뉴리퍼블릭, 시카고 트리뷴,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등에 빈번히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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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