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사회일반

[책을 읽읍시다 (1384)]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책을 읽읍시다 (1384)]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셀레스트 응 저 | 이미영 역 | 나무의철학 | 496| 15,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실레스트 잉의 장편소설 작은 불씨는 어디에나. 실제 저자가 청소년기 일부를 보낸 셰이커하이츠를 배경으로 가치관, 도덕, 계급, 인간애 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삶과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에 대한 밀도 높은 질문들을 담아낸 작품이다. 작은 불씨가 어느 순간 커다란 화염으로 번지듯 소설 속 인물들의 사고와 관계에 불이 붙는 모습을 바라보며 잘된 삶, 올바른 삶, 그런 삶의 기준은 누가 정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이야기는 리처드슨 가족과 워런 가족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교차하며 전개된다. 리처드슨 부인은 규칙과 계획이 더 큰 안정을 만든다고 믿으며 옳다고 여기는 방향을 따라 살아왔다. 깊은 유서(由緖)와 유산, 풍요로움을 바탕으로 큰 집과 차, 남편, 아이들, 안정적인 직장까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으며 완벽한 삶을 꾸렸다

 

부인이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윈슬로가의 집을 싼값에 세놓으면서 그녀의 생활에는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세입자로 들어온 미아는 영감을 찾아 떠도는 자유 영혼으로 돈과 소유물에 초연하다. 그런 엄마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펄은 시시때때로 바뀌는 불안정한 환경에 적응하며 영리하게 움직인다. 항상 잘 통제된 환경에서 지내온 리처드슨 가족의 아이들은 미아와 펄 모녀가 지닌 자유로움과 초연함에서 나오는 편안함에 끌린다.

 

반대로 펄은 세탁 세제의 쾌적한 향기손수 반죽해 구운 쿠키로 표상되는 리처드슨 부인의 안정과 풍요에 마음을 빼앗긴다. 서로에게 없는 것을 갖춘 아이들은 매일같이 리처드슨 가족의 거실 소파에 모여 앉아 제리 스프링거 쇼를 시청한다.

 

리처드슨 가의 아이들과 펄이 사소하거나 대단한 이야기를 나누며 십대들만의 유대를 만들어가는 사이 그들 자신은 물론 그들 부모가 살아온 삶, 당연하다고 여겨 생각해본 적도 없는 세계가 건드려진다. 그러자 가슴속 깊이 가라앉아 있던 의문들이 표면으로 떠오르고, 그런 움직임은 리처드슨 부부에게까지 확장된다. 그들은 고민하기 시작한다.

 

위태롭게 지켜오던 리처드슨 부인과 미아의 균형은 부인의 오랜 친구 린다 매컬러가 한 아기를 입양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메이 링 초우 혹은 미라벨 매컬러라고 불리는 이 아기는 어느 겨울날 저녁 소방서 앞에 버려졌다. 결혼 이후 임신과 유산을 수차례 반복하며 오랫동안 아기를 바라온 매컬러 부인은 아기에게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베푼다.

 

하지만 아기의 친모가 나타나 양육권 분쟁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 미아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리처드슨 부인은 그동안 미아에게 품어왔던 의심들을 드러내며 그녀를 뒷조사한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잠복해 있던 문제들이 서서히 표면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어떤 진실이 드러나는 데는 붕괴 또는 분열이 필수적이다.

작가는 자유와 선의로 가득하나 자신들이 지닌 특권에는 무지한 이들이 좋은 의도의 한계와 맞닥뜨리는 상황들을 보여준다. 인생의 한복판에서 그동안 진리라고 여기고 지켜온 가치, 잘 살아왔다고 믿었던 삶에 대해 일격을 당하고 최초로 고뇌하는 인물들은 어느새 우리의 얼굴을 하고 있다. 통제와 자유, 안정과 불안정,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잃는다.

 

어느 순간 선택은 선택 자체로 판단받지 못한다. 잘된 삶, 올바른 삶, 그런 삶의 기준은 누가 정했는가. 작은 불씨가 어느 순간 커다란 화염으로 번지듯 소설 속 인물들의 사고와 관계에 불이 붙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는 자기 내면의 믿음과 편견, 도덕관념 등에 질문을 던지게 된다.

 

우리는 나쁘거나 옳지 않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세련되게 숨겨온 것이 아닌가. 출간 직후부터 지금까지 언론과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과 찬사를 받아온 이 책은 짜임새 있는 구조와 그 안의 미스터리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유효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작가는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대단히 영리하게 해냈다

 

 

작가 셀레스트 응 소개

 

데뷔작으로 영미 문학계에 파란을 일으키며 일약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오른 세계적인 신예 작가다.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에서 태어나 과학자 집안의 일원으로 성장했다. 60년대 말 홍콩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작가의 아버지는 나사(NASA)에 소속된 물리학자였고, 어머니는 클리블랜드 주립대의 화학과 교수였다. 응은 하버드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미시간대에서 예술 석사학위를 받았고, 석사 과정을 밟는 동안 촉망받는 대학생 작가에게 수여하는 홉우드상을 수상했다. ‘원 스토리’, ‘트리쿼터리’, ‘벨뷰 리터러리 리뷰’, ‘캐넌 리뷰 온라인등의 여러 매체에 소설과 수필을 발표하면서 푸시카트상을 받기도 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